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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천재의 비밀노트 - 숫자기억하기 세계기록 보유자
오드비에른 뷔 지음, 정윤미 옮김 / 지상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인상깊은 구절
"톱이 나무를 자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듯이, 기억법의 궁극적인 목표는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기억법이 없어도 됩니다. 하지만 기억하지 못하면 이해도 힘들어집니다. (...)
(...) 사실 우리가 시험을 칠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공부한 것을
다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31~32쪽)
"지금까지 모든 기억력 훈련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기억할 수 있는가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핵심적인 것은 어디에 어떻게
정보를 저장하느냐 입니다. 머릿속 어딘가에 정보를 잘 저장했더라도 정작 다시 찾아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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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공부 내용을 무작정 달달달 외웠던 기억이 난다. 대표적인 게 연습장의 깜지화다. 실제로 담임 선생님이 하루에 한 장씩 그렇게 하도록 시키기도 했고, 시키지 않아도 우리는 그렇게 무언가 외울 내용을 연습장 가득 쓰기 바빴다. 하지만, '무작정'이라는 말 속에도 뭔가 방법이 숨겨져 있을 텐데 그게 뭐였을까를 지금 생각해 보니 대략 교과서를 반복해서 읽고 '어떤 위치에 어떤 내용이 있었어'라는 식으로 시각화를 조금 겸했던 것 같다. 어쨌든 평범한 머리로 무식하게 공부를 한 셈이다. 이런 나이니만큼 어른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리며 이제라도 나의 기억 능력을 발휘하여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기억력천재의 비밀노트>는 숫자기억하기 세계기록 보유자인 오드비에른 뷔가 자신의 기억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래서 다른 기억 비법들-사람 이름 기억하기, 지리와 역사 기억하기, 농담이나 수수께끼 기억하기, 길 찾아가기, 외국어 단어 기억하기, 연설문 기억하기 등도 알려주지만 전반적으로 숫자와 관련된 기억 비법이 가장 명료하고 다른 기억 비법들을 배우는 데 기본 공식이 된다.
오드비에른 뷔가 알려주는 기억 비법은 '헤드메모기법'이라고 하며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용하고 있는 스토리 기법, 연결 기법, 첫 글자 기법 따위와 다르게 여정 기법에 위치설정기법도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여정 기법은 스토리 기법, 연결 기법하고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앞에서 기본이 된다고 말했던 숫자관련 기억 비법은 기억의 필수요건 중에서 시각화까지를 말하고 이를 활용하려면 여기에 반드시 위치설정기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말인 것 같다.
기억의 필수요건 : 관찰 · 연상 · 시각화 · 위치선정
그러니까 위치를 설정하지 않는다면 허공에 떠다니는 통닭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그것 자체로 완성된 것이고 맛나게 먹을 수는 있겠지만 어쩐지 불안하고 어디를 표적 삼아 손을 뻗어야 할지 잘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통째로 통닭을 못 먹게 되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나의 공부 방식이 손으로 하는 공부이거나 손이 더 고생하는 공부, 단기기억을 위한 공부, 재미없는 단순한 시각화에 의존한 공부, 기계적인 공부였다면 헤드메모기법은 머리로 하는 공부이며 적당한 연상과 생동감 있는 시각화를 찾아서 여행을 떠나보는 재미난 공부이자 장기기억에 보존하고자 외울 때만큼은 확실하게 집중하는 열심 기법이다.
이 책을 덮으며 새삼 이런 점을 느낀다.
'무슨 일을 하든지 재미나게 열정과 끈기를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자세가 필요하겠구나.' 처음 책을 집어들었을 때 내심 손쉽게 기억하는 비법을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없었다. 이 책은 어느 정도 연상 작용(두 가지 이상의 사상이나 이미지 사이에 존재하는 연관성을 말하는 것으로, 한 가지 사상이 떠오르면 자연스럽게 연관된 또 하나의 사상이 기억 속에 되살아나는 현상-55쪽)이 가능하고, 시각화를 즐길 만한 상상력을 지닌 중학생 이상이 보면 좋겠다. 학생이 아니라면 필기도구가 없을 때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기억하기에 좋은 자신만의 비법 만들기에 굉장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