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으로 읽는 뇌과학
이케가야 유지 지음, 이규원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 일본이 기초과학 부분에서 종종 노벨상을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가 보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시절에 이런 강의를 듣는다면,
얼마나 사유의 폭이 넓어질 것인지....
정말 질투가 난다.^^
프로젝트 형식이긴 하지만 
고등학생 8명과 뇌과학자가 나누는 대화와 열린 강의 형식의 이 책은
과학에는 영~ 스키마를 갖지 않고 있던
문과 기질의 나도 아주 쉽게
현재까지의 뇌연구의 성과를 이해하게 한다.
가독성 측면에서는 별을 10개 정도 주어도 될 듯 싶다.
물론 담긴 내용도 점수를 많이 주고 싶다.
뇌에 대한 연구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과 바로 닿아있다. 

 
2. 이 책을 다 읽자마자, 소크라테스 할아버지에게
이 책을 읽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몸과 마음을 그렇게 철저하게 나누어 사유하시던 분께서
뇌의 생리적 측면과, 사람 마음의 심리적 측면이
이다지도 밀접하다는 것을 아시면,
그 혼란을 어찌 해결해 나가실지..궁금해진다.
 
3. 이 책에 나오는,
뇌가 세밀한 분업형태로 일을 하고, 심리보다는 생리적인 현상이 먼저라는 연구결과와 
그래서 쥐를 원격조종으로 움직였다는 실험 결과를 읽고 나면
영화 매트릭스의 상황은,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지금 내가 겪는 모든 현실은, 누군가 내 뇌를 통속에 넣고 신경세포를 조작하여
만들어 낸 것일 수도 있다는 상상.
'이성의 미궁'이라는 책에서 읽은 '통 속의 뇌'이야기 말이다.
그런데도 나는(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인간이 그럴 것 같은데)
지금, 내가 '통 속의 뇌'상태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고
직관적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 확신의 근거는 무엇일까.
 
4. 동물과, 복제인간, 인공지능로봇, 인간의 경계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또한 상당히 혼란스러운 문제다.
심리나, 감정이나, 의지가 인간 행동의 선결조건이 아니라
뇌행동의 부산물이라는 연구결과는
아주 정교하고 섬세한 인공지능로봇과 인간과의 경계가 무엇이냐를 생각케 한다. 
나는 그것이 이 책에 나온 '애매함'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들이나 또는 컴퓨터의 CPU와는 달리
'유연성'을 갖는다.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애매하게 기억하고
주요 특징만을 모아 범주화하고, 맡은 기능들이 있지만
아주 '유연하게'대처한다. 
그래서 인간은 상상하고 창조해 내나 보다. 
또, 그래서 다른 모든 것들도 거의 그렇지만, 특히 인간에 대한 연구는
'환원주의식 연구'(부분을 분석해내면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로는 전모를 파악할 수 없나 보다.


5. 또, 이 책은 저자가 학문을 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대목도 상당히 감동적이었다. 


사고에서도 인간은 잘 모르는 것을 멋대로 상상해서 보완하고 있다. 잘 모르는 부분은 "아마 이렇게 되어 있을 거야"하고 멋대로 상상하고, 무의식적으로 "아하, 이렇게 생각하니까 앞뒤가 척척 맞네"하는 식으로 생각한다. 과학자도 사람이니까 틀림없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거야. 사실은 과학적으로 알지 못하면서도 아마 틀림없이 그럴 거라고 믿고 더구나 자기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것을 과학자 자신조차 의식하지 못하겠지.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개념이 뿌리에서부터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뇌를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이 애초에 오만하고 어리석은 도전이 아닌가, 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뇌를 이해하는 것도 우리 뇌를 통해서 하는 것이잖아. 뇌가 간단한 실험으로 해명될 정도로 단순한 것이라면, 그런 수준의 뇌를 사용해서 이렇게 복잡한 사고를 할 수가 없겠지. 인간은 이렇게 멋진 존재인데, 그 뇌가 그렇게 쉽게 파악될 리가 있겠어? 뇌과학자란 사람은 그런 모순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낭만주의자인 셈이지(307쪽) 


나는 대부분의 철학자에게서는 '오만'의 냄새를 맡는다. 과학도들도 어느 정도는 철학자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정도의 겸손함이라면 현실을 보다 더 정확히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저자에게 더욱 믿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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