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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엔젤 1 ㅣ 블랙 로맨스 클럽
주예은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아련한 느낌의 하강하는 소녀의 모습을 담은 표지와 '천사와 소녀의 사랑'이라는 소개글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쳤고,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데미엔젤>은 '상처와 사랑과 성장'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데미엔젤은 반(半)천사, 작중에선 인간의 육신을 가진 천사를 일컫는다. 이 작품에선 준(June)이라는 남자아이 같은 이름을 가진 상처 많은 소녀와, 데미엔젤 로이 엠펠(Roy Empell)의 사랑과 치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부친의 학대와 모친의 방임 하에 몸과 마음에 지속적으로 고통을 겪은 소녀 준. 준은 '샤인스피림'이라는 신에게 지음 받은 유일한 위대한 영혼이다. 빛나는 영혼을 가지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잔인한 학대로 인해 자신감 없고, 무기력하게 죽음을 꿈꾸며 살아온 아이. 그런 그녀는 데미엔젤 로이를 만나면서 달라진다. 자신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무가치한 사람이라는 자기비하적인 생각에서 서서히 벗어나 그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자기자신 역시 사랑하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위대한 영혼, 샤인스피림. 이 부분에서 느낀 점은 그 어떤 위대한 존재라 하더라도 상처받으면 똑같이 아프고, 괴롭다는 것. 스스로를 비하하게 되고, 자기안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둬 지옥같은 구덩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게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구원해주지 않으면 영원히..
자존감이란 그렇다. 영화에서처럼 준이 다니는 학교 앞에 럭셔리한 외제차를 타고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 멋진 미소를 띈 채 준을 기다리는 로이와 그 주변의 로이가 멋지다고 꺅꺅대는 여자아이들 속에서 로이를 발견한 준의 반응은 설레임이 아니라 자책이다. "나는 그와 어울리지 않아."
그러나 작중에선 '모든 것을 주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천사 로이의 끊임없는 초월적인 사랑으로 서서히, 준은 본래 자신의 빛나는 영혼을 되찾아 간다. 하지만 만약 준이 위대한 영혼이 아니었다면 로이가 그녀의 존재를 알 수 있었을까? 위대한 영혼이 아닌 다수의 고통 받는 사람들은 그러한 모든 것을 초월하는 완전한 사랑을 기대할 수 없다.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지만 그것은 로이처럼 곁에서 실존하는 존재가 아니기에 지속적으로 사랑을 속삭여주고, 용기를 심어주고, 같이 웃어주는 존재는 역시 아니다.
준이 샤인스피림으로써 완전히 각성한다면 그녀 역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그 무게에 대한 비교를 할 순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보편적인 사랑은, 한사람만을 위한 사랑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한 사람만을 위한 절대적인 사랑은 주로 연인간의 사랑으로 표현되는데, 현실에서는 연인간의 사랑조차 불완전하다. 사랑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작중인물인 '이건'처럼 자신의 욕심을 위해 행동한기도 한다.
끝으로 작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을 꼽으라면 '루시퍼'라고 생각한다. 비록 루시퍼의 논리에는 공감해 줄 수 없지만.. 순종적이고 충성적인 강아지보다 변덕스럽지만 요염한 고양이를 개인적으로 더 좋아해서 그런가. 재미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루시퍼가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책의 2권으로 진입하면서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루시퍼가 등장하면서부터 다시 흥미를 되찾을 수 있었다.
데미엔젤 로이의 절대적인 사랑은 로망이지만 너무 이상적이기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내겐 <데미엔젤>은 로맨스적인 느낌보단 상처 많은 소녀의 성장소설 쪽에 더 무게를 느낀다. 다수의 로맨스 독자들이 로설을 읽는 이유는 책을 통해 감정이입을 하고, 위로 받고, 현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세상엔 데미엔젤인 '로이'와 같은 사랑을 주는 이는 극히 드물고, 이런 존재가 없어도 삶은 존재하기에 스스로를 보듬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에선 천사와 악마 간의 전쟁을 예견하면서 마무리된다. <데미엔젤>은 3부작으로 예정되었고, 현재는 2부 <세쌍의 날개>가 출간되었는데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인상깊은 구절
"그래, 세상엔 너무나 어려운 사람들이 많지. 하지만 그 무수한 상처들에 경중은 없어. 똑같이 아프고 슬픈 거야. 시험 점수처럼 상대적일 수가 없지. 인간이 받는 상처는 나이와도 비레하지 않아. 일흔 살 노인보다 10살짜리 꼬마가 더 아플 수도 있는 거야. 더 늙을 수도 있는 거야.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너의 상처는 우주에서 하나뿐인 너만의 상처인 거야. 그걸 과소평가하지 마. 덜 아픈 척, 안 힘든 척도. 그리고 그 모든 상처들은 결코 네가 끌어들인 게 아니야. 준.
세상에 누구도 처음부터 고통 받아야 마땅한 사람은 없어. 그리고 고통받아야 하는 운명 따윈 네게 없어. 너에게 상처 준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고 대충 용서해 버리지도 마. 분노나 복수는 더할나위 없이 파괴적인 것들이지만 그렇게 단순히 넘어가는 건 네 상처만 더 깊어지게 하는 일이야." (데미엔젤 vol.2 - 1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