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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내게 단 하루가 남아 있다면!" -이 책 띠지에
단 한 명의 폭탄남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괴롭지만 그럭저럭 살아보지, 라며 다소 안이한 생각까지 할지도 모르겠는데, "살...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면, 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보통 이런 질문은 재미로 많이 받아보곤 하는데 이 책에서 만나볼 '단 하루'는 극심한 고통과 함께 찾아오는 그런 하루일 거라고 본다. 이 극심한 고통은 몸의 고통뿐 아니라 마음의 고통까지를 이르고, '단 하루'란 글자 그대로 24시간이 아닌 죽음을 선고받고 앞으로 살 수 있는 시한부 기간이라 해야겠다. 저자가 이 책을 내기까지 그렇게 애를 태운 것은 다름 아닌 마음의 고통 때문이다.
신체의 고통은 어느 정도 줄여 줄 수 있지만
마음에서부터 오는 아픔은 달래기가 어렵다.
심각한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만나면 마땅한 처방전을
찾지 못해 속만 태운다. 내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환자가 고백이라도 할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그저 벌거벗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 마주앉아
환자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수밖에......
그럴 때마다 내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운다. (17쪽)
이 책의 저자 오츠 슈이치는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호스피스 전문의다. 이미 천여 명의 말기암 환자를 지켜봐 왔기 때문에 연세가 좀 드셨을 것 같은데 책 내용으로 봐서는 아직까지 결혼도 하지 않으신 채 착하디 착한 사람들의 마음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이 못내 괴로우셔서 이렇게 책으로나마 겸손하면서도 차분하고 따스한 목소리로 우리가 잊고 지내는 중요한 숙제가 있다는 사실을... 작지만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인생이라는 선생은 절대 호락호락 넘어가는 법이 없다.
한 사람의 일생을 점검하면서 마지막 숙제를 부과하는 것이다. (233쪽)
책 목차에 들어가기 전에 '죽음을 앞에 두고'라는 제목의 프롤로그가 참 인상 깊다. 습관처럼 빨리 목차를 훑고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어쩌면 그렇게 지그시 눌러주시는지... 숙연한 마음이랄까. 후회, 후회, 후회,..가 메아리 친다. 그러니까 인간이라는 생물은 본래가 후회를 먹고 사는 생물이지만 적어도 마지막 눈을 감을 때 가슴을 치고 후회할 일은 제거하자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모두 공감할 만한 후회목록 스물다섯 가지는 아닐지라도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주변을 둘러보게 하므로 새로운 해를 맞이한 이 시기에 만나보면 참 좋은 책이다.
잘 읽어나가다가 책 끝부분에 이르러 약간 현실적인 얘기가 나와서 가슴이 쿵쾅 뛰고, 두렵기도 했지만, 코너를 돌아 다른 길로 가고 싶지 않았다. 이것은 저자가 그렇게도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일러주는 바에 맞지도 않고, 불시에 닥칠 죽음에 대비하는 올바른 자세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책에 나오는 Y 선생처럼 말과 진심이 다른 사람으로 늙어 죽게 되면 안 될 텐데... 똥고집 피우다가 인생의 가장 큰 보물을 놓치면 안 될 텐데... 말도 안 되게 결혼 안 한 호스피스 전문의에게 "저희 딸자식을 거두어 주시면..." 부모가 이런 유언을 남기게 해서는 안 될 텐데... 그리 기분 나쁘지 않은 온갖 걱정과 후회들이 밀려온다. 나는 정말 진지하게 후회 다이어트를 시도해야 할 사람이다.

↑뚜벅뚜벅 혼자 가는 길이지만, 잔잔하게 퍼지는 울림은 어찌 만들어낼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