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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들 - 곤고한 날에는 이 책을 본다
김병종 지음 / 너와숲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두 번째 읽는 김병종의 책이다. 얼마전 <거기서 나는 죽어도 좋았다>를 읽고 무척 배가 아팠다. 부러워서, 캘리포니아의 카멜 비치에서 히말라야의 사랑곳까지, 꿈꾸던 디아스포라를 실현하며 특유의 쓱쓱 그려낸 화풍으로 책장을 장식한 훌륭한 그림까지... 헌데 이 책은 저 깊은 영성의 언저리에다 작은 파문을 만들어 낸다. 존재조차도 희미하던 그것을 욱하고 치밀어 오르게 한다.
"밟아라.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포루투갈 예수회 출신 페레이라는 일본 선교사로 갔다가 펄펄 끓는 물로 고문을 당할 때 예수의 성화를 밟으면 살려준다는 말에 그때 마침내 예수의 음성을 듣게 된다. 배교의 죄를 예수는 오히려 이렇게 어루만져준 것이다.
위에 소개된 엔도 슈사쿠의 <침묵>외에 수십권의 책을 정성스럽게 조명했다. 그중에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에 대한 끝없는 감탄과 한숨 덕분에 너무나 궁금해서 동네 도서관을 수소문해서 겨우 대출해서 읽어 봤다. 역시 좋았다.
영성은 기독, 비기독과 상관없이 누구나 마음속에 있다는 것. 또한 좋은 책에 대한 진실한 감상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지성과 감성을 열리게 만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