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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대화
마셜 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 / 바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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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대화』/ 마셜B 로젠버그

 
비폭력대화의 핵심은 자비로운 마음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모델의 4단계인 '관찰 느낌 욕구 부탁' 기법을 이용해 말하는 연습을 해보았다. 익숙하지 않아 천천히 말하게 되니 오히려 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전달하게 되고, 내 감정을 다스리니 상대방의 마음도  잘 받아들여진다. 비폭력대화는 경청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힘이 있다. 의사소통 기술이라기 보다는 삶의 변화를 이끄는 신비한 대화기법 같다.

 
 지금까지 너무 쉽게 말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인간 성찰의 최고형태는 '관찰'이라고 한다. 하지만 난 관찰이 아니라 판단, 그것도 도덕주의적 판단에 익숙해 있었다. 

 
 비폭력대화의 가장 중요한 쓰임새는 자기연민을 계발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을 평가할 때도 NVC를 활용하여 자기혐오가 아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이다. NVC가 자기 내면을 긍정하고 소통하는 도구로서 유용할 때 타인과의 비폭력대화도 가능할 것이다.

 
'대화'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삶의 성찰하는 도구로서도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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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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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공지영

 
 들춰내기 싫은 상처처럼 미뤄두고 싶은 책을 드디어 읽어냈다. 역시 불편한 내용이다. 장애인, 청소년성폭력, 권력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인류를 배반한 종교, 나약, 회피, 변화하지 않는 시간, 불편하고 거북한 것을 멀리하고 싶지만 자꾸 명료해지는 진실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들...

 소용돌이 속에서 저 홀로 떠나야했던 강인호의 비겁함과 그 비겁함을 탓할 수 없는 허약한 이성으로 독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다.

 강인호가 자애원에 부임하면서 첫시간에 읽어주었던 자끄 프레베르의 시 「밤의 피리」는 너무나 순정해서 마치 액자형 소설처럼 개별적이며 오롯이 가 닿을 수 없는 곳에서 홀로 아름답다.

 
 어둠속에서 세 개비의 성냥에 불을 붙인다.

  첫번째 성냥은 너의 얼굴을 보려고

  두번째 성냥은 너의 두 눈을 보려고

  마지막 성냥은 너의 입을 보려고

  그리고 오는 송두리째 어둠을

  너를 내 품에 안고 그 모두를 기억하기 위해서

 「밤의 피리」 자끄 프레베르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의 도시 무진에서 일어나는 일은 단순히 사건이라고 하기보다는 권력이 어떻게 작동되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추악한 성폭력사건이다. 사건의 진실은 성폭력인데 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는 견고한 자본, 신앙과도 결부되어 있어 더 치욕스럽다. 그리고 은폐와 왜곡이 진실을 능가할 때 그 진실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내가 진신을 알고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세상이 진실을 용인해야 한다. 그러나 진실은 왜소하고 더디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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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하성란 지음 / 창비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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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하성란

 
오동나무로 만들어졌어야 할 장롱이 뒤바뀌었을 때 그녀의 결혼도 예정치 못한 길로 접어들었을까? 뉴질랜드가 실제 공간이지만 왠지 새로운 땅, 새로운 삶으로 진입하는 결혼이라는 제도와 맞물리면서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새로움이나 유토피아의 다른 이름인 듯 싶다. 결혼, 사랑에 대한 꿈들이 그녀의 장롱에 무겁게 담겨 뉴질랜드에 옮겨지는 것 외에 그녀 자신의 몸까지 그 곳에 감금되리라는 생각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이 단편은 동성애가 주는 충격보다 아무런 이유없이 찾아오는 불행의 섬뜩함이다.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장롱에 남겨진 상처, 얼룩들, 해그림자가 길어지는 오후 그저 그 빛의 주변에 서성이며 '도대체 나는 무슨 잘못을 했을까'라는 말로 하루의 문을 닫아버리는 희망없음의 섬뜩한 불행, 바로  그것이다.

 그녀의 목소리엔 내일 아침 해가 떠오를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도 해는 떠야 하지 않는가,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가, 질문 안에 또 다른 질문이 담긴, 그 질문의 물음표에 가끔은 목을 메고 싶은, 장용학의 '요한시집'에 마지막 문장처럼 그렇게 익숙해서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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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주는 선물
라라 호노스 웹 지음, 김성준.신민섭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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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주는 선물/ 라라 호노스 - 웹/ 시그마프레스
 

 모든 일이 내 탓이란 자책감에 휩싸이게 되면  실망스럽고 슬픈 감정에 매몰되기 쉽다. 이런 실망과 슬픔은 곧 우울증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는데 이런 우울증은 심한 기능 손상과 기능저하를 초래하는 기분장애 중에 하나다.

 
 일단 우울증에 노출되면 정서적 고통뿐만 아니라 신체적 기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몸과 마음 양쪽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대개 우울증에 걸리면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인 라라호노스 웹은 우울증이 종종 삶의 방향을 재정립하게 하고 인생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대안적인 해결책을 찾게 해주는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우울증은 당신이 길을 벗어났으니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경고해주는 신호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울증은 새로운 것이 성장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자기의 일부를 잘라낼 필요가 있다는 가지치기의 시기이며, 우울증을 겪을 때 삶의 속도가 느려지고 활동에너지가 줄어드는 것도 인생의 주기가 변화는 시점에서 에너지를 축적하는 시기라고 해석한다. 또한 레테의 강물을 마시듯 이전의 생활방식이나 환경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생활을 창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울증은 스스로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흔히 우울증을 감추는 경우도 많다. 우울증을 감추는 방법은 과식이나 약물과 알코올 남용이 많고 이외에도 박적인 과잉활동도 역시 사람들이 우울증을 감추는 방법 중에 하나다. 이는 너무 바쁘게 생활해서 자신의 경험을 느끼거나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함으로써 우울증을 감추는 것이며, 우울증의 고통과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 자기 성찰을 피하고 정서적 경험과 소통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의기소침, 절망감, 자신에 대한 부정적 태도, 실망감, 집중력 저하와 우유부단함 등이 우리 삶에 대해 뭔가를 얘기하고자 하는 의사소통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으로 쓰여졌다. 따라서 우울증을 부정하고 억압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정면으로 통과해야 하는것이며, 자신의 고통과 접촉하면 할수록 그 고통을 치유하는 것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한다.

