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식탁 -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 이야기
스쥔 지음, 류춘톈 그림,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식물학자의 식탁』은, 식물의 의학적 용도나 영양학적 가치, 식용 방법 등을 두루 갖춰 그간 알지 못했던 식물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흥미로운 도서이다. 대부분의 식물에는 양날의 검이 도사리고 있어, 어떤 방법으로 섭취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 보통은 경고의 의미로 쓴맛을 가진 독성 성분을 이르는데, 이는 중독을 일으키거나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한다. 반면, 그 독성이 약리 작용을 하여 환자의 몸을 낫게 하고, 독성 물질만 제거한다면 풍요로운 식탁으로 변신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쓴맛 나는 식물을 많이 먹으면 중독될 수 있으니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또한, 식물의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가능성과 미래를 점쳐 보기도 한다. 월등한 생산량인 카사바의 전분을 발효시켜 공업용 알코올을 가득 채운 에코 자동차를 꿈꿀 수도 있으니 말이다. 행간마다 각 식물을 소개하는 세밀화에 흠뻑 반하게 된다. 각 식물의 효능과 주의사항 등을 마치면 '스페셜 팁'이나 '미식 비법'을 통해 식물의 위험성과 안전하고 맛있게 먹는 방법 등을 얻을 수 있어 유용하다.


저자는 전문 학설이나 근거없는 소문과 날조에 대해, 영양적인 요소와 약리적 효과를 따져가며 파헤쳐 보았다. 


'안토시아니딘'은 항산화 작용을 하지만 그것은 식물 체내에서나 가능한 것이고 인체 내부에서는 장담할 수 없다. 식물의 인체의 항산화 매커니즘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사람이 먹는 게 좋다고 할 수도 없다. <미국의학회저널(JAMA)>이 발표한 글은, 항상화제 건강보조식품에 큰 타격을 입혔는데 이유인즉, 항산화제들이 오히려 사망률을 소폭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안토시아니딘을 먹어서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또다른 경고는, 야생화를 통해 건강식품과 같은 효과를 기대한다면 차라리 비타민제나 건강보조식품을 먹을 것을 권한다. 그것이 안전성과 건강을 모두 보장하기 때문이다. 영양 성분은 그야말로 맥이 빠진다고까지 했다. 그만큼 영양에 비해 위험성은 엄청나다. 

'셀러리'가 정자를 죽인다는 소문이 <셀러리 활성 성분의 연구>라는 개인 한 사람이 체험한 글을 통해, 낭설임을 밝혀낸다. 셀러리에 함유된 아피제닌이 암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한다. 굳이 셀러리의 쓸모를 따지자면, 풍부한 식이섬유가 전부다. '홍두삼'은 공기 정화와 산소량 증가, 암 예방과 항암 효과로 각광받는다. 수천만 년 동안 생존했던 홍두삼이 유명해진 건, 나무껍질에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 '택솔'이 발견되고부터다. 그러나 택솔을 차로 우려 마실 경우, 혈소판 수를 감소시키거나 심장 병변을 일으켜 해를 입힐 수 있다. 암환자들에게는 양약이지만 정상인에게는 독약이다. 

비름과 식물인 '시금치'는 성질이 차고 추위에 강하며 독이 없다. 여느 녹황색 채소처럼, 철분과 카로틴도 풍부하고, 식이섬유가 많으며 열량도 낮다. 칼슘이 다량 함유되어 있지만, 같이 함유된 옥살산'로 인해 칼슘 흡수에 방해를 준다. 그래서 도리어 칼슘 보충이 아닌 캄슘 유실을 초래한다. 시금치와 두부를 같이 먹으면 독성이 배가 된다는 말은 낭설이다. 결석의 주요 원인이 혈액에 들어간 옥살산 때문이지 두부는 죄가 없다. 물에 잘 녹는 옥살산은 시금치를 데치면 안전하다. 시금치 뿐 아니라 토란, 비트 등에도 옥살산 함량은 많다. 정상적인 생리활동과 방어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옥살산은 식물이 해로운 이온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도와준다. 옥살산을 품고 있는 식물에 비난을 퍼붓는 인간이야말로 자기 잇속을 차리려는 욕심 때문이다. 식물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인류를 위해 생긴 것이 아닐텐데 말이다.

