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잡은 베스트셀러, 7년의 밤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7년의 밤.

제목은 인물들의 삶과 긴밀하게 관련있다.

7년 전의 밤에 일어났던 사건때문에, 등장인물들은 7년동안 얽매여서 벗어나질 못하고 맴돈다.

한 아이가 죽고, 그 아이의 아버지 오영제는 복수를 꿈꾸며

오영제의 복수에서 자신의 아들을 지키려는 최현수와 그의 아들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인 최서원.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죽은 아이의 아버지의 복수가 정당화되게 마련인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최현수가 아이를 고의로 살해한 것이 아니고, 아들 서원을 지키려는 애절함이 공감된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 한 것은 오영제다.

그의 집착적이고, 삐뚤어진 애정이랄까.. (가정폭력은 나쁜거다. 이런 나쁜넘..)

오영제는 잘생기고, 우아한, 엘리트이면서 부유한데 사이코패스적인 면이 있다.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어야 하고, 자신을 거역하면 '교정'이라는 명목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악마적인 매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영웅이야기에 나오는 세상을 정복하려하지만 종래엔 말이 너무 많아서 영웅에게 패하는 마왕같다.

어찌하여 이사람은 계획대로다(!)가 맞아떨어지지 않는것인지.

물론 계획대로 되었다면 주인공 최서원은 사망했을테지만..

오영제는 자기 방식대로 아내와 딸을 사랑했지만, 그 방식이 잔인하리만큼 지나치게 폭력적이었기에 ..

딸과 아내는 그의 사랑을 사랑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오영제의 아내 문하영은 이대로가다간 맞아죽을것 같아서 어린딸을 두고 홀로 도망쳤을 정도고,

오영제의 딸인 오세령은 자신을 죽인 이가 '아빠'라고 인식하고 죽는다..

오영제는 불쌍한 아저씨이긴 한데, 그 비정상적인 '광기'가 맘에 든다.

만들어진 가상인물같은 경우 집착적인 인물이 좋다.

뭔가를 극렬하게 욕망하고, 감추지않고 발산하는 강렬함... (물론 현실에서 이러면 미친X 범죄자!!)

그만큼 뭔가를 이루었을때 카타르시스가 크고, 패배하여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더라고 그 절망의 깊이가 남달라서 공감이 잘된다.

오영제가 그 폭력적인 성향만 없었다면, 좋은 아빠 남편이 되었을텐데..... 그러면 아내도 도망가지 않고 딸도 죽지 않았을텐데.

<7년의 밤>의 사건의 시작은 최현수였지만, 근본적으로 파고들면 오영제다.

교훈 : 아내와 자식에게 잘하자?!

는 반쯤 진담인 농담이고....... 여러가지 주제의식이 얽혀있다.

진실과 사실의 경계. 사실 속의 진실에 대해 궁리하는 인간심리에 보다 근본적인 무언갈 건드리는 소설이다.

“이거 사실이 아니지요?”
나는 아저씨의 눈이 어두워지는 것을 절망적인 심정으로 지켜봤다.
“그러니까 전부 다 사실은 아니지요?”
한참 만에 대답을 들었다.
“사실이 전부는 아니야.”
- 분문 중에서

글은 대중에게 읽히기 위해 쓰이는 만큼,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대중성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7년의 밤은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굉장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