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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후의 미래 어떻게 될 것인가 - AI 시대, 부와 권력이 재편되기 시작했다
제이슨 솅커 지음, 김익성 옮김 / 더페이지 / 2026년 5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들어 AI라는 단어를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합니다.
뉴스에서, 회사 회의실에서, 점심 자리에서 동료들의 입을 통해서요. 그중에서도 자꾸 마음에 걸리는 이야기는 ‘없어지는 직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누구는 회계 업무가 줄어든다고 했고, 누구는 신입 채용 자체가 멈췄다고도 했어요. 그 말들을 흘려듣지 못한 채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앞으로 5년, 10년 뒤의 자리는 어디쯤에 있을까.
두려움 반 궁금함 반으로 펼쳐 든 책이 <AI 이후의 미래 어떻게 될 것인가>였습니다.
이 책은 북유럽 카페 서평단을 통해 받았어요. 표지를 처음 받아 들었을 때, 짙은 우주의 어둠 위로 푸른 빛이 길게 번지는 장면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구의 곡선 끝에서 작은 점이 반짝이는 모습이, 어떤 변곡점을 멀리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어요. ‘AI 시대, 부와 권력이 재편되기 시작했다’라는 카피와 ‘THE FUTURE AFTER AI’라는 영문 타이틀이 겹쳐지면서, 책장을 열기도 전에 묵직한 긴장감이 전해졌습니다.
저자 제이슨 솅커는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 1위 미래학자이자 미국 국방부와 CIA의 전략 자문을 맡아 온 인물입니다. 그런 이력 때문일까요. 책의 어조는 막연한 낙관도, 무서운 공포도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담담한 진단으로 일관합니다. AI를 도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운영체제’로 정의하면서, 금융과 에너지, 기술과 의료, 교육과 비즈니스, 도시와 안보에 이르기까지 스물네 개의 장에 걸쳐 변화의 윤곽을 그려냅니다.

처음 눈이 오래 머문 곳은 4장이었어요. 저자는 생성형 AI를 ‘디지털 신입 분석가’에 비유합니다. 50쪽에서 그는 이 신입을 두고 ‘수십 개의 석사 학위를 가진 사람에 견줄 만큼 역량은 뛰어나지만, 이제 막 입사한 상태’라고 적어요. 사람을 뽑아 일을 가르쳐 본 적이 있다면 단번에 그림이 그려지는 비유입니다. 똑똑하지만 현장 감각이 없고, 그래서 시니어의 검토가 반드시 필요한 존재. 채용 공고, 마케팅 문안, 제안서, 표준 운영 절차, 법률 문서 초안, 보도자료, 프로젝트 계획안, 이메일까지. 사무실에서 마주하는 문서 업무가 거의 망라되어 있어요. 그래서 56쪽의 ‘맨땅에 헤딩하는 무모한 시간(blank-page problem)을 줄여 준다’라는 표현이 더 와닿았습니다. 빈 화면 앞에서 첫 줄을 쓰지 못해 머뭇거리던 그 막막함을, 어쩌면 다음 세대는 모르고 살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책의 진짜 무게중심은 9장과 10장에 있다고 봤습니다. 9장의 제목은 ‘AI 이후, 관계가 경쟁력이다’예요. AI가 무대 뒤편에서 업무를 가속하는 동안, 무대 위에서는 오히려 사람의 존재감이 더 중요해진다는 진단이 이어집니다. 96쪽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AI 이후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가치는, 사람들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가 아니라, 누구를 알고 있고,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관계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서 비롯될 것이다.” 같은 페이지에 인용 박스로 강조된 세 줄은 더 단정합니다. “AI는 존재감을 대체하지 못한다. AI는 친밀감을 대체하지 못한다. AI는 관계를 대체하지 못한다.”

