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기술 - 사람이 힘든 나를 위한 심리 처방전
후션즈 지음, 정은지 옮김 / 지니의서재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처럼 햇살이 길어지는 초여름이 오면, 퇴근길에 문득 하루를 곱씹게 되는 순간이 늘어납니다. 회의실에서 누군가 흘리듯 한 말이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을 때쯤 다시 떠오르고, 메신저 끝에 붙은 작은 이모티콘 하나가 마음에 걸려 한참 들여다보기도 하지요. 마흔을 넘기고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예전처럼 부딪히기보다는 슬그머니 비켜서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그 비켜섬이 늘 편하지만은 않아요. 나이 많은 분께 받는 상처도 여전히 따끔하고, 나이 어린 후배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살짝 베이는 날이 있거든요.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기술>은 그런 저녁에 펴 들기 좋은 도서였습니다. 북유럽 카페 서평단을 통해 만나게 된 한 권인데, 받았을 때 표지부터 마음에 들어왔어요. 파란 우산 아래로 사람들이 각자의 보폭으로 걸어가고 그 위로 분홍 꽃잎이 흩날리는 그림이, 같이 있지만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우리 모습 같아서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고 중간중간 일러스트가 자리해서, 퇴근 후 흐트러진 집중력으로도 천천히 읽어나가기 좋았어요.


저자 후션즈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관계 심리학자라고 해요. 1만 5천 시간이 넘는 상담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관계의 장면들을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들려줍니다. 어려운 이론서가 아니라 실제 상담 사례를 중심에 두고 풀어가니, 직장인의 시선으로도 자연스럽게 따라 읽혔어요.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스스로 건네는 위로가 자신을 키운다’라는 챕터였어요. 칭찬을 받으면 오히려 말문이 막히고, 일이 잘 풀리고 있으면서도 굳이 허점을 찾아내 책잡힐 이유를 만들어버리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자는 이를 ‘부정적 나르시시즘’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짚어줘요. 자기를 부정하는 습관 또한 자기에게 깊이 매달려 있는 형태라는 통찰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끝에 적힌 “‘괜찮아!’라고 스스로 건네는 위로가 자신을 성장시킨다”라는 문장에 한참 시선이 머물렀어요. 회사에서 작은 실수를 했을 때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매섭게 다그치는 습관이, 어쩌면 오래된 어떤 결핍에서 자라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펼친 ‘좋은 사람이라는 가면을 벗어라’ 챕터도 마음에 깊이 남았어요. 거절을 못 해 끊임없이 베풀지만, 결국 ‘만만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속앓이를 하는 사례가 나옵니다. 저자는 그 가면 뒤에 숨은 네 가지 감정인 두려움, 슬픔, 낙담, 애석함을 차례로 짚어주는데, 특히 “억지로 감행한 희생에는 기쁨과 만족이 따르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따끔했어요. 직장에서 거절 한 번 못 하고 일을 떠안았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혼자 억울해하던 어느 날이 떠올랐습니다. 왕과 환관의 비유도 흥미로웠어요. 환관이 왕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과 복종일 뿐이라고요.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신을 깎아내는 일이, 진심처럼 보여도 실은 두려움의 다른 얼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오래 남았어요.


뒷부분으로 갈수록 인상 깊었던 챕터는 ‘경쟁과 적대에서 등을 돌려라’였습니다. 여기서 저자가 던지는 “당신은 모든 이의 과녁인가”라는 물음이 가만히 와닿았어요. 누가 나를 겨냥한다고 느낄 때, 사실은 각자 자기 일조차 감당하지 못해 허덕이느라 누구를 향해 총구를 겨눌 시간조차 없다는 것이지요. 회의실에서 누군가의 짧은 표정을 곱씹으며 ‘혹시 나 때문인가’ 되묻던 날들이 생각났어요. 후반에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꺼내놓는 장면이 특히 따뜻했습니다. 동료와 크게 싸우고 한 달간 서로를 무시하던 시기에, 일을 하다 다친 자신을 그 동료가 망설임 없이 업고 병원으로 데려갔다는 이야기예요. 왜 도와줬느냐고 물었더니 “즉시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라고 답했다는 대목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회복이 거창한 화해의 말이 아니라 그 짧은 몇 분의 진심에서 시작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이 안내서가 거듭 강조하는 메시지는 결국 시선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에요.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에만 마음을 두면, 결국 자기만 보게 되고 상대는 ‘내 상태를 점검하는 도구’로 줄어들어 버린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누구도 도구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 관계는 멀어진다는 거예요. 이 문장을 읽고 나니, 그동안 제가 사람을 만나며 사실은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만 따지고 있었던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십대 후반의 자리에서 보면, 관계라는 것은 자꾸 가지치기를 하게 되는 시기예요. 부딪히기보다 비켜서고, 깊이 다가가기보다 거리감을 유지하는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그런데 이 도서는 그 거리감의 이유를 다른 각도에서 비춰주더라고요. 누군가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성숙해서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오래된 두려움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고요. 그러면서 그 두려움을 다그치기보다, 먼저 자신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일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고 권합니다.


서평단으로 한 권을 천천히 읽어가는 동안, 회사에서 마음이 무거웠던 며칠을 이 표지와 함께 지나왔어요. 책장을 덮고 출근하던 아침이면, 누군가의 말투에 곧장 마음이 흔들리는 대신 ‘저 사람도 자기 일로 바쁘겠지’라고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조금 가벼웠습니다.


오래 직장 생활을 하며 사람 때문에 자주 지치는 분께, 그리고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자신을 자꾸 뒤로 미루는 분께 가만히 건네고 싶은 한 권이에요. 정답을 알려주는 종류는 아니지만, 잠깐 멈춰 서서 자기 안쪽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시간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창문을 열면 초여름 바람이 들어오는 저녁, 시원한 음료 한 잔을 옆에 두고 표지를 펼쳐 보세요. 다 읽고 나면, 내일 아침 출근길의 마음 한 칸이 조금 더 너그러워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다는 말은 단단해진다는 뜻이 아니라, 먼저 자기 자신에게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게 되는 일이라는 것.


#누구에게도상처받지않는관계의기술 #후션즈 #정은지옮김 #지니의서재 #북유럽카페 #북유럽카페서평단 #서평단 #관계심리학 #심리에세이 #직장인책추천 #자존감회복 #대인관계 #인간관계심리학 #좋은사람콤플렉스 #자기위로 #심리처방전 #40대독서 #퇴근후독서 #서평블로그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