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메시나 : 잃어버린 색깔을 찾아서
실비아 곤잘레스 기라도 지음, 데이비드 가르시아 포레스 외 그림, 이소영 옮김 / 아르볼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자, 이제 밖으로 나갈 시간이야. 선택은 네 몫이지. 네가 원치 않는다면 난 영원히 여기 있을게.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닐 거야. 넌 곧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테니까. 네 맘속 밑바닥, 끝없는 어둠 속으로 말이야. 네 모습은 다시 흐려지겠지. 그래도 네가 변한 걸 눈치채는 사람은 없을 테니 안심해. 사람들은 의외로 둔하거든. 네 진정한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는 건 오직 너만 알 수 있을 거야." (148p)

* * *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된다. 그리고 성장함에 따라 어린시절 가졌던 '무언가'를 잃어버리곤 한다. 이를테면 동심, 순수함, 꿈과 같은 세상을 즐겁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들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면서 점점 타성에 젖어버린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동화가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동화 <카르메시나>는, 카르메시나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의 잃어버린 색을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다. 소녀는 어린 시절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회색도시에 색깔을 되돌리는 일을 한다. 알록달록한 여러 가지 색깔을 통해서 우울한 회색도시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카르메시나는 자신의 꿈과 영감이 사라져 버렸다고 느낀다.

그림을 그려도 더 이상 즐겁지 않고, 무엇을 그려야 할 지 모르겠다. 살다보면 누구나 겪게 되는 자아의 혼돈, 방황이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괴로워하던 카르메시나에게 검은고양이가 나타나 상상세계로 소녀를 안내한다. 잃어버린 색깔, 열정과 영감을 다시 찾기 위해.

그러나 모험에서 맞닥뜨리는 위험과 장애물은 역시 만만치 않다. 호시탐탐 '게으름'과 '불안함'이라는 괴물이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는데, 이들은 자아를 찾아가려는 카르메시나와 검은고양이를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카르메시나의 용기가 인상적이었다.

모험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여러 가지 색깔과 마주할 수 있다. 내가 잃어버린 색깔일 수도 있고, 새로운 색깔일 수도 있다. 동화인 만큼 이야기가 과장되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내용도 간혹 있었지만, 카르메시나의 모험을 따라가면서 즐거워진다. 풍부한 색감으로 가득 찬 일러스트가 동화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짧은 동화 안에서 '자아 찾기'란 주제를 재미있고, 쉽게 전달한 점이 가장 좋았다. 당신의 잃어버린 색깔은 무엇인가? 잃어버린 색깔을 찾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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