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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평점 :
생물이 살아있는 동안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획득한 형질이 다음 세대에 유전되어 진화가 일어난다는 '용불용설'은 18세기 생물학자 라마르크가 제시한 고전주의 유전학이다. 그러나 후에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음이 밝혀졌지만 다윈의 진화론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자연과학의 용불용설', '혼란스러운 제정러시아',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 - 이 세가지 열쇳말로 독자를 19세기 혹독한 제정러시아의 겨울로 이끈다. 마르크스레닌주의가 헐벗고 굶주린 민중들에게 혁명의 횟불처럼 보이던 무렵 러시아 변방, 조지아에서 온 잔인하고 냉혹한 쳥년이오시프 스탈인은 시베리아 유형을 앞두고 어머니가 차려준 마지막 식사를 하며 부모의 충격적인 유년시절을 듣게 된다.
팩션의 매력은 역사적 사실이라는 단단한 골조위에 차곡차곡 상상력을 쌓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 제시한 세가지 열쇳말은 소설 구성의 힌트이기도 하면서 별개의 사실이다. 아무런 연관이 없는 열쇳말들이 그럴듯하게 배치된 허구의 이야기에 끈끈한 개연성을 주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맛이다. 다만 독자 입장에서는 페이지 번호가 없고 어색한 표현과 엉뚱한 볼드체 문장은 좀 더 완성도 있는 퇴고를 바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