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보일 이야기 바우솔 작은 어린이 13
한교원 지음, 이명애 그림 / 바우솔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바우솔 작은 어린이 13
<수잔 보일 이야기>
한교원 글 | 이명애 그림




이 이야기는 10살 알렌이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수잔 보일 아줌마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작고 소심해 보이는 10살 남자 아이가 마흔 하고도 일곱 살이 넘치는 커다란 아줌마와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조금 의아한 마음으로 이야기(노래)를 따라가 보았다.

책 속으로 들어가기 전, 잠깐 재미없는 사실 하나를 이야기하자면('작가의 말'에 자세히 나와 있음)

이야기 가운데 뚱뚱하고 못생긴 아줌마 수잔 보일(Susan Boyle)이 영국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은 실화이며, 나머지 절친 알렌과 있었던 일들은 지어낸 이야기, 그러니까 일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창작동화라고 밝힌다. 
 
알렌은 대도시 런던에 살다가 아빠 회사 일로 영국의 작은 마을로 이사 온 남자 아이다. 새로 이사 온 동네가 너무 낯설고 엄마가 옆집에 사시는 분(수잔 보일)을 소개해 줄 때까지만 해도 왼손을 바지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자기 방으로 가서 뭔가를 구시렁거렸던 소위 '스몰에이형' 아이다.


수잔 보일 아줌마는 작고 외진 동네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곳에서 사신 블랙번 토박이로, 가족이라고는 고양이 한 마리가 전부이고 여태 남자 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에구머니나!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려는데 책 속에서 알렌도 그런다. -"(에구머니, 이 이야기 아무에게도 하지 말랬는데!)"(13쪽) ㅎㅎ 

 
처음 알렌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맑고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저 아줌마의 목소리였나? 저 이상하고 못생긴 아줌마의 노랫소리에 홀려 그 집 뒤뜰을 기웃거렸다고?"(19쪽)

옛날에는 못생겨도 공부 잘하는 아이가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예쁘면 다 용서된다는 식으로 예뻐야 아름다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심지어 공부도 잘할 거라는 착각과 고정관념이 깊게 박혀 있다. 실제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예쁘고 날씬하고 공부까지 잘하기를 바라기도 하니 크게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이런 평범한 도시 아이가 외모와 능력이 꼭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과 겉모습이나 약점이 자신을 갉아먹을 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그 어떤 진부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수잔 아줌마가 (알렌이 왼손 흉터 때문에 힘들어할 때 큰 힘이 되어 주었지만) 세월의 힘에 굴복하여 꿈을 접고 어른들의 실상을 인정할 때는 짠함과 공감하는 마음이 일었다. - "어른들이라고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니야. 방법을 알고 있지만 결국 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단다. 지금처럼." (63쪽)

수잔 아줌마의 꿈을 되살려주고 그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준 알렌은 정말 멋진 녀석이다. 유명해진 뒤 아줌마가 하는 이야기는 진짜 감동 그 이상이다. 

"나는 여전히 나야. 유명해졌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인기라는 건 연기 같은 거지. 때로는 눈앞이 안 보일 정도로 대단하지만 잡히지 않는 것.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사라지고 마는 것. 내 생각은 그래." (101쪽)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밝게 살아가는 아이
친구의 외모를 따지지 않고 진정한 우정을 일궈나갈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은 소심한 아이는(나?) 이전보다 아주 조금 당당해졌다. 약점을 지적받고도 완전히 당당해질 수 있는 그날까지 쌀 한 톨씩 변화되어 보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