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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꼭 알아야 할 외래어 상식 220가지 - 지성in을 위한 외래어 상식사전
박영만 지음 / 프리윌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지성in을 위한 외래어 상식사전
<누구나 꼭 알아야 할 외래어 상식 220가지>
- 책꽃이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는 책
언어의 노블레스 선언! -
이 책은 우리나라에 정착된 외래어, 특히 거의 우리말 화 되다시피 한 영어권 외래어 220개를 선별하여 그 어원과 유래, 역사, 정신, 쓰임새 등을 살펴보았다. - '프롤로그' 가운데
국문학이나 문예창작을 전공 중이거나 전공한 사람이 아닌 이상 우리가 무심코 내뱉고(말) 쓰고 있는(글) 언어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두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오죽하면 '이공계 글쓰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이 한두 권이 아닐까. 그렇지만, 이렇게 재단할 수도 없는 것이 요즘은 전공과 무관하게 평범한 독자들이 자유롭게 독후감을 쓰고 그들이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루게 되면서 전문가 못지않은 글을 뽐내는 시대가 되었으니 언어에 대한 관심은 전공을 불문하고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공계 전공자이지만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부터 언어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좀 더 상식을 넓혀보고자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이 책은 부제가 '지성in을 위한 외래어 상식사전'인데 사전이라는 말이 딱 적절하다 싶게 책을 여는 문이 여느 책들처럼 하나의 소주제 아래 그 소주제를 빛내주는 글을 지닌 목차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쉽게 말해서 '찾아보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각 내용도 한 쪽 분량으로 짤막하다. 그래서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고 ㄱ부터 ㅎ까지 거의 우리말화 되다시피 한 영어권 외래어를 주욱 훑어보면서 내가 관심 가질 만한, 관심 가는 외래어를 콕 집어서 흥미롭게 읽어보면 된다. 책 소개에는 수험생, 취업준비생, 퀴즈대회 출전자 누구나 읽으면 도움이 된다고 하였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공부나 지식 획득의 차원을 떠나서 이제 막 언어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초보가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접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몇 가지는,
개그(gag)라는 말은 목에 이물질이 걸렸을 때 '캑(gag)!' 하고 소리를 지르는 의성어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것, 우리가 보통 빤스라고 부르는 말은 '반바지'를 일컫는 영어 팬츠(pants)를 일본 사람들이 서툴게 발음한 것을 우리가 받아들였다는 것, 정작 호치키스를 발명한 당사자도 아닌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게 미국의 무기 발명가 벤자민 호치키스가 종이찍개(호치키스의 순수 우리말? 박음쇠는 뭐지? 아무튼...)를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됐다는 것...거기에 더해 정작 종이찍개를 나타내는 영어 명사는 스테이플러(stapler)라는 것.
언어의 어원, 유래, 정신, 쓰임새를 살펴보는 건 이처럼 재미나다. 그렇지만,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언어가 지닌 영향력, 즉 '언어의 힘'에 대한 것이다. 지금도 새롭게 생겨나는 인터넷 언어들 속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과 정신이 김치의 속처럼 푹푹 익어 담겨 있을 텐데 그 수준이 너무 저급하기만 해서야 되겠는가. 고급문화를 지닌 한국,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멋지고 힘있는 언어를 만들어 내는 것! 너무 이상적인 생각일까? 자신은 없지만 나부터 앞으로 내가 내뱉는 말과 글을 굵은 체로 한 번쯤은 걸러서 내놓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언어, 곧 단어는 소통을 전제로 하여 그 속에 특정한 의미와 정신을 가장 압축적인 형태로 담아내는 형이상학적 도구이다. (...) 인터넷을 접속해보라. 그 속에는 단어가 퍼덕이며 요동치고 들끓는다. 새로운 언어가 탄생하고 번성하고 소멸한다.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사라진다. 참신한 단어 하나가 생활 스타일을 바꾸고 돈을 몰고 다니기도 한다. 표현의 시대에 언어는 이미지와 함께 그 어떤 것보다도 영향력 있는 수단이며 도구이다. -'프롤로그'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