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중년에게 말을 걸다
서정희 지음 / 마음터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중년 [中年]
1 마흔 살 안팎의 나이.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이르며, 때로 50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2 사람의 일생에서 중기, 곧 장년·중년의 시절을 이르는 말.


 
중년. 아직은 나에게 낯설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낯선 것만은 아니다. 한창 젊은 시절 밖으로 나돌아다닐 때는 몰랐던 부모님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사회에서 만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을 떠올려보면 내가 지금까지 중년을 얼마나 무시하고 살았는지 알게 된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도 잠깐 이야기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중년은 왠지 베일에 싸인 것 같고 얼마간 우울증을 겪는 처진 사람들의 집합 같다는 느낌이다. 이것은 물론 언제나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지난 경제난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중년의 이미지가 더하여져서 더욱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게 된 것이리라. 이 책에서 저자가 꼭 집어서 이야기하는 건 '한국의 중년에게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어색하다'라는 말이다. 왜 그럴까?

지금 미처 준비하지도 못한 채 중년에 닥친 사람, 주변에서 힘들어하는 중년을 바라보며 더 고달파하는 사람, 곧 중년을 맞이할 사람... 여러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쩌든 누구나 중년을 거쳐 갈 것이고 중년과 함께 행복한 삶을 나누고 싶을 것이다. 그러자면 중년의 이야기(속마음)를 들어보아야 한다. 이 책이 꼭 그런 책이다. 책 제목만 보자면 일반 중년의 삶을 두루 엿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저자 서정희(심리학과 및 심리학 박사과정 졸업) 님이 자신의 경험담을 두런두런 들려주는 식이다.  첫 장 처음 이야기가 옛 친구인 강 교수의 강의 청탁 전화를 받고 우연히 어린 시절을 보낸 안양이란 곳으로 가게 되어 감회에 젖는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어떤 사전 설명도 없이 두 작가-김영실과 선우휘의 이야기를 하고 작품을 이야기하는데 내가 문학 쪽에 문외한이라서 그런지 공감이 잘 되지 않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이어지는 중년의 삶 이야기는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의 글이어서 중년의 삶 전반을 다룬다는 느낌이 들었고 표지에 그려진 어느 한적한 곳, 흔들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우리의 중년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게 했다. 아마도 이런 시간 자체가 쉼표이자 독서가 가져다준 여유로움일 것이다. 


"꼬부림은 나를 움츠리는 비겁함이 아니라 조금 쉬면서 세상과 통하는 문을 여는 쉼표와 같다. 그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숨고르기다. 그래서 꼬부림은 더 큰 도전을 위한 예비 동작이 된다.

쉼표를 보통 콤마라고 표현한다. 콤마는 아이가 엄마의 치마폭으로 숨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책을 읽다가 이 모양이 나오면 한 호흡을 쉰다. 액수가 많은 돈을 계산할 때도 천 단위로 찍힌 콤마를 보면서 한숨 돌린다. 콤마는 '작은 나'가 '큰 나'로 변신하는 정거장이다.

젊게 산다는 것이 마냥 앞만 보고 달린다는 것은 아니다. 엄마 배 속에서 자라는 태아처럼 새로운 탄생을 위해 첫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음의 씨앗을 찾는 꼬부림이다." (48-49쪽)



현실에서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께 쉼표를 권해 드리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드실 것만 같지만 경험담으로는 그분들이 부디 더 큰 도약을 위한 제대로 된 쉼표를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도 저도 아닌, 비생산적인·소모적인 걱정은 마치 몸에 해로운 매연처럼 젊은이들을 가슴 답답하게 한다. 책읽기를 마치며 "중년의 도약을 위하여~!" 소리 없이 응원을 보내본다.


"40대는 서른에서 10년이 지난 나이다. 그러니 제 눈으로 세상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 나이로 치면 열 살에 불과하다. 열 살의 나이는 앞으로 달리려는 욕망이 넘쳐 주변을 바라보기 어려운 나이다. 어느 정도 실력과 자신감이 붙었으니 유혹도 많다. 그래서 공자는 불혹이라는 말로 감정 통제를 권했다. 그 뜻은 '쉼표'를 즐기며 새로운 '느낌표'를 열라는 것이다." -이 책 '에필로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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