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만나는 마음공부
차경남 지음 / 글라이더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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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인문학을 통해 풀어보는 마음공부라니 나에게 실질적인 대안을 주겠구나 싶었다. 처음 몇 장을 넘기면서 종교 얘기를 하려나 의문이 들 무렵, 진정한 마음공부가 무엇인지 점차 빠져들게 했다. 인간은 수많은 지식과 논리와 생각을 한 시도 떨치지 못하는 존재다. 저자는 천 년의 세월을 이어온 학문방법론을 두고 오늘날의 비극을 불러온 주체로 지목한다. 심즉도(心則道), 마음이야말로 인간과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며, 그것은 명상으로만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인간이 지닌 뇌의 구성, 5장6부와 단식, 명상의 중간 거점인 멍 때리기, 사념의 응어리를 제거해주는 기능을 하는 화두, 마음공부를 향해 가는 길목에서 발견한 고대 철학자들과 참선한 수행자들의 일화들까지 핵심을 위해 흥미롭게 견인해간다. 동서양의 종교와 철학, 선인들의 가르침을 통해 마음을 바르게 다루는 수행방법을 제시하고, 노자사상을 잇는 심재와 명상을 핵심으로 두어 마음과 자아의 소멸을 권유한다.

인간의 마음을 두 가지로 나타내면, 때묻고 더러움에 오염된 개체의식과 어떤 때도 더러움도 없는 우주의식이다. 후자의 마음은 텅 빈 마음으로 예수는 가난한 마음, 노자를 허, 붓다는 공, 장자는 심재 혹은 좌망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우리의 본래 마음이며 참마음으로 보았다. 장자의 심재는, 마음의 소멸이며 자아의 소멸로써 순수의식이며 초의식이다. 인간의 뇌는 세 개의 층으로 되어 있다. 호흡, 소화, 심장박동 등 직접적인 생명 활동을 관장하는 파충류의 뇌, 슬픔과 분노, 공포 등의 감정을 관장하는 구포유류의 뇌, 신포유류의 뇌는 인간의 지적 존재 여부를 좌우하는 신피질을 갖고 있는데 특히 전두엽은 사물에 대한 종합 판단을 하는 중요 부위이다. 전두엽이 두터워야 정신활동이 왕성한데 전두엽 부위를 두텁게 해주는 행동이 바로 명상이다. 반대로 치매는 전두엽의 뇌세포가 점점 얇아질 때(사멸해갈 때) 생기는 현상이다. 세 개의 뇌가 상호 충돌하면 이성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감정은 본능을 이기지 못한다.

공부의 뇌는 이성의 뇌만을 작동시키는 행위인데 초등학교를 입학해서 지금까지도 가동중인 것이 이성의 뇌이다. 나머지 두 개의 뇌는 그냥 버려지고 방치되어 왔으니 천 년 넘게 지속되어온 학문방법론의 중대한 결함이다. 그렇다면 세 개의 뇌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붓다, 예수, 노자, 장자의 공부방법론인 명상에 답이 있다. 명상은 뇌를 쉬게 한다. 뇌를 통합시키려면, 호흡을 통해서만 통제할 수 있으며 깊고 고요한 복식호흡(단전호흡)이어야 한다. 얕고 급한 흉식호흡(나쁜 호흡)을 피하고 복식호흡을 꾸준히 하면 몸의 세포들이 깨어나고 단전이 살아나며 몸에 정기신이 충만해지면서 에너지가 뇌 속으로 올라온다. 이는 도가가 제시한 몸의 연금술이다. 정충, 기장, 신왕이라고 하며 신왕에 이르러야 몸과 마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그 과정에서 뇌 속에 열리는 무언가가 있는데 바로 송과체이다. 한의학에서 인당에 해당하며 인당을 뚫고 뇌 속으로 들어가면 뇌 정중앙에 송과체가 있다. 송과체는 매우 비밀스러운 자리여서 모든 종교에서 이 자리를 중시했는데 도교에서는 인당, 불교에서는 미간백호상, 힌두교에서는 제3의 눈이라 했다. 인당이 열렸다는 것은 모든 뇌가 열려 통합됐음을 의미하며, 이곳이 열리면 사람이 부처가 되는 자리이다. 송과체는 우리 몸의 이완과 휴식을 총괄하며 반면 편도체는 긴장과 불안을 총괄한다.

