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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끌림의 과학 - 아름다움은 44 사이즈에만 존재하는가
바이런 스와미 & 애드리언 펀햄 지음, 김재홍 옮김 / 알마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THE PSYCHOLOGY OF PHYSICAL ATTRACTION
<이끌림의 과학>
아름다움은 44사이즈에만 존재하는가?
바이런 스와미(진화심리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 · 애드리언 펀햄(조직심리학자이자 응용심리학자) 지음 / 김재홍 옮김
'내가 이 책을 무슨 생각으로 보겠다고 한 거지?'
무슨 대단한 계획이 있어서 보게 된 건 아니고, 나는 아름다움을 상대적인 거라고 보는데 이 책에서는 뭐라고 말해줄까... 뭔가 믿을만한 과학적인 기준을 알려주지 않을까... (부제를 보아하니) 아름다움은 44사이즈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줄 것만 같고... 그래서 보게 되었다. 누구나 예뻐지고 싶고 멋있어지고 싶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이자 호기심이 더해졌음은 물론이다. 내가 이전에 지니고 있던 기본 사고 가운데 하나는 내적인 아름다움도 큰 몫을 차지한다는 생각인데 여기서 살펴보게 될 아름다움은 보여지는 것, 그러니까 외적인 아름다움에 대해서만 말할 것이다. 이것 외에도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의 편견(?) 따위를 물리치고 최근의 연구결과를 다방면으로 알려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 그에 대해서 몇 가지 정리를 해보고 싶다.
1. 과학자가 육체적 매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시간낭비가 아니다.
(인간의 육체적 아름다움은 화가와 시인, 철학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2. 스스로를 외모를 초월한 복잡한 존재라고 말하고 싶은가? 육체적 매력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심리학 연구는 - 한마디로 - 아름다움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 '머리말' 가운데)
3. 아름다움은 입술이나 눈과 같은 특정 부위가 아니라 모든 것이 합쳐진 전체나 그 이상으로 말해질 수 있다고 보는가? "하지만 놀랍게도 그런 가능성을 검토하는 연구는 거의 없으며, 진행 중인 연구 작업은 육체적 매력에서 얼굴과 몸이 차지하는 상대적 비중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100쪽)
"궁극적으로는 조각난 유리를 다시 붙여야 한다. 개별 구성요소의 관점에서 인간의 몸을 분해하는 것은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는 유용할 수 있지만 전체론적 접근 방식의 부재는 분명 육체적 매력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게 가로막을 것이다." (101-102쪽)
요즘 학문의 추세이기도 한 것 같은데 학제간 연구결과의 결합 및 통합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진화심리학이 그 노력의 출발점을 제공해왔다고 말한다.
4. 보편적이고 획일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게 존재하는가? "진화심리학이 육체적 매력의 과학에 제공하는 것은 어떤 얼굴이 왜 다른 얼굴보다 더 매력적인가에 대한 간결하고 강력한 이론적 설명이다."(20쪽)
5. '육체적 매력'이라는 주제는 진정한 학문의 주제가 아니라고? 육체적 매력에 관한 연구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적어도 오늘날 존재하는 대부분의 문화에서 개인의 육체적 매력이 자신의 심리적 안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 우선 현대사회가 왜 그렇게 육체적 매력을 강조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24쪽)
6. 아름다움을 측정할 수 있는가? "열렬한 애호가의 눈에 비치는 아름다움은 합리적인 이해를 넘어서는 부정확한 무정형의 개념이다. (...) 인간의 아름다움은 과학적 이해의 영역을 넘어서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관점에서 아름다움을 이해하면 아름다움의 영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아름다움에 대한 과도한 추구가 해로움과 손해를 가져오고 심지어 병적인 결과를 가져올 때 특히 그러할 것이다." (249쪽)
이 책은 기본적으로 진화심리학의 관점을 지지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여타 학문들(사회심리학, 비교문화심리학, 인지심리학, 인류학과 미학 등)을 배제하지 않고 두루 포용하며 결국 이끌림에 관한 과학의 학제간 통합·발전·확장을 바란다.
이 책의 제목이나 표지, 책 소개 어디에도 '진화심리학'(저자 소개에 나와있긴 하다)에 대한 얘기가 없기에 조금 당황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책 중간쯤 이르렀을 때, '이거 뭐야~'
투덜이 스머프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장황하게 '이랬다가 저랬다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연구결과를 내가 왜..." 

만약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인간 본성이 존재한다고 믿는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만 다뤘다면 책이 이렇게까지 두껍고 장황하지 않았을 것이다[총 335쪽 - 260쪽부터 부록으로 참고문헌(전부 영문 자료임)과 찾아보기] 나름대로 완벽한 연구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 여러 연구와 학(學), 사고를 두루 포괄하는 방식이 나에게는 좀 답답하게 느껴져서 그렇지 현재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거나 앞으로 (특히) 진화심리학 연구에 몰두하고 싶은 과학적 사고의 소유자 혹은 몸매(외모)관련 분야에 몸담고 계신 분들-성형외과 의사, 다이어트 관리사, 건강관리사, 트레이너 등-이 본다면 대단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다.
확실히 나는 동양 사고방식의 소유자인 것 같다.
"동양인들은 사물들을 전체 맥락 속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그들에게 세상은 매우 복잡한 곳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어떤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관련 요인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문제 해결에서 형식논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나치게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은 미숙한 인간으로까지 간주된다." - 리처드 니스벳(심리학과 교수), 『생각의 지도』, 16쪽
"미국은 1990년대에 들어서만 4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일본은 겨우 1명만을 배출했다. (...) 일본 내 상당수의 과학자들은 논쟁과 지적 토론의 부재를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동료들끼리 서로 비판하고 심사하는 것을 무례하게 생각하며, 논쟁과 지적 토론이 과학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인식도 부족하다." - 리처드 니스벳(심리학과 교수), 『생각의 지도』, 207쪽
요즘 신세대들은 조금 다를 것 같기도 한데, 나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 다수는 거의 그렇다고 본다. 예전에 내가 알던 분도 논문을 이 책처럼 왠지 횡설수설하다시피 쓴 것 같았다. 어쨌든, 학문이라는 게 논리적이어야 하고, 그분도 될 수 있으면 통합 학문을 추구하다 보니까 그리된 것 같은데 문제는 동료 학자로부터 지적질을 당하니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괴로워하시는 거다. 그러면서, 친한 동료학자들에게는 자신의 논문을 자주 인용해달라는 아부성 부탁도 빼놓지 않았다. 글쎄... 이런 환경에서 이 책 저자가 바라는 - "이미 수십 년이 지난 문헌들인 탓에 동시대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시급하다."(201쪽) - 연구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나게 될까.
바이런 스와미Viren Swami와 애드리언 펀햄Adrian Furnham이라는 두 학자의 이러한 과학적 연구물을 통해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미신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권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하는 다국적기업의 이데올로기와 관행에 반대"(258쪽)할 수 있는 주체성을 지닐 수 있다면 진화심리학이고 뭐고 간에 언제든 반길 준비가 되어 있다. 중반까지 지루한 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었다. 사진, 도표, 그래프 등 볼거리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