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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람이 전부다
김현준 지음 / 부크크(bookk) / 2020년 7월
평점 :
어린 시절에 왕따를 당했지만 정신 차리고 공부해서 장교도 되고 집주인도 되었다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스토리다.
어린 시절에 왕따를 당했던 사실을 드러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테지만, 이렇게 글로 남겼다는 것은 작가가 자신의 과거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는 참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얽매여서 눈 감는 날까지 과거만 파먹고 사는 사람들도 정말 많은 세상이다. 어떤 계기가 되었든 자신의 묻어두고 싶은 과거를 털어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기도 하고, 대견한 일이기도 하다. 그 결과 어릴 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삶의 모양새를 갖춘 것에 대해 작가 본인이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음을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책까지 출판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여행에서만 통하는 말은 아니다. 젊을 때는 일도 많이 해봐야하지만 사람도 많이 겪어봐야 한다. 나도 아직 나를 모르는 상황인데 쉽게 이 사람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일은 어리석고 위험한 일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그런 판단이 빨리 서지만 항상 옳지는 않다 아니 틀린 판단일 때가 많다. 그래서 좋은 사람도 만나고 나쁜 사람도 만나고 나를 다듬고 내가 어떤 사람들과 잘 맞는지, 어떤 사람들과 시너지를 내는 사람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그래도 사람이 전부다' 라는 말은 공감이 된다. 살다보면 어느 시간은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외면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런 시간은 꼭 필요하다. 그래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 답은 항상 내 안에 있다. 그 누구도 대신 답을 골라주지도 않고, 고른 답이 틀렸더라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그래서 삶은 외롭고 마냥 해피해피는 아닌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보는 일은 쉽지 않다. 나 역시도 그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남의 단점은 기가막히게도 찾아내면서도 장점을 찾을라치면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장점을 찾는 연습은 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 살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단점만 있지는 않다. 그것은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누군가에게는 썅x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떠올렸다. 내가 호의를 베풀었어도 그게 모두에게 호의로 받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상대방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4차 혁명, 인공지능, 유튜브2.0 시대에 결국 사람이 전부인 건 맞다. 사람에 대한 이해도 예전보다 구체적이고 새심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삶은 누구에게나 입체적이다. 달기만한 인생도, 쓰기만한 인생도 없다. 쓰디쓴 커피에서도 단맛을 찾는 능력, 그 능력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