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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부모의 오답백과
앨리사 쿼트 지음, 박지웅 외 옮김 / 알마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영재 부모의 오답 백과>
완벽한 아이는 없다
미국의 영재교육을 전반적으로 살피고, 다양한 형태의 영재교육을 받은 아이들 가운데 왜 어떤 아이는 성공하고 어떤 아이는 실패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이 책의 일차 목표다. 이 결과를 토대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아이의 재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이 책의 최종 목표다.
"어떻게 하면 내 아이를 '자신의 성취를 즐기고 이를 이끌어준 부모에게 고마워하는 영재'로 키울 수 있을까?"
이 책 속에 그 답이 있다. 그 답을 통해 모든 아이가 행복하게 자신의 잠재력을 키워갔으면 좋겠다. (38-39쪽)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어째 갈수록 시들 줄을 모르고 활활 타오르기만 하는지. 특히 공부 좀 한다고 알려진 지역의 고만고만한 부모들은 환경의 영향을 안 받으려야 안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은 '괜찮다, 이 정도야 뭐. 옆집에 비하면 약과잖아.' 위안 아닌 위안을 삼지만 내가 볼 땐 참으로 위태위태하다. 어쩌면 그렇게 자식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자식의 스케줄을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 챙기고 내 몸 아파 낳은 내 자식이니까 내가 모르는 것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또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걱정하고 걱정하고 또 걱정하는지... 어디가 아픈 아이라면 이해가 가련만.
지금까지 그랬듯 나는 아직 부모가 된 것도 아니고 공교육에 몸담고 있는 선생님도 아니지만 아이들에 대한 관심, 교육에 대한 관심 하나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책 제목에서 느껴지듯 잘난 아이를 두었다고 믿고 있는 부모들에게 '이거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라는 질문과 함께 이미 쓰라린 경험을 거친 영재아들의 풍부한 사례를 들면서(우리나라 사례는 없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교육 처방전을 여러 가지 제시해 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처방전이 여느 자기계발서류에서 보듯 '정답이 이것이오!'라고 알려주지는 않는다. 관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논제가 참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 영재의 범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 재능(지능)은 정말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누구라도 열심히 배우면 습득될 수 있는 것일까?
- 그렇다면, 영재라고 판명된 아이들만을 위해 나라 예산을 쏟아서라도 잘 키워줘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 부모가 알아서 해야 하는 몫일까?
- 어릴 적 엄청난 기대와 스포트라이트가 어른이 되어서 성공이나 행복의 정확한 척도가 되어 주는 것일까? 보통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 - 적어도 이 정도는 가르쳐줘야 커서 크게 뒤처지지는 않지 - 에 맞춰서 남들 하는 것 다 어느 정도 할 줄 안다고 해서 자식의 최소한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일까?
- 배움에는 다 때가 있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어린 시절에 놓치면 안 되는, '유아기 결정론' '뇌 세포 감소' '시간의 창' '결정적 시기'라는 이론들이 정말 꼭 맞는 것일까?
다른 건 그렇다 치고, 내가 뒤도 안 돌아볼 정도로 믿고 있던 '처음 3년의 신화'나 유아기 교육의 중요성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접하고 적지않이 놀랐다. 나 역시 교육 열기 가득한 한국이란 나라에 살면서 꽤나 교육에 대한 맹목적인 신화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 보면 분명히 아이들의,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가능할 텐데 이 시대의 조급증과 불안이 똑똑한 부모들을 자꾸만 어디론가 가라고 재촉한다. 넘치도록 가진 자보다 부족한 듯 가진 자(중산층)의 아이들이 이 영재 신화의 희생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가득한 다수의 부모가 이 책을 보면 좋겠다. 산업혁명의 시기, 우리나라의 50~60년대(?)처럼 아이들이 또 다른 형태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는 건 아닌지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아이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3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