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루 1 블랙 라벨 클럽 6
김수지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판타지 로맨스가 취향이라 현재 출간된 대부분의 작품을 섭렵해봤지만 그 중에서도 봉루는 뛰어나게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섬세한 세계관과 안정적인 문체 그리고 분명한 캐릭터성을 가진 인물들이 조화롭게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방대한 세계관을 구성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작가님의 능력이 감탄스러웠다.

 

봉루는 봉황의 눈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이다. 작품 세계관의 근간이 되는,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다. 환국의 보물인 이 호수는 결계를 유지하는 신단수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 아사란은 이 호수를 위해 태어나 자라왔고, 그 죽음까지도 호수와 함께해야 함으로 예정되어졌다. 봉루가 오염되고 그로인해 아사란의 목숨이 위험해지자 그녀를 아끼던 요괴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재물로 주술을 펼치고, 아사란은 다른 세계로 가게된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에 떨어져 본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헤메이던 아사란은 로테이스 제국의 황제, 다리우스 산티아고에게 붙잡힌다. 불처럼, 악귀처럼 자신의 모든 욕망과 감정을 분출하며 살아온 다리우스와 대조적으로 봉루를 위한 삶이기에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며 살아온 아사란의 만남. 그녀와 너무 다른 그의 모습. 아사란에게 이끌린 다리우스는 그녀에게 무섭게 집착한다.

 

잔잔한 물같은 아사란과 파괴적인 불같은 다리우스. 아사란과 다리우스는 분명 너무나 다르다. 그러함에도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인간적인 감정을 배제한 삶을 살아 왔다는 것. 인간적인 삶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둘은 다가오는 "사랑"이란 감정을 쉽사리 자각하지 못한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생각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전해져 온다.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과 몰입이 있어 자연스럽게 다음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이 둘은 과연 어떻게 될까, 그런 궁금증에 한 장, 두 장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어느새 두꺼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해 있곤 한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다리우스와 아사란의 로맨스에 푹 빠져 있었지만, 아련함이 느껴지는 인물이 있었는데 '연해랑'이란 인물이다. 다리우스가 아사란을 불같이, 잡아삼킬 듯이, 소유욕을 가진 사랑이었다면 연해랑은 아사란을 지켜봐주며 깊고, 따스하게 항상 그자리에서 지켜주는 느낌이랄까?.. 다리우스 같은 남주도 좋지만 애절한 그리움과 기다림의 그림자로 기억될 연해랑이란 인물은 모성애를 자극하는 것 같이 기억에 남는다.

 

김수지 작가님의 작품들은 로맨스를 표방하면서도 단순한 로맨스에서 그치치 않는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미온의 연인>에서도, 안면실인증이란 병을 뛰어넘어 사랑을 이루는, 일반적인 로맨스보다 한차원 높은 숭고함이 담긴 사랑을 이야기 했다면.. <봉루>에선 상처투성이의 인물인 다리우스와, 오로지 봉루와 나라의 안위만을 위해 자신의 감정따윈 무시한 채 살아온 아사란이 서로가 서로를 만남으써 비로소 완전해지는 인연 혹은 운명에 대하여. 그리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더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내일로, 앞으로 향하게 하는 에너지가 읽는 독자에게도 전달되는 듯 하다.

 

500p의 세 권의 책과 외전에 닮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작가가 전하는 세계가 그림 그리듯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붉은 사막과 아사란과 다리우스. 때때로 문득 그리워 질 것 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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