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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보다 끊기 - 성장보다 성숙이 필요한 당신에게
유영만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6월
평점 :

벌써 제목에서 각운을 살린 신묘한 표현이 등장하는데 프롤로그에서 부터, '버티는 끈기'보다 '버리는 끊기', '오름'이 '옳음'을, 사람은 인생의 '주름'과 '씨름'하면서 '나름'의 의미를 만들어. '잡초'보다 '난초'를.... 하! 끝없이 댓구를 이루는 숨가뿐 라임의 향기는 마치 에미넴의 랩 배틀처럼 현란하다. 이후 잠시 정신을 차려서 생각이 든 것은 스포츠 클라이밍중에서 '볼더링'이라는 종목이다. 정해진 몇 분안에 최고의 난이도가 가득한 인공암벽을 올라가 가장 높은 곳을 터치해야 하는 것이다. 초크를 잔뜩 바른 손가락으로 1mm의 틈새를 찾아 올라가는 선수들은 대부분 허망하게 추락하고 만다. 같은 지점에서 계속 추락하기도 하고, 한 지점에서 더 이상 진전없이 체력만 소모하는 선수도 있다. 저자는 차라리 바닥으로 내려와 호흡을 고르고 초크를 다시 바르며 도전 루트를 재검토하라고 말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경제 빙하기로 진단한 그는 '본전'을 찾기 보다 '본질'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이며 몸을 더욱 낮출 것을 권고한다. 수많은 예시와 인용이 넘쳐나는 이 책은 현재진행형의 자기계발서로 읽히기도 하고 열정 넘치는 대학교수님의 에세이로도 읽힌다. 어찌되었건 지식생태학자로 소개된 저자의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현란한 '말빨' 때문만이라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