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를 위한 진짜를 보는 눈 - AI 디지털 리더로 성장할 실전 가이드북
최서연.전상훈 지음 / 미디어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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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회사에서 일하는 풍경이 꽤 많이 달라졌어요. 엑셀로 자료를 정리할 때도, 협력사에 보낼 상품 제안서를 만들 때도 직원들 대부분 AI를 켜 두고 작업합니다. 한두 해 전만 해도 “써 봐야 하나” 망설였던 도구가, 이제는 안 쓰면 손이 느리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일상이 되었어요. 저 역시 제안서 초안을 잡을 때 자연스럽게 챗봇을 먼저 열게 됩니다. 편하긴 한데, 가끔은 결재 올린 표현이 제 것인지 AI가 다듬어 준 것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10대를 위한 진짜를 보는 눈>. 표지 위에 픽셀이 무너지듯 흩어지는 옆얼굴과 FAKE, FACT가 계단처럼 어긋난 그래픽이 한참 눈에 머물렀습니다. 처음에는 ‘10대를 위한’이라는 부제 때문에 자녀가 떠올랐는데, 책을 펼쳐 보니 아이에게 권하기 전에 제가 먼저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요즘 가짜 뉴스가 워낙 정교해져서, 어른이라고 잘 가려낼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니까요.

이 책은 AI 리터러시 전문가인 최서연 박사와 전상훈 박사가 함께 쓴 디지털 생존 가이드입니다. 표지에 적힌 한 줄, “AI가 정해 준 답이 정말 내 생각일까?”가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물음이에요. 1부에서 ‘AI 시대 인간의 자리’를 묻고, 2부에서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 실전 기술을 다루며, 3부는 AI 활용의 윤리와 기준을, 4부는 디지털 리더로 성장하는 길을 그립니다.


가장 먼저 마음에 박힌 대목은 책 초반에 등장하는 유치원생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방송에 나온 아이가 자기 기분을 친구의 말이 아니라 “재생하시겠습니까.”, “X가 없습니다.”, “글자를 더 입력해 주세요.” 같은 기계 안내 문장으로 표현하더라는 일화예요. ‘조금 더 놀고 싶다’는 마음을 사람의 말이 아니라 기계의 어투로 옮기고 있었다는 부분에서 한참을 멈춰 있었어요. 바로 이어지는 페이지에는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연구가 인용되는데, 챗GPT가 자주 쓰는 격식 있고 다소 딱딱한 단어들이 2022년 이후 사람들의 일상 대화에서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AI가 인간의 언어를 모방하는 게 과제였는데, 이제는 사람이 AI를 닮아 가는 역전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진단이에요.

같은 챕터의 ‘잠깐, 내 생각 점검!’ 박스가 특히 뜨끔했습니다. 친구와의 대화는 “오늘 날씨도 좋은데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 뭐 좋아해?”인데, AI와의 대화는 “서울 강남역 인근, 평점 4.5 이상, 파스타 맛집 3곳 추천해 줘.”라는 비교. 어느 순간 회사에서 후배에게 업무를 부탁할 때도 제가 ‘조건’부터 정리해 던지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효율은 분명히 올라갔는데, 감정과 맥락이 빠진 자리에 무엇이 남는지 한 번쯤 들여다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가짜 뉴스 이야기로 넘어가는 2부도 인상 깊었어요. 거짓이 오히려 진실처럼 받아들여지는 탈진실 현상을 짚은 뒤, 결정적인 관점 전환이 등장합니다. “진짜일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해 가짜를 찾는 방식은 더 이상 최고의 검증 방법이 되지 못합니다. 대신 가짜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에서 출발해 진짜를 찾아가는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 대목을 읽고는 가족 단톡방에 올라오는 자극적인 영상과, 회사 메신저에 떠도는 출처 모를 자료들이 한꺼번에 떠올랐어요.

