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서유미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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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 작가의 소설은 많이 읽지 않았다. 떠오르는 게 없다. 읽었을지도 모르는데.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는 표지의 분위기에 반했다. 나는 표지가 중요하다. 한적한 휴가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표지다. 쓸쓸하것 같지만 편안하다. 이 소설집에서 모두가 헤어지는 건 아니다. 그런데 묘하게 제목이랑 잘 맞는 소설집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매의 서울 상경기처럼 보이는 <에트르>는 내 친구나 친척 동생의 이야기 같아서 좋았다. 서울에서 방 한 칸 얻기가 얼마나 힘든지. 나는 집에서 직장생활을 해서 그 고생을 잘 모르지만 방세에 생활비를 빼면 월급은 바로 마이너스라는 건 안다. 고향을 떠나서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취직을 하거나 원하는 진짜 일을 하고 싶은 마음. 이력서를 쓰며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고역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언니와 공부를 하는 동생. 이사를 하기 위해 방을 보러 먼 길을 가는 모습이 무척 짠하다.

 

현실적으로는 대출이 불가능하고 더 벌 수도 없으니까 쓰는 걸 줄여야 했다. 그동안 잠도 줄이고 게으름 피우는 시간도 줄이고 말도 줄이고 꿈과 기대와 감정까지 줄이며 살았는데 여전히 뭔가를 더 줄여야만 했다. (p. 12  「에트르」)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낯선 동네의 골목이, 한참 떨어져 있는 곳과 이토록 닮아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익숙해서 정겨운 것이 아니라 이곳도 그곳 같을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스산했다. (P. 28~29 「에트르」)

 

갑자기 사라진 남편의 행적을 찾아 직장 동료를 만나는 <뒤모습의 발견>속 아내는 직장 동료에게 들은 남편은 아내가 아는 남편이 아니어서 놀란다. 이혼후 임시방편으로 구한 찜질방에서 출퇴근하는 <이후의 삶>의 남자불편할 것만 같은 찜질방은 정말 천국처럼 보인다.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지만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고 가는 날 딸이 출산을 하는 기막힌 타이밍의 <변해가네>도 기억에 남았다. 만약에 우리 엄마가 소설의 주인공이라면 어땠을까. 엄마에게 한 번 물어보고 싶다. 결혼 생각도 없고 할머니도 오래전에 돌아가셨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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