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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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의 의견은, 당신은 당신이 그리도 좋아하는 그 호텔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오. 하지만 절대 착각하지 마시오. 만약 당신이 한 걸음이라도 메트로폴 호텔 바깥으로 나간다면 당신은 총살될 테니까.  (p.17)

 

남은 인생을 호텔에서만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몰래 도망을 쳐야 할 것 같은데. 그러다 죽을 수도 있으니 그냥 호텔에서 사는 걸로 만족해야 할것 같기도 하다. 700페이지가 넘는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솔직히 얼마나 재미있겠냐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에나, 지룰할 것 같은 예상을 깨고 너무 너무 재미있었다. 호칭부터 읽기도 힘든 성 안드레이 훈장 수훈자이자 경마 클럽 회원, 사냥의 명인인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이 호텔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일들이 너무 흥미진진했다.

 

호텔에서 지난 4년 동안 최고의 대우를 받았지만 이제는 위원회의 감시를 받는 수감자라 생활이다. 감옥은 아니지만 긴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백작은 노란 색을 좋아하는 당돌한 소녀 니나를 만나면서 4년 동안 한번도 몰랐던 새로운 공간이 있다는데 놀랐다. 니나는 어디서 구했는지 마스터키도 갖고 있었다. 니나랑 시간을 보내면서 백작은 조금씩 스위트 홈이 아닌 지붕 밑 다락방에 적응한다. 백작은 이제 백작이라는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은 잊고 단골 식강의 웨이터가 된다. 이게 가능한가. 나라면 이럴수 있을까. 웨이터로 일하며넛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숨고 싶을 텐데.

 

걱정은 그만. 로스토프 백작은 적성을 찾은 것 같았다. 삼인조(에밀, 안드레이)의 회의에 빠지지 않고 손님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위해 열심히(?)일한다. 시간은 흘러 로스토프 백작은 청년이 아니고 중년의 신사가 되었다. 노란 색을 좋아하던 소녀 니나는 혁명 동지와 결혼을 했고 딸 소피야를 백작에게 데려왔다. 두달 정도만 맡아주면 데리러 오겠다고 했지만 니나는 돌아오지 않았다. 중년의 신사는 소피야의 아버지가 되었다. 어느 날 공연장에서 피아노를 배우는 소피야와 빅토르를 본 로스토프 백작은 여느 아버지처럼 둘 사이를 걱정하고 화를 낸다. 소피야의 재능을 발견한 스승인데.

 

소피야는 피아노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 어린 소피야를 돌본 호텔의 모든 친구들이 축하해주는장면은 정말 멋졌다. 그리고 곧 연주를 위해 프랑스 파리로 떠날 예정이다. 딸을 격려하는 아버지의 말은 인생 선배의 조언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마찬가지란다. 우리는 종종 두려움이 엄습하는 순간들과 대면할 수밖에 없어. 그게 의사당의 연단에 올라서는 것이든, 경기장에 들어서는 것이든, 아니면…… 콘서트홀 무대에 올라가는 것이든 말이지. (p.606)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박수 갈채를 받느냐 못 받느냐가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가 환호를 받게 될 것인지의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이란다. (p.609)

 

스포일러가 될까 쓰지 못하지만 대박 반전까지 진짜 재밌게 읽었다.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끝나는 게 아쉬운 소설이었다. 친구에게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700페이지, 금방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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