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가야노 도시히토 지음, 임지현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지만 (원제 : 暴力はいけないことだと誰もがいうけれど)

가야노 도시히토(파리 제10대학 대학원 철학과 박사 과정 수료, 현재 즈다쥬크 대학 국제관계학과 준교수로 재직하면서 철학을 강의 중) / 임지현 옮김 / 삼화 / 187쪽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 ‘자유’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만큼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남은 생(生)은 상황과 여력이 되는 한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내 자유를 누리면서 살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작게는 강압적인 타인의 요구가 만만치 않음이요, 크게는 성폭행, 묻지마 살인, 협박 등 엄청난 공포심을 유발하는 사회적 요인이 개인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개인은 자유를 원하고 논하기 이전에 직ㆍ간접적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되게 생겼다. 그리고 우리가 이제껏 배워온 바로는 폭력은 무조건 나쁘고 어떤 상황에서든 주먹을 휘두른다는 건 안 좋은 거 아닌가?

- 이 책에서는 단호하게 말한다. 폭력이 나쁘다고? 아니. 폭력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야. 우리 인간 존재 자체가 폭력을 바탕으로 성립되었지.

 

이와 같이 음식이나 신체의 안전, 권력 등이 모두 폭력을 통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폭력은 사라질 수 없다. (21쪽)

 

그럼에도 여전히 석연치 않은 뭔가가 걸려서 폭력을 인정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일찌감치 이런 글을 남긴다.

 

우리가 실제로 폭력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이상, 폭력을 부정하는 것은 완전히 무의미하다. 무의미할 뿐 아니라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왜 무책임하다는 것일까. 폭력을 부정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정의롭게 보일지 모르나, 사실상 폭력에 대한 성찰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안 된다’고 하면서 현실을 기피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포기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절대 안 돼”라든지 “용납 못 해”라며 큰소리를 치는 사람들일수록 폭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의 도덕적 입장을 표명하는 데에 자기만족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22쪽)

 

정말 그랬다. 어떤 네티즌 한 명이 요즘 애들은 반공의식이 없다면서 국가안보를 부르짖는 글을 올렸는데 글 자체도 황당했지만, 댓글을 보아하니 자기는 그냥 도덕적으로 그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조건 부르르짖는 거였다. 대책은 더 대책 없다.

 

 

 

 

지금까지 종교(좋은 것)를 빙자해서 저질러온 수많은 악행, 전쟁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운데, 아직도 폭력을 더 큰 폭력으로 말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이처럼 폭력은 인간 존재와 떼어놓을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임을 밝히며, 우리 사회에서 폭력을 바탕으로 성립하는 가장 대표적인 국가에 대해 매우 비중 있게 다루면서, 폭력을 도덕적으로 판단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으므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자는 글로 마무리한다. 물론 푸코, 스피노자의 철학적 고찰을 함께 소개하긴 하지만 철학적 고찰이란 게 그렇듯 현실적으로 쏙 와 닿는 대책은 아니다.

 

아무쪼록 국가의 역할과 그 폭력의 제어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인 것만은 분명한데 아무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지기만 할 뿐, 죄짓지 않고 사는 우리의 자유를 그다지 허용해주지 못하고 있다. 강제적으로 세금만 걷어갔지 우리를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게 문제다. 이걸 문제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 책의 저자 가야노 도시히토는 몇 번을 깜짝깜짝 놀라게 일침을 가한다.

 

국가나 야쿠자 양쪽 모두 복종을 하면 보호를 해준다는 식으로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한다. (128쪽)

세금에는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이 숨어 있다(118쪽)

폭력은 권력을 낳는다. (...) 왜 국가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 권력을 사용하여 사람들로부터 돈을 징수하는 것일까.

이는 스스로 노동하거나 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보다 폭력을 통해 사람들로부터 노동의 성과를 거둬들이는 편이 훨씬 손쉽기 때문이다. (134쪽)

세금의 용도에 대해서도 국가가 세금으로서 거둬들인 돈은 반드시 민중을 위해서만, 공공을 위해서만 쓰이지는 않는다. 권력의 자리에 앉은 정치가나 공무원이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민중이 선거나 여론을 통해 세금의 용도에 관여할 수 있게 된 것도 국가의 역사상 상당히 최근의 일이다. (129쪽)

 

세금이 국민 다수의 삶을 안락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데 쓰일 것이란(또는 쓰여야 한다는) 생각은 “폭력은 나빠” 못지않게 어리석은 생각이었던 것이다. 단순한 감상에 젖어서 또는 개인의 가치판단(저거 좋아, 이건 나빠, 이러지 마, 저래야 해 등등)만으로는 필연적으로 폭력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세상일망정 그 세상을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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