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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평점 :



결혼이란,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생활 전체를 함께 꾸려갈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승인한 부부의 관계를 일컫는다. 또한, 서로 다른 가정에서 성장한 남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신들만의 새로운 가정을 일궈가는 일련의 과정들을 포괄한 관계이다. 그러나 한 집안에서 이런저런 현실들을 모두 꿰뚫고보니, 권태라는 불청객이 찾아들기도 하고, 위기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 이만 헤어져요』는, 둘이라는 관계를 다시 하나로 되돌리기 위해 치열한 법정싸움을 돕는 이혼 전문 변호사의 성장통과 같은 이야기이다. 멘토의 역할을 했던 부친의 권유와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궁금증 유발로 변호사가 된 사연, 초짜 변호사 시절의 에피소드, 최변의 결혼 전과 후에 다룬 사건과 마음가짐, 다양한 연령대의 여러 이혼 사건들을 다룬 드라마 같은 법정 이야기 등을 완곡한 어조와 함께 위트감 있게 녹여내고 있다. 9년차 이혼 전문 현직 변호사 최유나가 글을 쓰고, 만화가 김현원이 그린 인스타툰 《메리지레드》를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하나요?" 나이든 어르신들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말씀하신다. 어떤 사람을 만나든 수십 년을 함께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 참기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참는 건, 자신은 물론 상대에게도 손해다. 자신에게는 속병이 생기니 손해고, 상대에게 현명하게 주장하면 오해가 없어 원만한 가정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현명한 사람이 잘 싸우는 법이다! 한국 전쟁과 함께 국가적 과도기를 겪으신 우리네 어머니들은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인 폭행과 외도를 견디고 살아오셨다. 그 인내가 자식을 키워내기 위한 숙제였음을 뒤늦게 자각해 본다. 상황은 다르지만, 자식 하나 바라보고 살아가는 건 내 경우도 다르지 않다. 언제부터 이 지경이 됐을까?
"이 사람 아니면 안 돼!"로 시작해 부부가 되었지만, "이 사람하곤 못 살아!"로 끝내는 게 정답일까?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가 없는 구조다. 수많은 네트워크로 형성된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내 결정이 작용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다가 내가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면 결정장애를 겪을 때가 종종 있다. 헌데 내 삶은 주변의 누군가가 지시하는 것이 아닌,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시도하고나서 그래도 불행하다면, 행복해지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이 결혼의 연장선이든, 이혼이든. 대부분 갈등의 원인이 '먹고살기 바빠서'라고 한다. TV고민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하는 하소연이다. 내가 더 힘들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노동력을 더많이 인정해 달라고 토로한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를 위해 먹고살기 바빠진 걸까? 자식을 포함한 아내 혹은 남편, 가족이 아닌가? 그 주체를 잊지 않는다면 갈등은 줄어들지 않을까?
결혼한 사람들이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인즉, 불행을 예견해서가 아니라 혼자일 때보다 몇 갑절의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이할 점은, 이혼 전문 변호사라면 이혼을 성사시키는 일이 당연한데 도리어 이혼에 대한 확신이 없는 부부의 이혼을 막았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니 최변의 인간미에 감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