이어서 디지털 리터러시 전문가 마이크 코필드가 정리한 팩트 체크 4단계 SIFT가 소개됩니다. 멈추고, 출처를 조사하고, 더 나은 보도를 찾고, 원문까지 추적하라는 흐름인데요. 그중 1단계 ‘멈춰라’의 안내가 특히 실용적이었습니다. “정보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잠시 멈추는 것입니다. 약 2초 정도 여유를 가지고 눈에 보이는 문자만이 아니라 이면과 맥락을 살피는 것이 중요해요.” 분노, 충격, 공포, 흥분 같은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을 ‘관심 경제’의 함정이 노린다는 설명까지 읽고 나니, 무심코 ‘좋아요’를 누르던 손가락이 조금 느려졌어요. 자녀에게도 “2초만 멈춰 보자”는 말은 충분히 건넬 수 있겠더라고요. 도메인 주소로 매체의 성격을 가늠해 보라는 조언, 그리고 “최소 세 곳 이상의 서로 다른 매체에서 어떤 내용을 전하고 있는지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권유도 회사에서 자료를 다룰 때 그대로 적용할 만했습니다.

가장 오래 곱씹은 챕터는 책의 마지막 장에 자리한 ‘10년 후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였어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이 한동안 책장을 덮지 못하게 했습니다. “21세기의 문맹은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운 것을 잊고 다시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다.” 회사에서 새로운 도구가 등장할 때마다 “이 나이에 또 배워야 해?” 싶다가도, 어느새 손이 가는 이유가 이 말 한마디로 설명되는 기분이었어요.


이어지는 흐름도 좋았습니다. “10년 후 여러분의 가치는 얼마나 날카로운 질문을 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라는 권유, 그리고 “공부는 단순히 점수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가는 배움의 과정”이라는 말. 자녀에게도, 그리고 일터에 매일 나가는 저에게도 똑같이 유효한 이야기였어요.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을 구분한 대목에서는 “소프트 스킬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꾸준한 경험과 반복을 통해 서서히 길러지는 것이 특징”이라는 부분이 오래 남았습니다. AI가 아무리 빨라져도 이 결만큼은 결국 사람의 몫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다정한 위로가 된 부분은 챕터 후반의 ‘태도’ 이야기였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한 끗이 바로 ‘태도’입니다. 태도는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상황을 대하는 마음가짐입니다. 능력은 일을 시작하게 하고, 동기는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만, 태도는 얼마나 잘 해낼지를 결정하며 완주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시험 점수가 기대보다 낮게 나왔을 때 “난 역시 안 돼.”라며 포기하는 마음과 “어디서 틀렸는지 확인하고 다음에는 맞히겠다.”라고 다잡는 마음이 결과를 다르게 만든다는 비교는, 사실 회사 회의에서 보고가 막혔을 때 제가 저 자신에게 들려줘야 할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덮고 가장 단단하게 남은 생각은 이런 거였어요. AI는 점점 더 똑똑해질 텐데, 그 똑똑함에 제 생각까지 슬그머니 얹어 보내지는 말아야겠다는 것. 회사에서 자료를 빠르게 정리해 주는 도구가 고마우면서도, 결재란에 들어갈 한 줄의 판단만큼은 제가 짊어져야 한다는 것. 자녀에게 “스마트폰 그만 봐”라고 잔소리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잠깐 멈추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것. 청소년을 향해 건넨 말들이 어느새 어른에게도 똑같이 가닿는 책이었어요.


이 책은 두 부류의 독자에게 특히 권하고 싶어요. 먼저 10대 자녀와 함께 스마트폰, 유튜브, 챗봇 사용을 두고 자주 부딪치는 부모님들. 잔소리 대신 이 책을 슬쩍 건네는 편이 훨씬 부드러운 대화의 출발점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AI 없이는 업무가 돌아가지 않는 환경에 들어선 직장인들. 도구가 빨라질수록 자기 판단의 기준을 어디에 둘지 점검하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거예요.


오월의 끝자락, 햇살은 점점 길어지고 바람에 초여름 기운이 섞여 듭니다. 창을 열어 두고 이 책을 다시 펼쳐 보니, AI가 답을 척척 내어주는 시대일수록 천천히 멈춰 생각하는 시간이 더 귀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빠르게 흐르는 정보의 한가운데에서 잠시 책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는 2초, 그 작은 여백이 결국 ‘진짜를 보는 눈’을 만들어 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AI가 답을 대신해 주는 시대에, 끝까지 질문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건네는 따뜻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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