 우울하다면 일단 멈춰 서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왜 그렇게 사는지 재평가하라는 신호로써 우울증을 받아들일 때 우울증은 자신의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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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밭으로 오세요
공선옥 지음 / 여성신문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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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밭으로 오세요 」 공선옥/ 창비

 몇 해 전 문화방송에서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일일연속극이 한창이었다. 극중에서 ‘금순’은 23살 어린 엄마이자, 남편과 사별하고 시댁에서 눈치를 보며 살면서도 늘 씩씩하고 자기 일에 열심인 사랑스럽고 억척스러운 여성이다. 게다가 얼굴도 예쁘니 잘 생긴 총각의사의 마음까지 흔드는 재주도 갖고 있다. 

 공선옥의 소설 <수수밭으로 오세요>의 주인공 ‘강필순’ 역시 ‘금순’과 비슷한 처지로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하지만 ‘금순’과 ‘필순’의 다른 점이 있다면 소설이 전개되면 될 수록 필순의 슬하에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서는 결국 남에 아이까지 거두어 들여 첫 남편의 아들 한수, 친구 은자의 딸들 소란, 소정, 여동생 필례의 아들인 줄 알고 받아들였으나 생판 남인 봄이, 그리고 두 번째 남편인 의사 심이섭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기 산이, 이렇게 다섯 아이의 엄마이며, ‘금순’처럼 예쁘지도 젊지도 않은 서른 중반의 그저 평범한 아줌마라는 점이다.

 이 평범한 아줌마의 이야기는 첫 남편 조영식과 헤어져 구로동에서 아들 한수와 미싱일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필순’으로부터 시작된다. ‘필순’의 서럽고 고달픈 생활은 늘 곁에 있는 친구 오은자와 함께 하기에 견딜만한 것 이었다. 그러다가 구로동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하는 심이섭을 만나 지리산 성삼재 밑으로 재혼살림을 차리게 되고 ‘필순’의 오지랖 넓은 모성은 치마폭같이 구례 땅을 감싸고 있는 지리산을 닮아가기 시작한다.

 지리산 자락으로 내려와 병원을 차린 심이섭(남편)은 ‘필순’과 아주 다른 사람이다. 절대적 가난이 아니라 가난을 선택해서 세상에 죄를 덜 짓고 살고자 하는 ‘가난을 선택한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이고, 생태주의자이며 사회봉사까지 몸소 실천하는 지식인의 전형을 이루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태어날 태부터 가난을 안고 살아온 ‘필순’과는 전혀 딴 세상의 사람이다. 심이섭이 ‘필순’을 선택한 것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구로동 공장지대를 돌며 의료봉사를 하듯 ‘필순’과 한수에게 남편이 되어주고 아비가 되어주는 봉사를 자청한 것이다. ‘필순’이 심이섭과 결혼할 무렵 심이섭이 선물처럼 자신에게 왔다고 생각했듯이 결국 ‘필순’에게 자신과 어울리지 않은 선물인 남 편 심이섭은 아들 산이를 부탁하며 결국 오영란이라는 여성과 함께 티벳트로 떠나고 만다.

 그 와중에 친구인 은자가 간경화로 쓰러져 갈 곳이 없게 되자 은자와 딸 둘을 지리산으로 불러들이고, 필례의 아들인 줄 알고 아니 꼭 그렇지만도 아닌 것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의 까만 눈동자를 보고 차마 돌려보낼 수가 없는 대책 없는 모성 탓에 봄이도 받아드리고, 지리산 대모신처럼 아이들을 품에 안고 씩씩하게 살아가게 된다.

 어미란 대저 못난 자식도 기꺼이 보듬을 줄 아는 사람인가 보다. “못나고 힘없고 못 배우고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사회로부터 밀어내기보다는 사회·경제·정치적으로 제도적 보호를 해주는 것이 바로 어미 마음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무릇 어미의 마음으로 바라보면 치유되지 못할 것도 없는 것이다.

 '책 이야기’를 쓰기 위해 이 책을 재독하면서 처음 읽었을 때처럼 또 많이 울었다. ‘필순’의 질긴 모성에 눈물이 난 것이 아니라 그녀가 부려놓은 감정의 반전이 자꾸만 가슴을 더 아프게 했기 때문이다. 뒤뜰 댓잎 서걱이는 소리에 때론 석류알 터지는 소리에도 잠들지 못해 아이를 업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빛 밟으며  한없이 걸었던 날들의 내 경험과, 성삼재를 바라보며 다섯 아이를 위해 “사람이 마음껏 울 수 있는 때가 그래도 마음은 어느 정도 촉촉한 때”라고 마른 침을 삼키며 마음을 다잡는 ‘필순’의 그림자가 오버랩 되기 때문일까? 아니다. 나 역시 어미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미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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