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아름다운 밥상
이경애 지음, 하지권 사진 / 아름다운인연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웰빙(well-being) 바람이 무섭게 불었다. 여기서 굳이 '무섭게' 불었다고 한 이유는, 마치 IMF를 기점으로 세대 간의 격차가 몰라보게 벌어진 것처럼 웰빙 바람 전과 후는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전까지는 남들이 다 햄버거나 피자를 먹으면 나도 먹어주고 대략 주어지는 대로 먹었던 것 같다. 그런데 웰빙[->참살이] 바람이 한두 차례 매스컴을 타자 몇몇 패스트푸드점은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렀고 아주 어린 아이들도 청국장을 곧잘 먹는다는 얘기까지 듣게 된다. 이만하면 국민 다수가 먹을거리에 대한 의식전환이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즈음 월간 《불교와 문화》에 절집 공양간[供養間 : 절에서 음식을 만드는 곳]을 소개하는 기획물을 실었던 모양이고 이 책은 그때 실었던 내용에 더하여 '산사의 아름다운 밥상'을 다시 차려낸 것이다. 짐작할 수 있듯이 절집 공양간은 출입이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곳이다. 비교가 적당하지는 않지만 우리 중 누구라도 제 집, 제 방 - 속 깊은 곳을 선뜻 소개해도 좋다고 허락할 사람이 많지 않듯이. 그래서 저자 이경애 님의 취재기겸 여행기 곳곳에는 수고로움이 묻어난다. 특히 이 책 전반에 흐르는 공양간 풍경은 무척 인상적이다. 또 짐작했어야 했듯이 절집 공양간 음식, 그러니까 우리 음식은 정확하게 분량을 재서 만들 수 있는 서양음식과 달라서 비법을 한 번에 전수받을 수 있을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각 장 마무리는 절에서 들려준 밑반찬 만들기 비법을 공개한다.    

그래서 조금 아쉬웠던 점이라고 한다면, (안 봐서 모르겠지만) 월간지에 실었던 글 하나하나의 묶음 방식보다 레시피[recipe : 요리책에 쓰이기에 적합한 상세한 요리 비법]는 부록처럼 뒤에 따로 묶었다면 주부도 아니고 요리전문가도 아닌 일반 독자가 공양간 분위기를 엿보는 데 좀더 편안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누구나 건강해지고 싶고 오래 살고 싶어한다. 특히 노년을 앞둔 어떤 어르신들은 들리는 얘기로 값비싼 한식 음식점에 가면 몸에 좋다는 나물이고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 심정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라 조금 웃고 말았는데 이제 보니 참 우스운 이야기다. 도봉산 원통사의 한 별좌 보살은 겸손의 말로 "좋은 요리란 좋은 재료를 선택해서 될 수 있는 대로 간단하게 요리하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141쪽)"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내가 느낀 점은 산사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참살이에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위와 같은 어르신들뿐만이 아니라 무조건 몸에 좋다는 음식만 많이 먹고 보자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소박한 음식 사진 한 장에 산사의 깊디 깊은 적요와 산사 사람들의 단정한 몸가짐, 손수 재료를 가꾸고 만들어 먹는 정성, 곡식 한 톨에 담긴 노고도 잊지 않고 기도하는 경건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제는 우리 음식 문화에도 식탐을 넘어서 품위를 더할 때가 아닌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