마음을 비우듯, 5장(간, 심, 비, 폐, 신)6부(소장, 대장, 방광, 위, 담 등) 중에서 6부에 담긴 것을 비워내야 한다. 몸에 긴 휴식을 주고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의미에서 단식은 좋은 것이다. 특히 중병에 걸렸을 때, 단식을 하면 강력한 독 제거 효과가 수반된다. 부처가 49일을, 예수가 40일을 단식했듯 단식은 영적 수련의 강력한 도구였다. 몸에 들어가는 음식처럼 뇌에 공급되는 끊임없는 생각 때문에 뇌 또한 과식과 식중독을 겪는다. 인간이 진정으로 자유로운 존재가 되려면, 하던 생각을 멈출 수도 있어야 한다. 단식은 음식을 굶는 것이고, 명상은 생각을 굶는 것이다. 뇌 휴식에 가장 좋은 것이 바로 명상이다. 하지만 명상에 이르는 길은 너무 좁고 험해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그래서 중간 거점으로 멍 때리기를 추천한다.

영은 영원하고 무한한 우주 본체이며, 우주 본체가 사람 안에 들어 있다. 붓다는 색(나)이 곧 공(하느님)이라 했다(색즉시공). 자아는 우리의 내적 본질이 아닌 오히려 그것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다. 자아형성 이후 자아집착이 오는데 탐(탐욕), 진(분노), 치(어리석음)라는 악덕이다. 심해지면 양심이 마비된 인간군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자아 함몰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아 초월이며 수행이다. 무한수에서 무한을 잘게 쪼갠 것을 학문이라 하고, 무한을 무한으로 인정하는 것은 도(道)로 칭한다. 붓다가 공(空)의 철학을 주장한 천 년 이후, 인도의 승려이자 수학자인 '브라마굽타'로부터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꼽히는 0이 발견된다. 죄다 그리스 철학자들이 발견한 수학에서 유일하게 숫자 0만큼은 동양에서 발견했다는 점이 놀랍다. 그러나 저자는 그리스 수학과 0은 본질적으로 상충되는 성질로 보았다. 0은 가장 추상적인 숫자이다. 언뜻 보면 무한대(∞)가 더 강해 보이지만 결국 0이 더 강한 것이 증명됐다. 0 × ∞ = 0이기 때문이다.

상기병을 가져온 왕양명의 '대나무', 텅 빈 공의 체험을 비로소 하게 된 '조주의 잣나무'틀 통해 화두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어떤 차이를 주는지 알게 된다. 화두라는 것은, 어느 순간에는 그것을 버려야 하는 것에 있다. 최고의 싸움닭은, 다른 닭들이 싸움을 걸어와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무변(無變)' 상태, 무심의 경지다. 열자는 노자, 장자의 계보를 잇는 도가의 중요한 철학자인데 무당 계함의 신통력에 홀려 스승의 도를 낮게 보았던 나흘 간의 체험으로 술과 도이 차이를 깨달아 변모한다. 수행이란 자아와 세계 사이의 벽을 허물어 몰아일체로 가는 것이다. 명상을 시작하면 제일 먼저 폐-대장-위가 좋아져 위아래로 막힌 것이 뚫린다. 1초도 쉬지 않고 뛰고 있는 심장의 과부하를 줄여 휴식과 안정을 준다. 명상가와 비명상가를 비교한 맥박수는 대략 5박 정도 차이가 나고, 깊은 명상에 들면 10박 정도 차이가 나니 심장병에 특효약이다. 명상은 복뇌(배)를 강하게 하고, 감정의 응어리를 녹여 간기능을 좋게 한다. 결론은, 위대한 영감의 순간은 텅 빈 무심(無心)의 상태에서 온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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