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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 않은 관계 1
정해길 지음 / 다향 / 2013년 11월
평점 :
남장물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 역시 무척 재밌게 읽었습니다. 남장이란 소재를 다룬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있고 재미져요.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에요. 캐릭터들도 각각 개성과 매력이 넘치고 주인공 뿐만 아니라 조연들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느낌!
<범상치 않은 관계>는 여주인공 송혜민이 아버지의 빛 때문에 그녀와 똑같이 생긴 청년(김지환)으로 변장하게 되고, 지환의 의붓형인 민승현과 같이 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남주인공 승현은 차도남 스타일.. 난 차가운 도시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의 표본 같은?ㅋㅋ
민승현 씨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남자는 로설 남주답게 재벌 2세의 스펙을 가지셨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독립해서 독자적인 엔터테인먼트&영화사업을 하고 그 분야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인정받은 자수성가형. 성격은 까칠하고, 독설도 서슴없이 날리시고! 무엇보다도 카페인중독이 심각한 워커홀릭. 그런 그가 점차 달라져요. 혜민의 사정을 알게 되지만 모른 척 도움을 주면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혜민이 곁에 없으면 짜증나고, 그녀가 자꾸 사랑스러워 보이고. 혜민에게 관심가지는 남조에게 분노(질투)하는 모습들이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여주인공 혜민은 키가 175cm로 여자치곤 큰 키인데, 김지환과 똑같이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어요. 심지어 목소리마저 약간 허스키한게 비슷. 김지환이 중성적인 생김새라서 혜민이하고 정말 똑닮았다는 설정이에요.(물론 현실에 이런 경우는 아주아주아주 드물지만..)
혜민은 남장뿐만 아니라 지환이라는 사람의 연기도 해야하는데 이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재밌어요. 생판 모르는 타인을 연기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고, 이것 때문에 어쩔 수없이 승현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는 부분들이 있지만. 남주인 승현씨가 크게 불편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받쳐주기에 적정선을 지키는 느낌이 들었어요. 민폐여주가 될 뻔한 경계를 넘기 전에 안정적으로 세이브한 느낌.
무엇보다 <범상치 않은 관계>에서 좋았던 것은 악조가 없어요. 막장스토리의 주역인 비상식적인 악역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되는 스토리가 재밌다는 게 매력이죠. 혜민의 남장한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용한 강은채 역시 처음엔 적이었지만 혜민이 은채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고. 은채는 혜민을 행운의 여신이라고 하니까요.
남장물하면 대표적으로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커피프린스 1호점> 같은 작품들이 떠오르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드라마로 제작하려면 스토리적인 면에서 약간 보강하여야 겠지만요.
요즘 가을도 다 지나고 쌀쌀한 겨울인데 계절 타는 모양인지 우울한 기분이었는데 읽으면서 웃음과 즐거움을 준, 유쾌한 책이어서 틈틈이 재탕도 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정해길 작가의 차기작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