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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개정판 ㅣ 문학마을 Best World's Classic 2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선 외 그림, 박준석 옮김 / 문학마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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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신적으로 성인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어나야할 결별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강한 의지로 끊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식과 부모의 관계가 끈끈해서 간혹 부모가 아이를 놓아줘야할 시기이 놓아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식 또한 그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부모와의 유대를 성장기의 그것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진정한 성인으로 나아가는 것을 지연시킬 뿐이다.
고백하건데 나 또한 최근에 와서야 이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다.
부모와 스승, 가까운 친구는 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부분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이 가야할 각자의 길이 있고 우연히 가는 길이 잠시 겹칠 뿐이다. 잠시 겹치는 그 길에 인연을 맺고 함께 의지하며 걷다가도 슬프고 아프지만 헤어질 줄도 알아야하는 법니다.
부모도 나도 그것을 원하지 않아도 해어져야만 한다. 이것은 원하고 원하지 않고라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이다. 나는 부모의 길을 걸을 수 없는 존재이니까.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우리의 아버지나 스승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키는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또 언젠가 한 번은 잔인할 정도의 고독을 맛보아야 한다. 이것이 너무 힘들어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게 사실일지라도 말이다. ••• 습관이나 환경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누군가를 사랑하고 존경하며 가장 깊은 속내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되었을 때, 그러다 갑자기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이보다 더 참담하고 끔찍한 것은 없다. 그럴 때 친구와 스승에게 반발하는 모든 부정적인 생각은 독이 묻은 가시를 드러내며 우리의 마음을 향해 돌아온다. 그것을 막으려는 시도는 자기 얼굴에 온갖 상처를 만든다. 그럴 때 마음속에 도덕이 자리 잡고 있는 사람에게는 ‘불충‘, ‘배은망덕‘ 같은 단어가 치욕스런 낙인처럼 떠오른다. 여기에 굴복하면 반드시 일어나야 할 결별은 일어나지 않고 끊겨야 할 고리눈 끊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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