강력한 식물의 화학물질인 '아트로핀'은 근시 검사를 받을 때 '산동'으로 사용되는 약물이다. 우리 아이가 지난해 안과에서 조절마비 굴절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 그때 안약으로 넣은 것이 가성근시 성분을 제거할 때 이 약이 사용됐으리라. 아트로핀의 효능은, 농약 해독제로도 쓰이고, 감염으로 인한 중독성 쇼크에 안정을 주고, 수술 도중 호흡 기관이 막히는 걸 방지하기도 하고, 위장 기능 이상과 경련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의료계의 중요한 약물로 쓰이는 아트로핀을 멀쩡한 사람이 섭취하면, 경기를 일으키거나 현기증을 유발할 수 있다. 벨라도나, 도깨비가지, 황과가, 사리풀 등의 열매에 이 물질이 다량 있다니 건드리지 말자. 야생 식물의 최대 무기는 '알칼로이드'인데 혀가 얼얼해지고 호흡곤란이 올 수 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고사리'에도 시안화물이 강력해서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 '카사바'는 16세기 식민지 열풍으로 인해 식량문제를 고려한 최적의 대안이었는데, 허기는 채울 수 있으나 영양은 전분만 있다. 단백질에너지 결핍증(PEM)을 유발해 두뇌 성장을 저해할 수 있으나, 아프리카 대륙의 여러 지역에서는 여전히 이것을 주식으로 하고 있어 PEM 질병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생산량도 많고 단백질 함량도 대두보다 훨씬 높은 '연리초'에는 안타깝게도 하반신 마비를 일으키는 독성(ODAP)이 있다. 더 무서운 건,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릴 수 없고 치료약도 없다. 헌데 콩 모양의 음식 중 상당수가 연리초처럼 화학 무기를 품고 있다. 강낭콩은 혈액 속에 들어가 적혈구를 응집시켜 구토나 질식 등을 야기하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다행스럽게도 ODAP는 물에 담그면 제거가 가능하고, 익히면 유독성인 β-ODAP에서 α-ODAP로 바뀐다.


해마다 인류의 진화 사업에 공헌한 사람을 특별히 표창하는 '다윈상'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수상자 대다수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직접 실험을 가한 어리석은 말로여서 대다수가 대리 수상을 하고 있다는데 겁없는 용사들 덕분에 현재의 인류가 위험을 자각할 수 있어 감사할 일이다. 역사상 인류가 활용한 식물은 3천 종이고, 흔히 재배하는 식용식물은 150종에 불과하다. 죽은 뒤에 다윈상을 받을 게 아니라면, 위험을 각오하면서까지 야생 식물을 재배해서 먹을 이유나 가치는 없을 듯하다. 진달래로 화전을 부처 먹는것이 일종의 로망이었지만, 갓 따온 진달래의 독성을 경고한다. 반드시 깨끗하게 씻어 물에 담가 생물 독소를 모두 빼내야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겉으로는 순한 식물이지만, 맛보기에서 끝내야 한다. 


중국 식물학명이어서 그런지 용규, 자배천규, 미후도, 핵도, 추규, 산규, 개말 등 생소한 이름이 제법 많다. 하지만 용규는 우리나라에서 '까마중'으로 불리고 있고, 미후도 역시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구입하는 '다래(키위)'를, 개말은 '개암', 산규는 '고추냉이'를 가리킨다. 같은 것을 두고도 다르게 불릴 수도 있고, 중국에서만 재배하는 특산물일 수도 있겠다. 헌대 기원전 4천 년에 대마가 마약 기능을 한 것이 아닌, 목화에 필적할 의류 소재로 쓰였다고 한다. 양귀비 또한, 해열 진통에 쓰이는 치료제로 쓰인 것을 생각하면 과거 만병통치약으로 불릴만하다. 살구처럼 생긴 육두구가 환각과 쾌감을 줘서 최음제로 쓰였다는 점도 의외다. 본문을 인용하면, 식물들이 풍부한 단백질이나 지방을 준비한 것은 인류를 위함이 아니다. 소중한 영양분을 지키기 위해 독을 품고 있는 것인데 인간들은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 존속하는 것인양 생각한다. 현대인은 너무 과해서 문제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정도를 지켜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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