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지나가게 하라 -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인생의 지혜
박영규 지음 / 청림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고전 해설을 빙자한 은퇴자의 에세이다. 빙자의 사전적 의미가 남의 힘을 빌려서 의지한다는 것이니, 빌려온 대상은 노자 혹은 도덕경의 내용이 될 것이다. 도덕경의 81가지 문장을 추려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에 주된 출처로 삼았다. 공교롭게도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를 읽던 중에 펼쳐든 책이라 비교하며 보는 맛이 있다. 전자는 노자 연구자의 에세이고 후자는 철학자의 비판적 해설서이기에 냉온탕을 번갈아 오가는 온도차이를 느꼈다.

행복한 은퇴자의 길을 매일 걷고 싶은 저자는 단순하고, 간소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다. 그리고 학자로서, 교수로서, 정당인으로서 성취한 명예와 성공은 모두 지나갔다. 그저 지나가게 하라는 정언명령은 그래서 더욱 소중해진다. 젊을 때 갈고 닦았던 무위와 자족의 학문적 지식은 비로소 은퇴후 자연인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쓰임새가 확실해졌다.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간소한 인간관계로,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삶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다. 노자의 활동무대였던 중국 춘추전국시대에도 오늘날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복잡다단한 인생의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고자 했던 철인들은 후세에도 끊임없이 소환되어 말랑한 현재의 에세이에서도 쉬지 않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