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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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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가 시작할때 즈음에는 독서모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한 화 한 화를 거듭나면서 마치 나도 이 독서모임에 나가는 것 같고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임에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만갔다. 책으로 나온지 한참 지났지만 볼때마다 새롭게 웃긴 책이라 리뷰를 꼭 쓰고 싶었다.

 

이 책의 분류를 뭐라 해야할지 아직도 헷갈린다. 사회부적응자들의 독서모임 이야기인지, B급 병맛 개그로 승부하는 책인지, 아니면 독서에 대한 팁이 담긴 실용서적인지. 참, 독서에 대한 만화라는 점에서 지적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역할도 있다.


단 독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가 표지에 쓰여있지만 과연 그 의도가 진실인지, 잘 전달되었을지는 상당히 미지수다. 독서중독자들의 독서 수준이 많이 높아 독자들이 읽은 책은 적고(많은 리뷰에서도 그러한듯) 어려운 말들을 하는 중독자들에게 쫄아버리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듯 하다. 자기계발서를 보는 노마드 캐릭터를 웃기게 그린 점도 책에 대한 급을 나누는 것 같아 불편했을 사람들이 있었을 것 같다. 나도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독서입문자라면 처음에 무슨 책을 보는지가 문제일까 싶다. 자지계발서로 시작하더라도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되면 점점 더 책을 읽지 않을까? 독서중독자들과 대화하기 위해 아날 학파의 역사서를 독파한 노마드처럼.

 

그래서 나도 언젠가 이 책들을 읽고 이들과 대화하고 싶다. 캐릭터임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얘기나누고 싶다. 책을 읽어 나가며 이들에게 중독된 것인지 처음엔 어리둥절했던 결말도 이제는 이런 미친 만화에서는 적절한 수준이 아닐까 납득해 버리게 된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책이지만, 어쨌든 책은 그냥 들고 읽으면 되는것!


PS. 출간한지 2년도 넘었는데 아직도 1쇄인 책이 배송된걸 보며 연재할때 결제 좀 할걸 후회가 된다. 새로운 연재도 안하시는 것 같고. 출판사들이 이 책을 내려고 경합했다는데 인세라도 많이 받으셨으면 하는 바램인데, 어쨌든 작가님들 돌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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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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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책은 유명한 것 두세권 정도를 읽은 정도이지만 그녀의 필력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잘 쓰는 사람이 쓰는 여행기는 이렇게 다르구나 싶다. 여행 동안 만난 사람들과 경험은 유쾌하게 보여주면서 한편으로 작가 본인의 과거나 작품과 관련된 깊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이고 있다. 많은 에세이들은 글쓴이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하고 그게 나에게 부담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여행기에서처럼 작가의 내면을 살짝 엿본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작가는 단순한 슬럼프가 아닌 엔진이 꺼져버린 상황에서 자신이 쓴 소설 속 인물이 가고 싶어했던 곳, 안나푸르나를 떠올린다. 해외여행 경험도 없으면서 히말라야로 떠나는 용기와 실행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읽다 보니 왜 번아웃이 찾아왔는지 조금 알 것 같다. 환상종주를 마치고 잠깐의 휴식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여행기 초고를 끄적이는 모습이 대단하기도 하고, 자신을 혹사하는 것이 익숙해보여 안쓰럽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개 쏘롱라패스에서 작가는 다시 내 인생을 상대할 수 있을까. 라고 질문을 던졌다. 내가 여행을 떠난 것도 아닌데 같은 질문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을 소진하고 에너지가 바닥난 사람들에게, 작가는 같이 힘내자느니 이런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만의 바닥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치열한 기록을 읽으면서 세상에 다시 맞설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 소설도 아닌데 이런 몰입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글이라니 다시금 작가의 공력을 느낀다.)


왜 가보지도 못한 곳을 소설 주인공이 그렇게 그리워하는 곳으로 설정했을까. 아직 읽지 못한 <내 심장을 쏴라>가 궁금해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산악인과 셰르파들 사이에서 신화처럼 회자된다는 <럼두들 등반기>도 함께. 읽은 책에서 또 다른 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독서는 너무 즐겁다.

나는 세상으로 돌아가 다시 내 인생을 상대할 수 있을까.
어떤 목소리가 답해왔다.
죽는 날까지. - P186

이제 와 나는 울고 싶었다. 그러면 내 인생을 지배하고 있는 이 두려움에서 놓여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달리지 않으면 고꾸라진다는 두려움, 고꾸라지면 죽는다는 두려움으로부터.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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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한 팀이 된 여자들, 피치에 서다
김혼비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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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최근 책들을 참 재미있게 읽어서, 명성을 얻게 된 최초의 계기를 읽어보려 골랐다. 첫 책이라아직 완전체는 아닌 것 같았지만 김혼비 스타일이 여기에서 시작되었구나 싶은 드립과 재치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최강의 초 개인주의자인 '내'가 단체스포츠 끝판왕인 축구팀에 입단하는 이야기부터 즐겁게 술술 읽힌다. 입문 과정, 감독과 팀원들, 상대 팀들, 연습 시합, 기술 연마 등등 작가가 겪은 경험들을 나누며 여자축구의 세계로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어찌나 재밌어 보이는지 다 읽고 나서는 축구가 대체 뭐길래..라고 되뇌이며 여자축구를 검색하는 나를 발견하고 약간 머리를 흔들었다. 아, 나 운동 안좋아하는데. 넘어갈뻔 했다.

