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심리학
윤현희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미술관에 간 심리학』에는 미술을 통해 심리학을 이끌어내는 지점이 절묘하다. 평소 그림과 심리학에 대한 호기심을 일정 부분 갖고는 있었지만, 굳이 미술관을 찾아다닐 정도의 열정이나 관심을 두지도 않았고, 심리학에 심취한 경험은 더더욱 없었다. 어찌 보면, 두 영역은 내게 있어 닿을 수 없는 높은 벽과도 같은 지점이었다. 헌데 저자는 전공 분야인 심리학을 곁가지로 두고 마음의 치유와 공감을 이끌어낸 미술과 작품을 선보인 화가들의 삶에 소신껏 다가선다. 그간 알지 못했던 화가들의 삶과 고통의 심리를 헤아려보고, 그들의 작품이 어떤 심리 상태에서 생산됐는지를 가늠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저자는 총 5장에 걸쳐 시대를 환기시킨 화가들의 특성과 심리학을 연결지어 설명하고 있다. 종국엔 숱한 도전과 좌절을 예술을 통해 극복하고 대중에게 인정받고자 했던 화가들의 각고의 노력이 작품으로 빛나는 지점에 서게 된다. 그림을 감상하거나 직접 그리는 일은, 모든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불안을 해소해 주고 정신적 고양은 한층 풍성하게 가꿔줄 것이다. 명심할 것은, 어른들 역할이 우리 아이들의 일생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지점이다. 결코 우리 아이들에게 우울감과 분노를 안기지 말아야 한다. 행여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그것을 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문에 나온 캐나다 앨버타대학교의 심리학자 매튜 존슨이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십대에 경험한 우울감과 분노의 감정은 25년 후의 애정 생활에까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은 정서적 지원이 가정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 전체가 발벗고 나서야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지은이의 말 _ 심리학과 미술의 만남, 과거 화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쁨 

1장. 나이브 아트와 긍정심리학 
천진한 에너지와 동심의 세계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자기 치유적 삶과 창작물 : 헤르만 헤세 
주말 화가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 앙리 루소 
숲속의 세렌디피티, 클림트의 풍경화 : 구스타프 클림트 

2장. 아방가르드 화가들과 아들러 심리학 
17세기의 아방가르드, 조망의 확장 : 디에고 벨라스케스 
현재성의 미학 : 에두아르 마네 
발레리나가 있는 풍경 : 에드가 드가 
세상을 바꾼 세잔의 사과 : 폴 세잔 

3장. 추상의 세계와 게슈탈트 심리학 
어린아이의 눈으로 : 파블로 피카소 
색채를 통한 감정의 치유 : 바실리 칸딘스키 
우주의 진실에 다가가다 : 피에트 몬드리안 
균형에 도달하는 길 : 파울 클레 

4장. 화가 내면의 상처와 표현주의 
내 영혼이 물감처럼 하늘로 번질 수 있을까? : 빈센트 반 고흐 
상처와의 처절한 대면 : 에드바르트 뭉크 
벌거벗은 영혼, 인체의 정신분석적 탐구 : 에곤 실레 
골목길의 미학 : 모리스 위트릴로 

5장. 여성 화가의 정체성: 전문성과 여성성 사이에서 
제비꽃 장식을 한 여인 : 베르트 모리조 
미국적인 독립성, 페미니즘의 향기 : 메리 카사트 
내 삶의 주인공은 나 : 수잔 발라동 

상처는 나의 힘 : 루이스 부르주아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아 '나이브 아트(원시 미술)' 또는 '아웃사이더 아트'로 분류되는 화가들의 그림에는 긍정심리학이 발견된다. 미국인들에게 '국민 화가'로 불리는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사별의 슬픔을 76세에 그림을 통해 극복했다. '헤르만 헤세' 역시 제1차 세계대전 발발과 부친의 사망과 아내와 아들의 중병으로 정신적 마비 상태가 온다. 그때, 조셉 랭 박사와의 정신분석 치료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박사는 꿈을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하는데 그것은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통로가 된다. 불행하고 가난한 가정에서 성장한 '앙리 루소'는, 화가가 되고 싶은 흙수저 세관원이었고 49세에 본격적인 화가의 삶을 시작한다. 숲속의 고독한 은자로 불린 '구스타프 클림트'의 장식적인 인물화에는 자연이 생략되어 있고 반대로 풍경화에는 사람이 없다. 자연 속에서는 의식적인 노력없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부여하고 대중적 사고(메인 스트림)의 덫에서도 빠져나오게 도와준다.


