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탐정으로 있어줘』는, 여섯 가지의 독립적인 사건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취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일부는 전작을 알아야만 후작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러나 동료 교사인 이와타, 그의 후배 시키, 대학 친구 미사키 등 등장인물이나 배경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맥락은 치매에 걸려 누워있는 상태에서도 이성적 추론과 판단력을 잃지 않는 할아버지를 통해,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손녀 가에데가 들려주며 함께 추리해가는 내용이다. 결정적으로 형사나 경찰이 등장하는 부분은 없지만, 프랭크 리처드 스톡턴이 구사한 서술 트릭 미스터리이자 리들 스토리 <미녀일까, 호랑이일까?>처럼 사건 발생 뒤의 이야기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둔 듯하다.
가에데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루이소체 치매(DLB)'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를 병문안한다. 그녀는 유년 시절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주변 사물을 보며 가설을 세우고 스토리를 짓고 한편의 동화를 만드는 것을 놀이처럼 즐겼다. 1970년 전후, 할아버지는 수많은 미스터리 작가와 평론가를 배출한 대학 동아리 '와세다 미스터리 클럽'의 주요 멤버였다. 지금의 할아버지는 환시를 볼 때를 제외하곤 - 그 환시조차 논리성을 갖춘 환시로 나타나곤 해 - 여전히 변함없는 지성을 발휘한다. 손녀의 이야기를 먼저 경청하고 모순점을 하나씩 짚어내고 꿰맞춘 뒤 변주하는 전형적인 안락의자형 탐정의 모습, 오류가 전혀 없는 완벽한 스토리로 말이다.
제1장 진홍색 뇌세포
가에데를 해외 고전 미스터리 소설의 팬으로 만든 - 할아버지가 속했던 대학 동아리 출신의 미스터리 문예 평론가 - '세토가와 다케시'의 유작을 중고 서점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래된 헌책이지만 독자의 애정이 곳곳에 묻어난 점과 그 속에서 발견된 작가의 부고 기사들이 의아함을 준다. 그토록 애정하면서도 책을 왜 팔아버린 걸까?
제2장 요리주점의 ‘밀실’
도쿄 도내 요리주점 '하루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장소는 남자 화장실이고 죽은 남성의 등엔 칼이 꽂혀 있었다. 공교롭게도 화장실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바닥에서 흘러나온 피로 인해 현장이 발각됐다. 범인은 사장이 쓴 표음문자의 오류, '메뉴의 수수께끼'에 있다.
제3장 수영장의 ‘인간 소실’
마치 쇼와 시대 미녀를 연상케하는 초등학교 여선생이 서른 명의 반 아이들 앞에서 홀연 사라졌다. 그것도 학교 내 수영장에서. 힌트는 마지막 20분간 주어진 자유시간과 1층에 위치한 교장실, 그리고 최상의 벼슬이나 직위가 남성이라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제4장 33인이 있다!
공립 초등학교 교사인 가에데의 교실에는, 분명 32명이 있었는데 갑자기 33명이 되었다. 전쟁 때 학교 근처 방공호에서 죽은 여자아이의 혼령일까? 졸업을 앞둔 아이들을 떠나 보내는 선생님의 슬픈 환시일까? 그도 아니라면, 등교를 거부하던 여학생의 등장일까?
제5장 환상의 여인
이와타가 매일 운동하던 산책로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그가 범인으로 몰렸다. 이를 전부 목격한 여인은 구급차도 부르지 않고 곧바로 도주했다. 더 이상한 건, 매번 산책로에서 운동하며 인사하던 그 여인을 모두 모른다고 했다.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을 방불케 하는 사건이다. 목격자가 손수건으로 감싼 음료에 해답이 있다.
종장 스토커의 수수께끼
누군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상대로부터 가에데는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 그 행동이 점차 대범해졌고 이내 생명의 위협까지 도달했다. 가에데에게 전화를 건 그는 대체 누구인가? 그녀의 연락처를 공개한 곳은, 할아버지 집안 벽에 붙은 비상연락처.. 간병인들과 케어 매니저를 제외한 언어 청각사와 물리치료사만이 남성이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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