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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아비투스
박치은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택배 상자를 열고 한 권을 꺼내 든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검정 띠지의 “대한민국 최상위 0.1%는 이 사람을 곁에 둔다”라는 한 줄이었어요. 금빛 대칭 문양이 만다라처럼 펼쳐진 표지 위에 그 문장이 얹혀 있으니, 마치 쉽게 열어볼 수 없는 시크릿북을 건네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저 안에 그들만 알고 있는 무언가가 담겨 있을 것 같다는 호기심, 그게 가장 먼저 찾아온 인상이었어요.
<하이엔드 아비투스>는 연매출 330억 규모의 아울디자인을 키워낸 박치은 대표가, 일용직 노동자에서 출발해 상위 0.1%의 세계로 발을 들이며 직접 체득한 통찰을 풀어낸 도서입니다.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에 왜 격차는 더 벌어지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요. 저자가 내놓는 답은 분명합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정보가 아니라 ‘아비투스’, 즉 몸에 밴 태도와 감각, 그리고 관계를 설계하는 힘이라는 것이지요.

4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저는 ‘정보’를 모으는 일에 점점 회의가 들기 시작했어요. 유튜브를 켜면 누구나 비슷한 인사이트를 떠들고, 검색 한 번이면 어지간한 노하우는 다 나오는 시대잖아요. 그런데도 왜 어떤 사람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어떤 사람은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걸까. 이 책을 집어 든 건 그 답답함에 대한 작은 단서를 얻고 싶어서였습니다.
가장 마음에 오래 머문 챕터는 ‘수천억 부자들의 밀실: 그들은 정보가 아니라 아비투스를 거래한다’ 였어요. 저자는 매출 100억 이상이라야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는 자리에 발을 들이면서, 게임의 룰이 통째로 바뀌는 경험을 했다고 적습니다. “바닥에서는 내가 얼마나 일을 꼼꼼하게 잘하느냐, 하는 본질로 승부가 났다면, 꼭대기에서는 ‘내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라는 관계가 모든 판을 결정짓는다.” 이 문장에서 한참을 멈췄어요. 회사 실무진이 몇 주를 매달려도 풀리지 않던 비즈니스의 빗장이, 골프장에서 이너서클 멤버의 전화 한 통으로 풀려버린 일화. 저자가 다음 모임을 자청해 청담동의 한 스테이크 하우스를 통째로 예약하고 600만 원을 결제했다는 장면. 처음엔 ‘저런 세계가 따로 있구나’ 싶었는데, 다시 읽다 보니 결국 핵심은 돈의 액수가 아니라 ‘먼저 내어주는 태도’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어 읽은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는 당신이 평생 가난한 이유’ 챕터에서는 마음이 따끔했어요. 저자가 모셨던 사수의 일화가 등장하는데, 업계의 디테일을 완벽하게 꿰고 있던 에이스였지만 “야, 빨리 집에 가자. 어차피 통장에 꽂히는 월급은 똑같은데 뭐 하러 뼈 빠지게 일하냐? 적당히 해, 적당히”라고 말하던 사람. 저자는 그 사수를 불과 6개월 만에 앞질러 버렸다고 적습니다. 저도 회사에서 비슷한 풍경을 자주 봐요. ‘월급 받은 만큼만’이라는 말이 어느새 세련된 처세술처럼 통하지만, 그 안에 어떤 한계가 숨어 있는지 저자는 매섭게 짚어냅니다. “월급은 회사가 정해주는 것이지만, 내 몸값은 내가 현장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며 나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이 멈춰있으면 10년을 일해도 1년 차와 똑같은 결과물만 찍어낼 뿐이다”라는 대목에서는, 저 자신을 한 번 돌아보게 됐습니다.
세 번째로 펼친 ‘AI가 기획서를 3초 만에 쓰는 시대, 끝까지 살아남을 대체 불가함’ 챕터는, 요즘 회사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화두이기도 했어요. 동료들과 점심을 먹다 보면 “이러다 우리 자리도 AI한테 다 넘어가는 거 아니냐”는 말이 농담처럼 오갑니다. 저자의 답은 단호해요. 마우스로 도면에 선을 긋고, 시키는 대로 문서를 타이핑하고, 매뉴얼대로 결과물을 찍어내는 수준이라면 정말 AI에게 잡아먹힐 거라는 것. 하지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오가는 진짜 판에는 AI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말합니다. 정서적 교감과 불안의 해소, 안목과 디렉팅 능력, 그리고 ‘비합리적인 미련함’. 특히 마지막 대목이 오래 남았어요. 러브하우스 프로젝트의 기획안을 AI에게 결재 올렸다면 “수익 창출 모델 없음, 회수 불가능, 당장 폐기하십시오”라는 차가운 답이 돌아왔겠지만, 인간이기에 그 미련한 결정을 기꺼이 내렸고 그것이 결국 협회를 탄생시킨 씨앗이 되었다는 이야기. “기계적인 스킬의 장벽이 커져가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것들의 가치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문장이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세 챕터를 다 읽고 나니, 저자가 말하는 ‘하이엔드 아비투스’가 한 줄로 모이는 듯했어요. 본질은 태도에서, 관계는 먼저 내어주는 자세에서, 영향력은 AI도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무게에서 자란다. 거창한 비법서를 기대하고 펼쳤다가, 오히려 가장 단순한 자리로 되돌아온 셈입니다.
물론 모든 독자에게 똑같이 다가오는 도서는 아닐 거예요. 저자의 사례가 인테리어 업계와 사업가의 시점에 집중되어 있어서, 일반 직장인의 일상에 그대로 옮겨 쓰기엔 거리가 느껴지는 대목도 있었어요. 다만 ‘업의 본질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직군과 상관없이 같은 자리에 서게 되더군요. 회사에서 후배들과 회의를 하다 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자료에 한 줄을 더 채워 오는 사람이 보일 때가 있어요. 그 한 줄이 결국 그 사람의 ‘몸값’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또렷하게 느꼈습니다.
서평단으로 한 권을 받아 든 덕분에,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결의 도서를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표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시크릿북 같다’는 느낌은, 다 읽고 난 뒤에는 ‘다행히 늦지 않게 열어봤다’는 안도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5월의 끝자락, 창문을 열면 초여름의 공기가 먼저 들어오는 계절이에요. 한 해의 절반을 앞두고 일과 사람을 한 번쯤 정리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하이엔드 아비투스>가 좋은 거울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매일의 출근이 익숙해져 어느 순간 ‘적당히’라는 말에 길들여진 분께, 그리고 AI 시대 앞에서 내 자리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 막막해진 분께도 조용히 건네고 싶은 한 권이에요.
정보가 아니라 태도가 거래되는 세계가 있다는 것, 그 입구는 결국 내가 일과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서 열린다는 것. 이 도서가 남긴 가장 큰 울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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