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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 속고 배신당하고 뒤통수 맞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로버트 펠드먼 지음, 이재경 옮김 / 예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The Liar in Your Life
속고 배신당하고 뒤통수 맞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이 책은 "거짓말 심리학 분야에서 세계 제일의 명성을 자랑하는 로버트 펠드먼Robert Feldman(이 책 앞날개 저자 소개글에서)"이 쓴 거짓말에 관한 한 편의 치밀한 논문이다. 거짓말 분야의 박사라고 하니까 왠지 "이 사람 진짜 사기꾼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고 조금 우습기도 하다. 그런데 글쎄, 이 거짓말에 관한 연구를 제자들과 함께 30년 동안이나 했다지 않나. 현재 나도 그렇지만 저자도 처음에는 사람을 속고 속이는 일이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며, 거짓말 연구 초기에는 젊디 젊을 때였는데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뭔가 단서나 낌새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믿었단다. 결과는 완전히 참패였다. 30년 연구 결과, 거짓말은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거고(책 제목에 잘 나타나있다-<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수사관일지라도 그것을 제대로 탐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 스포츠나 공부같은 경우라면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하면 분명히 경지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거짓말을 탐지하는 연습은 시시때때로 만나는 사람마다 진짜를 확인해 볼 수가 없으니 진위 확인이 어렵고 흐리멍덩하다. 말 그대로 추측일 따름인데도 사람들은 자기 편한 대로 살기를 바라므로 특히 사회생활을 오래해본 사람일수록 자신만만하다. 눈만 보면 다 안다나... 하긴 우리 어머니께서도 자식들한테 늘상 하시는 말씀이 안 봐도 다 안다고 하셨다. 나도 나를 잘 모를 때가 많은데 참 대단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니까 이분들은 거짓말에 꽤 능숙한 분들이고, 대단하신 분들께 찍힌 거짓말쟁이는 어수룩해서 찍혔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쨌든,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거짓말은 일상이다. 누구나 다 하고 산다. 그것도 아주 수시로. 자기도 모르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 사실을 알면 혹시 우리 인간의 유전자에 거짓말DNA라도 심어져 있나...의심해 보게 된다. 그 내용이 이 책 4장 '거짓말의 진화'에서 동물의 속임수를 살펴보면서 답을 찾아간다.
" 속임수는 사회를 움직이고 유지하는 시스템 속에 너무나 깊숙이 뿌리박고 있어서 만약 속임수를 모두 제거한다면 사회는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변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변해버린 사회는 더는 편안히 살 만한 곳이 아닐 수도 있다." (18쪽)
병적인 거짓말(충동적 거짓말이라고 부르는 '허언증虛言症'이라는 병이 있다고 한다)에서부터 우리가 그다지 나쁜 거짓말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연애할 때 상대를 가볍게 속이는 것, 면접시 있지도 않은 경력을 부풀리는 것, 시험볼 때 컨닝하는 것, 각종 미디어에서 이미지를 조작하는 것, 과장 광고, 책낼 때 실화라는 꼬리표를 달아서 독자가 이야기를 더욱 믿게 만드는 것, 블로그 사기극, 학계 논문 표절, 말이 필요 없는 거짓말잔치판 정치계, 허위·위조학력, 불륜, 간통, 외도, 기업사기....점점 고약하고 나쁜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데 심지어 화장을 비롯한 온갖 치장이 진짜를 가리는 '겉치레 속임수'라고 하니.... 저자의 이 한 줄 글은 핵심을 꿰뚫은 듯하다.
"'선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들 대부분이 선수였다." (218쪽)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거짓말을 하니까 해도 된다는 지극히 물렁물렁한 결론에 이르자는 건 절대 아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착한 거짓말'이라고 포장하고 좋은 의도로 한 거짓말이라고 해도 어쨌든 거짓말이라는 건 종류를 불문하고 좋지 않다고 말하며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신뢰를 좀먹는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가려진 거짓말의 양면성이라든지 일상성을 꼼꼼하게 살피고 거짓말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일러주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무엇보다도 아직 정착이 덜된 인터넷상에서 사이버 정직에 대한 기준이 어떻게 진화해 갈지 나도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