이어지는 일화도 오래 남았어요. 2009년 창업 직후 종잣돈이 4,400달러까지 줄었을 때, 저자는 마지막 자금을 쥐고 수백 통의 봉투에 손수 주소를 적고 손글씨로 명절 카드를 써 보냈다고 합니다. 99쪽의 짧은 세 줄이 그 장면을 압축해요. “그 카드들은 자동화되지 않았다. 최적화되지도 않았다. 효율적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100쪽에서 마침내 이런 결론에 닿습니다. “모든 것이 자동화될 세상에서, ‘관계’야말로 우리가 경쟁 우위를 지켜낼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이다.” 책상 앞에서 메일을 보내고 자료를 만들며 보내는 하루 가운데, 이 부분을 읽고 잠시 고개를 들었어요. 회사에서 제가 오래 쌓아 온 것은 결국 무엇이었나, 하는 물음이 따라왔습니다.
10장 ‘당신의 시간은 어디에 쓰이고 있는가’는 더 개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저자는 102쪽에서 노동자 개인에게 주어진 과제를 ‘시간당 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정의해요. 그리고 짝을 이루는 두 질문을 차례로 내놓습니다. 당신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큰 가치를 더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가치가 낮은 직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직무를 AI에 넘겨줄 수 있는가. 답을 내려면 자기 하루를 솔직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회의록 정리, 보고서 양식 채우기, 반복되는 메일 회신 사이에서, 정작 제가 가장 잘하고 가장 인정받았던 일은 어디에 끼어 있었는지 따져 보게 되었어요.
이 장의 마무리에 등장하는 표현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습니다. 108쪽이에요. “그 어느 때보다, 당신이 구축한 네트워크(network)가 당신의 순자산(net worth)이 될 것이다.” 영문 발음이 비슷한 두 단어를 나란히 놓은 이 한 줄이, 40대 후반에 이르러 새삼 돌아보게 되는 ‘관계’라는 화두와 잘 맞물렸어요. 저자가 제안하는 실천법은 의외로 간결합니다. 가장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 세 가지를 파악하고, AI로 저가치 업무를 위임해 일주일의 최소 10퍼센트를 확보하고, 그 시간을 다시 가장 가치 높은 활동에 투자하라는 것. 거창한 청사진이 아니라 ‘10퍼센트’라는 숫자로 내려앉는다는 점이 좋았어요.
3부와 4부는 시야를 한 단계 더 넓혀 줍니다. 17장에서는 B2B와 B2C를 지나 B2AI, B2A의 시대가 온다고 말해요. 169쪽의 단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래에는 당신의 고객이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AI일 수도 있고, 디지털 에이전트일 수도 있으며,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일 수도 있다.” 회사 마케팅팀의 자료를 들여다보다가, 검색 엔진 최적화 다음 자리에 ‘AI 최적화’라는 단어가 놓이게 될 거라는 진단을 다시 곱씹게 되었어요.
22장 ‘리더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에서는 책의 어조가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저자는 미래 지향적인 분야에서 일하는 자신조차 QR코드를 자연스럽게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솔직하게 적어요. 새로운 기술 앞에서 머뭇거리는 마음을 비웃지 않고, 오랜 습관과 부족한 시간 때문에 주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고 토닥이는 결이라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결론은 단호해요. 209쪽의 소제목 그대로, ‘AI는 복잡하지 않지만, 선택 사항도 아니다’라고요. 211쪽에서는 저자가 운영하는 회사에서도 신입 분석가에게 떠넘기던 업무를 이제 AI가 더 훌륭히, 더 빠르게, 더 저렴하게 해내고 있어서 몇 년째 신입을 채용하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4장에서 시작된 ‘디지털 신입 분석가’ 비유가 여기서는 ‘실제로 신입을 뽑지 않는 회사’의 현실로 내려앉는 셈이에요. 이 대목에서 잠시 책을 덮어 두고 창밖을 봤습니다.

책의 끝자락에 자리한 PAR 프레임워크는 그래서 더 묵직하게 다가왔어요. 골프의 ‘파(par)’에서 영감을 얻은 이 모델은 준비성(Preparedness), 적응력(Adaptability), 회복력(Resilience)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220쪽에서 책은 비즈니스 리더의 핵심 과제를 세 줄로 압축해요. “AI 사용법을 익혀라. AI에서 가치를 뽑아내라. AI로 생산성을 끌어올려라.” 거창한 전략보다 이 단순한 세 줄이 오히려 오래 남았습니다.
읽는 내내 떠올린 사람들은 거창한 누군가가 아니었어요. 옆자리 동료, 작년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선배, 갓 입사한 후배.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도 여전히 어떤 자리에 앉아 일하고 있을 저 자신이었습니다. 책의 메시지를 한 줄로 줄여 본다면,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으라는 협박이 아니라, 자기 시간의 무엇이 가장 값진지를 다시 들여다보라는 권유에 가까웠어요. 저가치 업무는 위임하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 더 많은 시간을 쓰라는 조언은, 40대 후반의 회사원에게 오히려 다정하게 들렸습니다.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 미국과 글로벌 시장의 사례가 중심이라, 한국의 산업 구조나 노동 환경에 곧바로 대입해 보기에는 더 많은 번역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큰 그림을 잡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어요.추천하고 싶은 두 그룹이 있어요. 한 그룹은 저처럼 앞으로의 자리가 막연히 걱정되는 40~50대 회사원입니다. 사라지는 직업의 목록 앞에서 불안해하기보다, 자기 업무의 어디에 시간을 다시 배분해야 할지 점검하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에요. 다른 한 그룹은 작은 조직을 이끌고 있는 팀장이나 1인 사업자입니다. PAR 프레임워크와 ‘시간의 10퍼센트 재배분’ 같은 조언은 당장 다음 주 업무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용적인 도구라고 봤어요.

5월의 끝자락, 창밖으로 초여름의 기운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푸른 잎이 무성해지는 계절에 이런 책을 만난 것이 다행이라 여겨졌어요. 다가올 변화가 두려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늘 하루의 시간을 어디에 흘려보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두려움 반 궁금함 반으로 펼쳤던 책장은, 결국 ‘무엇을 줄이고 무엇에 더 마음을 쓸 것인가’라는 질문 하나로 닫혔어요.
AI 이후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길은 기술을 좇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시간을 다시 배치하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담담히 일러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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