 

'여자'가 '축구'를 하는데 애로사항이 없는 건 아니다. 국대 출신 선수에게도 코칭하려 드는 남자들, 공차고 있으면 남편은 어쩌냐는 질문들은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성가심이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을 뿐인데.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세상을 위해 더 많은 여자들에게 축구를 권하는 작가를 따라 인식의 구획을 넘어서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세상이 일방적으로 나눈 구획들이 선명하게 보일 때면, 우리가 속한 팀과 거기서 하고 있는 취미 활동이 그 영역을 어지럽히고 경계를 흐리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이 ‘운동‘이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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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물리학 -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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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분들이 좋아한다는 얘길 듣고 궁금해져서 도전해본 카를로 로벨리. 입문자에게는 역시 가장 가벼운 두께의 강연 모음집이지 란 생각으로 선택했다.


저자인 카를로 로벨리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여 '루프양자중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꽤나 알려진 물리학자였다.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우주의 구조, 입자, 공간입자, 블랙홀, 마지막으로 우리 인간의 존재에 대해 짚어보고 있다.


서문에서 '현대 과학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라고 했으나 이는 너무 겸손한 표현이고 듣는 사람을 과대 평가하신게 아닐지. 20세기 물리학의 핵심 이론들과 최신의 아이디어까지 다루고 있으나 이 얇은 책으로는 각 이론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 이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나머지 공부를 위해서는 더욱 친절하게 쓰여진 다른 책들을 의지해야 할 것이다.(앗 오히려 이러한 분야의 책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배경지식 수준에 대한 믿음이 있으셨던 건가..!)


강연에서 저자가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마지막 장의 내용일텐데 사실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현대 물리학 속에서 인간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우리의 가치나 꿈, 감정 지식, 더 나아가 우리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는 내용이었지만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어려웠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지극히 평범한 세상의 일부일 뿐이지만 호기심이 넘치고 지식을 탐구해 성장시킨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계의 끝부분에서 세상의 신비와 아름다움이 반짝이고 이에 대한 서술이 자연에 대한 엄숙한 존경심을 이끌어낸다. 


짧게 다뤘지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시간에 대한 열역학적 서술 부분이었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열이 있을 때만 발생한다'는 문장은 낡은 엔트로피 법칙을 낯설게 보게 했고 거기에서 심화되어 나가는 시간과 현재에 대한 논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아주 객관적인 상황에서 현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보고 통념과 반대되는 과감함에 놀랬는데 이게 물리학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문장이라니. 저자의 다른 책에서 이에 대해 더 자세한 부분이 있을것 같아 더 읽어볼 생각에 기대가 된다.


덧. '물리학은 그저 어떤 무엇인가의 상태와 다른 무엇인가의 상태의 관계를 규정하는 조건일 뿐'이라는 어구에서 왜 몇몇 분들이 이 작가를 좋아하고 물리학에도 관심을 가지시는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문장보다는 내용을 기억하기 위한 밑줄긋기가 필요한 책.

중력장이 공간 속에서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중력장 자체가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일반상대성이론의 개념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예측에서든 리만의 이론에서든 그 속에 감춰진 아름다움과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만 인정할 줄 알면 됩니다.

양자물리학 이론들은 물리계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는 설명하지 못하면서, 한 물리계가 다른 물리계에 어떻게 인지되는지만 설명합니다. ... 현실은 상호작용으로써만 설명될 수 있다는 개념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의미일까요?

루프양자중력이론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으로, 두 가지 이론이 서로 호환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재작성된 내용 이외에 다른 가설은 전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 루프양자중력이론의 핵심은 공간은 연속적이지 않으며 무한하게 나누어지지도 않지만 알갱이로, 즉 ‘공간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저 공간 양자와 물질이 계속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기본적인 과정만 있습니다. 우리 주위를 계속 맴도는 공간과 시간의 환영은 이 기본적인 과정들이 무더기로 발생할 때의 희미한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고산지대의 어느 조용하고 맑은 호수는 사실 무수히 많은 아주 작은 불문자들이 빠른 속도로 춤을 추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자연은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형태로 무한한 우주 공간에 존재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 위, 우주에 정말 드넓은 공간이 존재하는데, 변두리 구석에 위치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런 은하에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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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스노볼 드라이브 오늘의 젊은 작가 31
조예은 지음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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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인류적 재앙이 이렇게 체감되는 시기가 지금껏 있었나. 코로나 덕분에 디스토피아 세계란 이런걸까 하고 조금 짐작해보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잠시라도 멸망이 우려되는 세계에 살았기 때문에 지금이 <스노볼 드라이브>를 읽기에 적합한 시점이 아니었나 싶다.

다 망해버리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중얼거리던 모루. 갑자기 사라진 이모를 찾아나서며 이월을 만나고 이모의 행방을 쫒던 둘은 녹지 않는 방부제 눈이 내리는 세상을 따라 달려나간다. 결말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길을 따랐지만 둘이 이 세계를 구하거나 구원받지 않아도, '가만히 기다리는 건 이제 못하는' 서로가 있으니 괜찮을 것 같다. 둘이 설원을 달리는 과정이 많이 춥지는 않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서 등장인물에 대한 애정과 응원이 느껴져 매우 찡했다.
 
 사실, 기후변화니 생물멸종이니 아직까지는 다수의 (그리고 나의) 삶의 방식에 영향을 크게 주고 있지는 않다. 관련 책을 읽을 때나 아 그렇지.. 하고 잠깐 떠오르는 정도지.. 지구는 서서히 멸망해가고, 인간은 이런 세계에서 꾸역꾸역 살아간다. 종말이란 이런걸까. 그것이 갑작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오고있음을 다시 생각하니 슬프고 우울해진다. 모루와 이월처럼, '영원히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필요하다.
 
 덧. 어느 정도는 국내 작가의 SF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많이 내려놓은 상황이어서 조금 후한 점수를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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