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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하여 - 자유와 탄생편
김유정 지음 / 자유정신사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 대하여 - 자유와 탄생 편
探我八考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8가지 고찰
金有情 지음 / 자유정신사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된 옛날이야기 같은데 그땐 류시화 씨나 이외수 씨, 달라이라마의 약간 구름 잡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인도에 한 번 가보길 꿈꾸기도 했고, 낚시도 못하면서 낚싯바늘 호수에 동동 띄우고 마음 편안하게 살아봤으면... 그런 막연한 꿈을 꾸면서 사회가 변화하는 흐름을 타면서 열심히 적응하고자 노력했다. 노력은 했으나 남는 건 없더라. ㅎㅎ 훌훌 털고 무작정 내 마음대로 살아보고 싶었다. 안 되더라. ㅎㅎ 그래도 역시 ‘나를 찾는’ 여행은 언제라도 솔깃해진다.
이 책은 ‘나에 대하여 - 자유와 탄생 편’으로, 인문 철학 전문 출판사에서 김유정이라는 분이 인간 일반 삶의 개선을 위한 철학에 뜻을 두고 시리즈로 출간 예정인 책 가운데 한 권이다. 일단 나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고 보니 현실을 떠나 산으로 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접어두기로 했다. 그러나 이 책의 기본구성은 사흘 여정으로 삶의 예지자인 ‘붉게빛남’을 주축으로 저자를 포함하여 나를 찾는 여행에 동참하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산을 오르는 과정 그 자체이다.
산 아래 조그만 카페에서 처음에는 예지자와 세 사람이 모였는데,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하나 둘 동참하는 사람이 늘어간다. 아름다운 시를 쓰는 친구, 정의를 탐구하는 친구, 도덕에 열심인 친구, 예술을 사랑하는 친구, 철학을 공부하는 친구,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친구... “처음 자유를 위한 연대(連帶) 사람들은 자신들의 숨겨져 있는 [나]를 찾기 위해 붉게빛남과 함께 길을 떠났던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아직 그들이 이 모임에 왜 참여하고 있는지 어느 순간 이 모임으로부터 벗어날지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은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붉게빛남을 따라 가고 있으리라.” (158쪽)
이야기도 때론 산으로 자주 간 것 같다. 너무도 명료하게 답을 제시해 줄 것만 같은 예지자의 말씀과 책의 구성. 그러나 답은 어디에도 없고 과정만이...
어찌 되었건, 철학에서 이론작업 하나를 하더라도 내가 있는 현실의 복닥거리는 삶을 떠나 한 번쯤 산으로 올라가 보는 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또한 산꼭대기에 이르러 앎의 확장을 맛보았다면 반드시 산에서 내려오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들었다. 이 책의 내용은 어쩐지 산을 오르다가 그대로 길을 잃고만 느낌이다. 사실 이런 느낌은 그리 낯선 느낌은 아니다. 여기저기 철학 공부했다는 분들 강의나 사적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뭔가 명료하게 이야길 하긴 하는데 납득이 안 갈 때가 많았다. 특히 서양철학 쪽이 위대한 몇몇 철학자를 두고 신을 모시듯, 나방이 불을 쫓듯 그렇게 쫓다가 그들의 이론을 줄줄 풀어내는 사람은 여럿 보았다. 서양철학의 약점을 극복하고자 철학을 공부한 바탕 위에 문학이나 여타 예술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군림하는 자세는 변하지 않는 듯했다. ‘나’를 철학에, 신에, 죽어 없어진 철학자에게, 몇몇 위대한 이론 앞에 제물처럼 바쳐버린 것만 같았다. 그래, 잃어 버린 [나]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253쪽) 응? 너무 높이 올라가라고만 하지 말자. 철학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