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복
버트란트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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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공저자(화이트 헤드), 괴델만 이해하는 책을 썼다는 사람이
 '나도 쉬운 책 쓸 수 있어~'라는 걸 보여주려고 쓴 책 같다는
(사실 '행복의 정복'이라는 제목이 그런 인상을 좀 준다^^)
얼토당토 선입견 때문에^^

미루고 미룬 책인데...
B의 독촉으로 드디어 손댔다.

평소 럿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엄청나게 어려운 수학책을 쓰기도 했고,
하루에 100통의 편지를 썼고. 노벨 문학상 수상의 경력이 있을 정도로 왕성한 문필가라는 것....정도의 아주 피상적인 정보들만 가지고 있을 뿐.

그러니까 이 책은 나와 럿셀과의 첫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체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직설적이고 적나라하며 현실적이다. 
이런 사람은 토론에서 맛나야 제맛일텐데^^
속된 말로 봐주는게 전혀 없다^^그래서 큭큭대고 읽게 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여자는 남자의 성격에 끌려 남자를 사랑하지만 남자는 여자의 외모에 반해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남자는 여자보다 열등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175쪽)


또, '정신적인 인생관'과 '체념'을 동의어처럼 사용하고 있는 문장도 있다. 하하하^^
럿셀이라는 이 사람은 자신에 대한 회의 같은 것은 한번도 가져보지 않았을 것 같은, 아주 쿨~~~ 한 문체를 구사한다.^^ 아마도 그는 서구식 합리주의, 이성주의, 과학주의의 대표자가 아닐까?

럿셀은 행복이란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서 성취해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면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외부적 사물과 현상에 관심을 돌리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일설에 의하면 외부에 관심을 돌리라는 본인의 말을 말년에 정치에 뛰어드는 것으로 실천하셨는데 그에게 별로 행복한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 후에는 '자기에게 맞는'일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첨가하고 싶으셨을까?^^

럿셀의 충고 중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권태로운 인생살이 도중에 쉽사리 자극을 선택하지 않고, 단조로움을 견디는 능력의 가치를 높이 샀던 점이다.


• 위대한 사람들의 생애도 몇 번의 위대한 순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감격적이지 않다.... 칸트는 전 생애를 통해 쾨니히스베르크로부터 10마일 이상을 나간 적이 없다고 전해진다...어떤 좋은 일은 어느 정도의 단조로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건설적인 권태로부터 달아나려다가 그들은 훨씬 더 나쁜 종류의 권태의 희생자가 된다. 행복한 삶은 대부분 조용한 생활이어야 한다. 참된 환희는 오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66-68쪽)
 • (나는) 해가 거듭될수록 삶을 더 즐길 수 있다....가장 주된 원인은 나 자신에 대한 편견을 감소시켰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과거에는) 나 자신의 죄, 어리석음, 결점 등을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나 점차로 나는 나 자신과 나의 결점에 무관심해지는 방법을 배웠다. 나는 점점 더 외부의 대상, 즉 세간의 일이라든가 여러 가지 지식의 분야라든가 내가 애정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집중하게 되었다.(15쪽)
• (습관적인 죄의식에 사로잡힌 자, 자신감 결여에서 비롯된 자기 도취라는 허영심에 빠진 자, 권력에 대한 애착이 지나친 과대망상증이 있는 자 같이) 자기 자신에 대한 몰입이 지나쳐 다른 방법으로는 이를 고칠 길이 없는 불행한 사람들에게는 외부적인 훈련만이 행복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다(16쪽)
• 청혼하고 있을 때 심심풀이 삼아 이웃집 사람이 찾아와 방해를 놓더라도, 아담을 제외하고는 모든 인류가 이러한 재난을 겪었고 아담조차도 그 나름의 걱정거리를 있었으리라고 생각하라...모든 문명인은 자화상을 더럽히는 일이 일어나면 괴로워한다. 최상의 치료법은 단 하나의 그림이 아니라 화랑 전체를 가득 채워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건이 일어나면 이에 적합한 그림을 골라내는 것이다. 만일 그 그림들 중의 일부가 약간 우스운 것이라면 더 좋다. 하루종일 자기 자신을 굉장한 비극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229쪽)




결국 행복이란, 자아상의 문제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는 럿셀의 행복론보다는

이무석 교수의 '30년만의 휴식'이 훨씬 더 행복에 실질적으로 접근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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