덧없는 꽃의 삶 피오나 스태퍼드 식물 시리즈
피오나 스태퍼드 지음, 강경이 옮김 / 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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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아침에 길가에 놓인 국화 화분을 봤다. 벌써 이렇게 꽃이 피었나 생각했다. 바빠서 한 번도 꽃이나 나무에 눈을 준 적이 없는 것 같다. 옥상에도 화분이 있고 집 베란다에도 엄마가 관리하는 게 있는데. 괜히 미안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대표적으로 피는 꽃만 본 것 같다. 내년에도 또 피니까. 별로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근데 피오나 스태퍼드의<덧없는 꽃의 삶>을 읽으면서 좀 다르게 보였다. 이런 부분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다.


꽃들은 놀라움을 실어 나른다. 해마다 꼭 같은 장소에 피어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꽃들이 해마다 새롭게 보이는 요령은 쉽다. 실제로 새롭기 때문이다. 꽃들의 연약함은 그들의 투명한 꽃잎, 섬세한 덩굴손, 금빛 꽃가루로 충분히 드러난다. 그토록 많은 꽃들이 해마다 존재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p.15)


진짜 신기하다. 어떻게 그 자리에 똑같이 꽃을 피울까. 제 집이라는 걸 아는 걸까. 항상 그 자리에 있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진짜 놀랍다. 피오나 스태퍼드가 소개하는 15개의 꽃 중에서 흔하고 익숙한 꽃도 많은데 제대로 본 적은 없다. 엘더플라워, 폭스글러브, 피나무 꽃 같은 이름은 처음 들었다. 자주 보지 않았지만 엉겅퀴는 그 빛이 고왔다. 어릴 적 할머니 집에 놀라갔을 때 본 기억이 있는 것 같다. 사진첩에는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꽃 옆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진짜 기념일이나 특별한 일이 있을 꽃이 있었다.


꽃들은 중요한 삶의 순간마다 늘 우리와 함께한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축하하는 선물로, 결혼식에서 신부를 돋보이게 하는 부케로, 죽은 자와 무덤까지 동행하는 화환으로, 애도자를 위로하는 추모의 꽃으로. 꽃들은 특별한 의식의 의미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 모두에게 공평한 자연의 경로를 상기시키기 위해, 그리고 중대한 사건이 기억과 앨범으로 자리 잡은 뒤에는 사라지기 위해 호출된다. (16쪽)


저자는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다양한 공군 기지로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이사를 하면서 항상 정원을 가꿨다고 한다. 어디든 꽃과 함께 해서 꽃과 자연,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력으로 이런 책을 쓴 게 아닐까. 저자가 들려주는 꽃 이야기가 동화처럼, 옛날이야기처럼 재밌고 흥미롭다. 명화 속에서 만나는 그림도 다시 보니 색다르다. 고흐의 해바라기도 그랬다. 노란 해바라기가 슬퍼 보인다. 우리 주변 곳곳에 꽃들이 가득한 것 같았다.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로 꽃을 표현한 방법도 좋았다.


꽃이 피고 지는 게 당연한데 <덧없는 꽃의 삶>이란 제목이 너무 슬펐다. 꽃 대신, 다른 단어를 써도 그럴 것 같아서다. 뜨겁던 사랑, 악착같이 모은 돈, 인간의 삶도. 이제는 꽃을 좀 더 자세히 볼 것 같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란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피오나 스태퍼드의<덧없는 꽃의 삶>으로 만난 꽃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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