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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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설집에 연차와 소재가 제법 거리감이 있는데도 술술 잘 읽히는 중단편이다. 분량도 아주 적거나 많거나 여하튼 글의 형식과 내용이 개성적이란 말이다. PC통신시대부터 아이폰이 생겨날 즈음까지 그동안 숨어 있던 소설들이 다시 개정판으로 나온 것이니 어쩌면 서랍속에 감추어 뒀던 단편은 다 추려 내보낸 것 같다. "브로콜리평원의 혈투"는 장편소설 "제저벨"의 프롤로그에 해당한다. "제저벨"을 읽어 뒀으니 이 단편으로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된 셈이다.

어릴 적 외화 "환상특급"은 넋놓고 들여다 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미스테리, 판타지, SF가 한 꼭지씩 나오는 옴니버스 특급이라고나 할까? 대부분 오리지널 극본으로 극화했지만 지금에서 보니 필립k딕이나 아서클라크의 소설에서도 본듯한 장면들이 있었던 것 같다. 장르소설의 역사가 긴 미국이니 겹쳐지는 소재도 많았을 것 같긴 하다. 여하튼 괴기하면서 이색적인 장면들이 아직도 생각나는 걸 보니 꽤 열심히 본 것 같다.

각광받는 스토리가 다양한 매체의 소재로 확장되는 것이 당연시 되는 요즘이지만 가끔은 나만의 기억으로 움켜지고 싶어지는 작품들이 있다. 듀나의 글은 머릿속 깨달음이나 즐거운 상상으로 남아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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