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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공녀님! 공녀님! 1~4 세트 - 전4권 ㅣ 공녀님! 공녀님!
박희영 지음 / 가하에픽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4권이나 되는 긴 분량의 로맨스 판타지인데 나름대로 재밌게 읽었다. <공녀님! 공녀님!> 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말괄량이 같은 여주인공 아르렐리아의 가출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다는 것이 흥미진진하다. 여주가 다짜고짜 정략결혼에 대한 반항으로 가출을 했다는 시작이 그리 공감가진 않았지만,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인연을 만들고 하는 과정들이 나쁘지 않다.
여자 혼자하는 여행은 위험하니, 아렌이라는 가명을 쓰고 남장을 하는 당찬 여주인공. 타국인 하일렌에서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제스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어쩌다보니 공녀님이었던 그녀는 타국의 황궁에서 시종노릇을 하게 된다. 그냥 기사인줄 알았던 제스가 알고보니 기사단장이었던 것. 아렌은 제스가 부탁한 붉은연꽃에 대해 조사하던 중에 황궁마법사 세이를 만나게 되는데...
시종 아렌과 기사단장 제스와 황궁마법사 세이의 삼각로맨스가 펼쳐지길 기대했으나 1권에는 그런거 없었다.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비즈니스 관계에서 서서히, 서서히 사건이 발생하고 감정이 오고간다. 2,3권에서 점진적으로 감정의 변화가 드러나는 모습이 보여서 개인적으로 마지막권인 4권이 가장 재밌었다. 1권이 사건의 시작과 인물소개 등등이었다면 2,3권은 전개고 마지막 4권이 절정과 결말이랄까. 4권에서 비로소 아렌과 남주는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도 나누고, 각종 흑막에 가려져있던 사건들이 빵빵 터지는 게 흥미진진했다. 물론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약간 허술한 점들도 보이긴 했다.
주어진 것들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개척하려는 자립심있는 여주인공이 인상적이다. 여주인공 아렌이 겉모습은 말괄량이에 사고뭉치같이 보여도 생각있는 아이라서 상황파악을 잘하고 영리한 면이 있다. 붉은연꽃에 대해 조사하라던 제스의 부탁에서 허점을 찾아내고, 황궁시종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했을 때도 가해자와 결투를 통해 정면돌파하는 면모를 보인다. 공녀일적에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렌에게 호의적이었는데, 막상 세상을 나와 신분을 떼고보니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들 역시 존재하고 그에 대처하는 방법들을 배워 나간다. 그렇다고 그녀를 싫어하는 주위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주인공 보정을 받아 그녀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수두룩 빡빡하다.
아렌이 자신의 신분과 성별을 숨기고 타국의 황궁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그녀의 친구인 황궁마법사 세이도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는데(이름이 뻔해서 정체가 독자에게 그리 비밀은 아니었던것 같다. 아렌에겐 비밀이지만.) 세이는 사실 인간이 아니었다는 것. 나이도 많다는 것. 기타 등등. 기사단장 제스에게도 비밀이 있는데 자세한건 4권에서 빵빵 터진다.
근데 그중에서 인상깊었던 인물은 다름아닌 아르렐리아가 가출했던 동안 그녀의 대리역을 한 레베카였다. 가출한 아르렐리아를 찾기위해 공작가에서 사람을 뿌려 수색하던중에 발견된 아르렐리와와 흡사한 외모를 가진 빈민촌의 여자. 아르렐리아를 찾을 때까지 대리역할을 하도록 이용되고 공작가에서 조련되다시피 교육받는다. 레베카로선 생전처음 누리는 최고급 음식과 옷, 장신구, 교육, 대우들속에서 시간이 갈수록 레베카는 아르렐리아와 비슷해진다. 아르렐리아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도록 교육받고, 싫어하는 것을 싫어하도록 주입시켰으니 당연하겠지만. 그러나 막상 아르렐리아가 돌아오니 이용가치가 다 떨어진 레베카였다. 아르렐리아에 대한 질투와 시기심, 악의로 가득한 레베카는 결국 죽을 때까지 그녀를 저주하고 증오하다가 죽는다. 자존감이 낮아서 매력이 반감된 캐릭터같다. 그래도 레베카는 끝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매달렸는데 처절해서 같이 슬프다. 레베카 입장에서 소설이 쓰여졌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되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 사건이 재밌고, 천족과 마족과 같은 판타지적인 부분도 잘읽었긴 한데. 아무리 판타지라지만 죽은사람을 살리는 기적은 좀 아닌것 같다는 개인적 의견. 죽으면 죽은거지 거기서 다시 살리면 그건 사람이 아닌듯.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or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는 소설의 법칙이 있긴하지만..
4권의 외전이 뒷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어서 아르렐리아와 남주가 어떻게 살았는지, 그리고 그녀의 자녀 이야기도 나오고, 나이든 아르렐리아의 임종까지! 뭔가 아르렐리아의 일생을 함께한 느낌의 장편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