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꽃체 마스터북
최현미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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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들어 제 글씨를 보면 한숨이 나와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지렁이 꼬불꼬불 날아다니는 글씨입니다. 


회사에서도 키보드, 집에서도 휴대폰만 두드리다 보니 손글씨 쓸 일이 거의 없잖아요. 


손편지 써본 지도 오래됐고, 종이에 펜 대본 지가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해요. 


그러던 차에 BOOK U LOVE 카페에서 이 책 이야기를 듣고, 표지를 보자마자 마음이 갔어요.

받아 들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와, 두껍다" 였어요. 묵직해요. 그런데 펼치는 순간 두께가 왜 이만큼인지 납득이 가더라고요. 책이 180도로 쫙 펴져요. 어디 한 손으로 누르고 있을 필요 없이, 책상 위에 그대로 펼쳐두고 바로 따라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제본이에요. 종이도 두툼해서 만년필을 써도 뒤로 안 비친다고 하더라고요. 디자인은 또 어찌나 예쁜지, 책장에 꽂아두기만 해도 흐뭇해요.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5만 명이 수강했다는 미꽃체 온라인 강의를 책 한 권에 옮겨 담은 거예요. 자세와 파지법부터 시작해서 필기구·종이 추천을 거쳐, 선 연습, 자음·모음 연습, 짧은 문장, 줄노트, 영어와 숫자까지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구성이에요. 한 글자 한 글자 따라 쓸 수 있게 그리드도 잘 짜여 있고, 자음과 모음을 하나하나 연습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어요. 온라인 강의를 책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지 않나요.


가장 마음에 닿았던 부분은 의외로 글씨 쓰는 법이 아니라, 사이사이 끼어 있는 작가의 말이었어요. 선 연습 챕터에서 만난 이런 문장이요.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아요. 바른 선이 쌓이면, 그 다음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미꽃체가 여러분의 손끝에서 자연스럽게 피어오를 거예요."


손글씨 책에서 "느리게 가도 괜찮다"는 말을 들으니 이상하게 마음이 풀렸어요. 작가가 "선이 구불구불해도 괜찮아요, 시작점과 끝점만 정확히 잡으면 돼요"라고 다독이는 부분에서는 옆에서 코치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어요.


기술적인 부분에서 신기했던 건 미꽃체에 명확한 좌표가 있다는 점이었어요. ㅍ을 쓸 때 세로획 두 개를 가로획의 1/3, 2/3 지점에 두라든지, ㅓ 모음의 짧은 가로획을 세로획 중앙에 두라든지, ㅠ의 두 세로획을 1/3·2/3 지점에 같은 길이로 내리라든지. 책을 따라가다 보면 1/3과 2/3, 1/2 같은 분할 비율이 계속 등장해요. 글씨가 감각이 아니라 규칙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악필도 단기간에 명필이 된다는 책 소개 문구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공식이 있어서 그런 거구나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마냥 기계적이지는 않아요. 같은 자음이라도 옆에 오는 모음에 따라 비율이 유연하게 바뀌거든요. ㄷ이 ㅛ를 만나면 가로 길이는 길고 세로 길이는 짧게 조정되고, ㄱ도 받침 있는 글자에서는 세로 길이를 조금 줄여야 예쁘다고 안내해요. 후반부 줄노트 챕터에서는 또 이런 문장이 나와요.


"줄노트에서는 모음이 진짜 중심축이기 때문에 모음 길이가 흔들리면 전체 글씨가 기울어져 보입니다."


자음은 기준선, 모음은 중심축. 모눈종이를 떠나 줄노트로 갔을 때 어디를 봐야 하는지 한 줄로 정리해 주는 부분이라 메모해 뒀어요.



​추천하고 싶은 분은 저처럼 손글씨에 자신 없는 직장인, 손편지나 손글씨 써본 지 오래된 분들이에요. 


온라인 강의 들을 시간이나 비용이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더 반가운 책일 거예요. 


5만 명이 들었다는 강의를 책 한 권으로 옮겨 담은 거니까요.


저도 하루하루 조금씩 따라 써 볼 생각이에요. 단숨에 글씨가 예뻐지진 않겠죠. 


그래도 바른 선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어느 날 제 손끝에서도 미꽃체가 조금은 피어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천천히 그어도 괜찮다는 말이 오래 남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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