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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 받은 황비 1 - 아리스티아 P. 라 모니크 ㅣ 블랙 라벨 클럽 7
정유나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9월
평점 :
책을 처음 배송받았을 때 고급스러운 외관이 참 마음에 들었다. 깔끔한 디자인의 표지와 책등에 코팅이 되어있는 소장용 책의 퀄리티에 살짝 감동이랄까, 책을 펼치기 전부터 기대감이 들었다. 음식을 먹기 전에 나오는 에피타이저가 식욕을 자극하듯이 독서욕(?)을 자극했다.
「만약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다시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리라…….」
프롤로그가 강렬하다. 여주인공 아리스티아 라 모니크는 태어나자마자 차기 황후로 내정되어 단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살았다. 그러나 차원이동녀 지은이 나타나자 황제는 지은을 황후로 맞이하고, 그녀는 황비로 입궁한 채로 버림 받는다.
그러나 단순히 버림 받았다고 하기엔 아리스티아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한 황제 루블리스에게 끔찍하리만큼 잔인한 학대(강간 및 유산)를 당한다. 자극적인 초반부에 읽는 독자로 하여금 분노가 치밀게 만든다. 황제놈이 대체 왜 이렇게 여주인공을 못살게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
아리스티아는 17세에 끝내 참수당하며 생을 마감하는데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시간을 되돌아 10살로 회귀한 아리스티아. 그녀는 그동안 루블리스의 사랑만을 쫒아 다른 것엔 관심을 두지 못한 것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깨닫고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아버지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등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감정들 그러나 회귀 전 삶의 충격은 내내 남아 그녀를 괴롭힌다.
이 소설엔 3명의 남주인공 후보가 나온다. 루블리스, 카르세인, 알렌디스. 각각 캐릭터의 매력과 개성이 뚜렷하다. 알렌디스는 세기의 천재로 공작가의 차남. 그리고 카르세인은 검술의 천재로 최연소 정식기사가 된다. 셋 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인물은 카르세인. 친근하고 개구쟁이 같으면서도 품이 넒어 보이는 매력이 좋았다. 카르세인이랑 잘됐으면 좋겠는데... 2권까지 읽었는데 루블리스의 분량이 많다. 소설 전개상 루블리스와 다시 이어지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리스티아 어머니, 제레미아와 황태자 루블리스의 관계에 대한 복선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궁금증을 자아낸다. 아리스티아는 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인지도 의아하고, 회귀 전에 루블리스가 왜 그렇게 지독하게 아리스티아를 괴롭힌 건지. 단순히 지은 때문이라고 보기엔 너무 지독하고, 또 다른 이유가 더 있을텐데 말이다. 루블리스가 남주인공이라면 아리스티아를 잔인하게 괴롭힌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어야 할 것 같다.
1,2권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2권의 마지막 외전이었다. 1인칭 여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선 느낄 수 없었던 알렌디스의 매력이 느껴졌다. 아리스티아 시점으로 보는 알렌디스의 매력은 연인이라기보단 친구같은 느낌이었는데 외전 '달을 쫒는 그림자'에서 알렌디스의 광기와 집착이 묘사되어 흥미진진했다. 알렌디스의 시점에서 2인칭으로 보니 오히려 알렌디스와 아리스티아의 매력이 둘 다 살아나서 본편보다 더 좋은 외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이야기의 여백이 부족하다는 것. 소설 내에 여유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에 '쉼표'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는 <버림 받은 황비>는 가독성이 좋고, 몰입이 잘 된다. 짜임새 있고 세심한 스토리 전개에 3,4,5권 역시 기대가 된다. 알렌디스는 떠났고, 아리스티아는 여전히 황태자의 약혼녀이며, 지은은 곧 이은 3권에서 등장할 예정이라 하는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리스티아는 과연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기에 다음권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