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 - 나의 안녕에 무심했던 날들에 보내는 첫 다정
김영숙 지음 / 브로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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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 브로북스 ) 서평단 자격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25년차 방송작가이며 8년째 MBN <나는 자연인이다> 작가인 그녀의 내밀하고 진솔한 이야기.

워낙 입소문이 자자한 프로그램이다보니 장수프로그램, 재방송 송출이 가장 많은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다. 화면에 비춰지는 것만 봐도 제작환경이 난이도 상이다 싶었다. 

작가는 찍어온 영상을 보며 실내에서 작업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섭외와 인터뷰등 여러 일들을 두발로 뛰어다닌다는 걸 처음 알았고 한 분야가 아닌 여러 분야의 전문적 원고 작성을 어떻게 다 할까 싶다.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고 법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니..


지독히 외롭고 답답한 질문의 밑바닥으로 수도 없이 내려가며 나는 나에 대해 오래, 깊이 생각했다. 그동안 몰아치기만 했던 내 삶의 속도를 서서히 늦췄고 사람들과 의식적인 단절을 선택했다. 그렇게 멈춰 선 자리에서 마침내 건져 올린 질문 하나 지난날, 나는 나의 안녕을 얼마나 물어줬던가? P8


하루 하루 주어진 삶을 살아가다보니 나에게 안녕을 물어봐준다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아! 나에게도 안녕을 물어봐줘야 하는 거구나. 


‘7.돈 안되는 일을 할 만큼의 사치’ 이야기는 가슴 찡하게 했던 부분이다.

문득 소록도에 관련된 소설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전라남도 고흥반도 끝자락, 녹동항에서 5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소록도로 촬영을 갔던 이야기다.

지금이야 ’한센병‘이라 불리지만 나 어릴적에는 문둥이, 나병 등 본적은 없으나 그 이름만으로도 공포의 대상으로 기억되어진다.

작가도 두려움이 우선이었던 취재에서 외모는 흉칙한 그들에게서 따뜻한 인간미를 느끼게 되고 소외되다못해 잊혀져버린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게 되며 완성도와 진정성을 인정받아 ’이달의 다큐멘터리‘상 까지 수상했다한다.

물론 이런 일들은 소위 말하는 돈이 되지 않는 일이다.


돈 안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그런 일이 내게 남기는 가치는 애초에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살면서 만나기 힘든 귀한 경험들, 먹고사는 데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먹고사는 일이 전부냐는 자조적인 질문의 해답이 되는 것들.p68


작가는 가정이 있으며 두 아들이 있다. 당연히 금전적인 면을 배제할 수 없다. 주부와 직장인을 병행하기에 작가라는 직업은 에로사항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 이유로 잠시 대기업 사내방송에서 일을 한적도 있으나 다시 나는 자연인이다로 돌아왔다. 


자연인들에게 산에 혼자 살아 좋은 이유가 뭐냐 물으면 ”하고 싶은 일을 원 없이, 맘대로 할 수 있으니까“라는 답을 들었단다. 그런 맥락에서 그들처럼 산속에 파묻혀 혼자 살고 있지는 않으나 하고 싶은 일 하고 사니 나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거구나


어찌보면 나는 자연인이다의 출연자들과 작가와는 완전 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에는 한가지 행복.

그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의 풍경은 너무도 다르지만 다다르는 곳은 같은 곳일지도.


변함없이 계절마다 피는 꽃에 해마다 열리는 열매에, 값없이 내주는 나물 한 줌에, 말없이 그 자리에 있는 나무에 그토록 자연인들이 위로를 얻었던 이유는 바로 묵묵함이었다.p92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그 답을 찾았고 그래서 그 순간에 머물기로 한 사람들. 그들의 행복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자기의 기쁨을 먼저 생각했고, 누군의 눈도 의식하지 않았다.p100


한 사람의 인생을 갈아 넣어야만 하는 일이란 있을 수가 없다고. 모성이라는 타이틀 하나 던져 주고 모두 은근슬쩍 비겁하게 발 빼지 말라고. p128


어른이 될수록 우리 모두 존재의 쓸모를 증명하는 일에 매진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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