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신 - 나의 진가를 드러내는 힘
이남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때때로 인간관계에 있어 일정한 상황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분명한 '위치'가 있다고 느끼곤 한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그 불확실한 관계의 경계에서의 균형점. 이 책에서는 그것을 처신處身, 즉 일종의 탁월한 포지셔닝이라 일컫고 있다.

 


특히 직장에서의 처신은 주목의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직장은 서로가 살아남기 위해 일하는 곳이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는 수직적 관계이면서도 보통의경우 꽤 오랜시간 함께 가야 할 파트너이기 때문에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때문에 이 책의 첫번째 장에서도 상사와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 아부와 직언에 관한 조언이 인상 깊었다.

 


먼저, 아부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아부를 일삼는 딸랑이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딸랑이들처럼 지나치지만 않다면, 아부는 상대방에게 정신의 주파수를 맞추고 교감하는 공감의 표현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이 원하는 말을 해주는 것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한다. 게다가 일정 직위에 올라가면 이러한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언사인 '아부' 없이는 더이상 승진이 어려울 때가 있다. -동일한 조건의 두사람이라면 상사의 입장에서 친밀한 쪽이 더 끌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저자는 아부는 필요한 처세술 중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직언'에 대한 조언이 인상깊었다. 직언은 필요하다. 상사의 실수가 예상되는 상황, 직언을 한다면 자신의 존재감 상승 더불어 상사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직언을 하면서 상사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마이너스의 효과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재밌는 예시를 들었다.

 


양파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호통치면서 양파를 억지로 먹이기 보다는, 현명한 부모라면 양파를 갈거나 조리과정에서 잘게 부셔서 아이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먹인다는 내용이다. 직언도 마찬가지다. 공격하는 언사가 아니다.

 


직언은 또 하나의 설득이다. 직언을 하는 부하가 자신의 생각을 말함으로서 상사를 동조시키겠다는 의도를 가진 행위이다.(p.67)  적절한 직언은 새로운 기회의 창출이 된다.

 


처신술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적을 만들지 말라는 내용이다. 당연해 보인다. 이를 위해 자신이 실수를 했을때는 인정하고 자존심을 내려놓고 사과하라고 한다. (책에서는 개처럼 사과하라는 표현이 있다.) 개처럼 사과하면 상대방은 언짢음, 분함과 같은 앙심을 내려놓는다. 부하직원에게 엄격하고 철저하게 일처리 하는 상사라도, 자신이 잘못이 있으면 부하에게 사과할 줄 알고, 이것을 자존심 상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회사라는 조직은 성과를 위해 냉정하고 철저해진다. 이런 회사 안에서 내부의 다툼과 분란이 공론화된 당사자가 된다면 대개의 경우 그 직원의 더이상의 직위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 개처럼 사과하기를 통해 분란의 씨앗을 제거할 수 있다.

 


뒷페이지로 갈수록 부하직원이 상사를 대하는 법과는 반대되는 상사가 부하직원을 대하는 처신에 대한 내용이 많아진다. 그 중에서 협지법과 도언법이 기억에 남는다.

 


협지법이란 '자신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 안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고 부하들의 능력을 평가는 방법'이다(p.229)


도언법이란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서 상대방의 심리를 꿰뚷는 방법'이다.(p.230)

 


상사는 일부러 위기상황을 조정해 협지법과 도언법으로 부하직원 중에 쭉정이와 알맹이를 구별해 낼 수 있다.

 


그리고 착한상사 콤플렉스에 걸리지 말고, 상사의 입장에서 악역과 정치를 마다해서는 안된다는 것. 상과 벌이 공존해야 위계가 잡힌다는 것. 대개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좋은사람으로 남고 싶어하지만 악역도 필요하다. 상사의 위치에서 악역도 마다하지 않고 필요할 때는 권력을 휘두름으로써 부하직원에 대한 제어력과 통제력을 길러야 할 필요성도 있다는 내용에 공감이 갔다.

 


이 감상에 다 적진 못했지만 이 책의 묘미는 삼국지와 같은 옛이야기들과 실제 인터뷰를 통해 일화와 사례를 적절히 조합했다는데 있다. 처신을 잘 했던 사람의 예, 처신을 못한 사람의 예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로 정리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옛사람들의 처신법과 오늘날의 처신법은 같지만 다르다. 근본적인 부분에선 같지만 형식적인 부분에선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처럼 인간관계의 처신술 역시 일맥상통하다. 인간관계는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지만 결국 공감이 바탕이 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할 줄 아는 마음가짐이 바탕이라는 것을 이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웃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라는 이 책의 마지막페이지 에필로그에 있는 고독이라는 시가 참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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