외부의 비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향해 나아간 17세기와 19세기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를 대표하는 아방가르드 화가들에게는 고유한 세계관으로 현상을 해석한 아들러 심리학을 접목시킨다. 17세기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스페인의 궁정화가였던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화가들이 문인과 동등한 예술가로 인정받는 사회적 지위와 위상을 조성하기 위해 일평생 노력했다. 19세기 인상파의 대부로 불리는 '에두아르 마네'는 현대화되어가는 변화하는 시대의 모습을 포착했고, 사실 재현이 아닌 자신의 상상을 그렸다. 발레리나와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에드가 드가'는 눈부심 병으로 실내의 조명등 아래서 그림을 그렸고 인체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색상(옷)에 주력했다. 프랑스의 상징주의 화가이자 예술비평가였던 '모리스 드니'가 극찬했던 '폴 세잔'의 다각도에서 바라본 시점을 한자리에 소환한 사과의 혁신성은 전통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현대 회화의 아버지로 평가된다.


20세기의 화가들은 인식의 급진적 진화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시각 예술의 혁명가이자 형태와 색이 자유로워진 추상화의 서막을 열게 되었고 전경(핵심)과 배경(비본질)의 게슈탈트 이론을 부합시켰다. '파블로 피카소'는 3차원적 형태가 가진 모든 가능성을 해체해 2차원의 평면 위에 동시적으로 구현해 인식의 진화를 급진적으로 표현했고, 핵심만을 포착하는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예술의 정수를 발견한다. 모네의 건초더미 시리즈를 보고 법학 교수직 대신 미술에 입문한 '바실리 칸딘스키'에게 쉔베르크의 음악은 회화에 혁신을 불어넣는다. 일상생활에 폭넓게 응용되는 디자인과 미니멀리즘 양식의 효시가 된 '피에트 몬드리안'의 그림은 차가운 추상으로 불린다. 음성 회화로 진화시킨 '파울 클레'의 그림은 색채의 표현력과 음악의 울림을 닮은 것으로 보았다.


표현주의로 명명되는 화가들의 캔버스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만나는 지점이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강렬하게 펼쳐놓은 노란색과 푸른색의 대비는 조증과 울증 상태의 열기와 에너지를 쏟아넣은 색깔이다. 간질과 청각장애, 양극성 우울장애, 압생트에 의한 알코올중독, 망상과 환각 등 고흐의 창작열과 임파스토는 광기인 동시에 그 광기를 달래려는 시도였다.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는 탄생한 순간부터 죽음과 질병에 대한 공포가 그의 정서적 근간을 이룬다. '생 클루 선언'으로 사실주의를 포기하고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겠다고 선언한 그에게 삶의 상처와 공포는 그를 화가로서 성장시킨다. 1세기 전에 현대적인 드로잉 기법들을 선보인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 그림은 모더니즘의 정수다. 그는 아버지의 매독균으로 인한 성애의 집착과 양가감정, 죽음과 질병에 대한 공포라는 문제에 강박적으로 몰두한다. '수잔 발라동'의 사생아 '모리스 위트릴로'는 십대 시절, 알코올중독을 벗어나기 위해 그림을 시작했고, 그림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어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훈장까지 수여받는다. 


19세기 여성이 사회적인 구속과 제약 속에서 전문 화가로 활동하고 직업을 갖는 일은 매우 드물었고 비난의 대상이었다. 그림에 대한 열정과 끈기를 보여준 '베르트 모리조'는 비교적 안정적인 결혼 생활과 성공적인 커리어를 동시에 누렸으나 공식적인 서류와 비석조차 자신의 직업을 화가라고 표기한 적은 없다. 그림에 인생을 바친 19세기 미국의 인상파 화가 '메리 카사트'는 전문 화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독신으로 살았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에는, 자신이 가본 적 없는 길, 어머니와 어린 아이들이 함께 있는 정경으로 가득하다. '수잔 발라동(메리 클레멘틴 발라동)'은 사생아로 태어나 사생아를 낳았고 생존을 위해 그림을 그렸다. 성인 ADHD의 특성을 지닌 그녀에게 그림은 에너지의 분출구였고, 화가가 되기까지 그녀를 거쳐간 남자들은 무수했다. 20세기 미술에 한 획을 그은 설치미술의 선구자 '루이스 부르주아'는 가정교사와 불륜을 저지른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어머니에 대한 연민이라는 갈등의 감정을 돌과 쇠에 새겼다(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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