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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핏 쇼 ㅣ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꼭두각시놀음을 뜻하는 M.W.크레이븐의 ‘퍼핏 쇼’는 워싱턴 포와 틸리 브래드쇼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국내에 첫 소개되는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영국 컴브리아 지역의 거대한 돌 환상열석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불에 탄 시신이 연달아 발견되고, 잔혹한 수법 때문에 이 연쇄살인범을 이멀레이션(종교 제물로 바치려고 죽이는 일, 불로 죽이는 일) 맨이라 부른다. 중범죄분석섹션의 데이터 분석가 틸리 브래드쇼는 세번째 피해자의 자료를 조사하던 중 정직 된 경관 워싱턴 포의 이름이 시신에 새겨진 걸 발견하고 이멀레이션 맨의 다음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포는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 사직하겠다는 생각은 이미 싹 사라졌다. 중요한 것은 하나뿐이었다. 이멀레이션 맨이 저 어딘가에서 네 번째 피해자를 고르고 있다는 것. 다시 마음 편히 있고 싶다면 놈이 다섯에 도달하기 전에 놈을 찾아야만 했다. (p. 39)
- “애초에 날 끌어들인 이유도 알잖아. 나는 증거가 이끄는 대로 가니까. 그리고 증거나 날 여기로 이끌었어.” (p. 172)
데이터 분석가 틸리 브래드쇼는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지만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 때때로 이용당하고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들은 말을 다 믿는 경향이 있는 사내 괴롭힘과 놀림의 표적인 인물이다. 그런 틸리와 함께 수사를 하게 된 포는 처음 겪는 유형의 틸리가 불편하고 그녀의 말과 행동에 당황의 연속이지만 틸리의 능력을 인정하고 이해하게 되면서 곤란한 상황에 도와주며 동료를 넘어 친구가 된다. 틸리 역시 포와 함께 수사를 하면서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며 처음과는 달리 포에게 장난을 치는 등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 브래드쇼의 순진함과 순수함은 그의 어두운 기질과 날카롭게 대비되었지만, 여러모로 둘은 닮은 구석이 있었다. 둘 다 강박적이었고, 둘 다 사람들을 거슬리게 했다. (p. 322)
- “포와 내가 발견한 모든 게, 작은 것 하나에서 나왔잖아요.” 브래드쇼는 그저 놀랍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거요.” 어려운 사건에서는 그런 일이 종종 있었다. 작은 증거 하나가 더 큰 조각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연결되었다. (p. 353)
이멀레이션 맨을 추적하는 과정은 처음에는 잔혹한 일을 벌이는 인물이 누구 인가로 시작하지만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며 왜 이러한 일을 벌이게 되었나 라는 근본적인 진실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진실을 알게 되어도 잔혹한 살인범에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자신들의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인간들이 신분과 권력을 이용해 덮어버리려 했던 그들의 추악한 모습과 그로 인해 희생된 이들의 이야기에 다다르게 된다.
- “네 안에는 어둠이 있어, 포.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정의를 향한 갈망.” (p. 427)
- 손가락이 맴돌았다. 문제는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브래드쇼가 말한 나비가 머리에 다시 떠올랐다. 그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들이 일어날 것이다. (p. 480)
작가님이 태어난 곳이고 지금도 거주하고 있는 영국의 컴브리아 지역은 실제로 원형으로 배치된 거대한 돌인 선사 유물 환상열석이 영국에서 많은 지역으로 이러한 점이 이 소설의 집필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두께가 있는 책이지만 오랜만에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스릴러 추리 소설이었다. 드디어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고 사건이 해결되나 싶을 때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고 벌어지는 일들은 다음이 궁금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다른 듯 닮은 포와 틸리가 서로 협력하며 사건을 해결하고 멋진 파트너가 되어가는 모습은 두 사람의 다음 이야기를 그리고 포가 알게 된 자신의 비밀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이야기의 끝에서 보여준 포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 왔을지 책을 덮자마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데 다음 권이 없는게 너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