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몇년 전에 대체 의학에 관심을 가져서 그 쪽 책을 섭렵한 적이 있었다.
지나치게 분과적이고, 드러난 현상을 제거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서양의학의 기본적 철학을 비판하고,
자기 몸을 스스로 알고, 몸의 자가 치유력을 믿어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호모 쿵푸스를 읽는데, 문득 그 때의 독서경험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공부의 대체의학 서적쯤이라고나 할까...^^
제도권 교육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고,
본인의 체험에서 나온 글이기 때문에
전혀 피상적이지 않다.

대체의학 서적을 읽으면서 가졌던 작은 염려 하나는 이런 책들이 주로 '개인의 체험'을 근거로 하고 있어, 확률과 통계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서양의학에 비해 다소 약하기 때문에, 무조건 수용하기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나도 이런 책을 읽다가 병원에 가지 않아서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병을 가래로도 못 막게 키우기도 했다^^ )
 
이 책도 그런 염려가 조금 든다. 추천하는 동양고전이나 공부방법 등이 만인에게 맞을지 아직은 의문이다. 또, 저자가 보여주는 제도권 교육이나 현대안교육에 대한 네거티브 발언이 전체 맥락에서 이해되지 않고, 독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불만감만 진폭시킨다면,  저자가 보여주는 확신에 찬 문체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소크라테스와 교류했던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의 자극을 받아 건강한 대안을 생각해 낸 것이 아니라, 방종과 냉소주의만 배우지 않았던가. 네거티브에 접한 자들 중에서는 늘 이런 나쁜 사례가 나오는 법이다.



하지만, '알아간다는 것의 기쁨'에 대해 저자의 경험과 공명되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유익한 책일 것 같다. 또는 공명의 느낌은 못받았을지라도 교육의 진정한 대안을 찾아가는데 힘이 되는데 사용하면 유익할 것이다.  

다만, 나는 개인적으로 세상의 모든 약이 큰 유익함도 있지만, 독을 내재하듯이  공부에도 '독'이 따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그 부분까지 다루지 않았던 점은 아쉬웠다.

2. 특히 주위의 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며칠 전에 읽은 히라노의 책(책을 천천히 읽자고 주장하는 책)보다는 훨씬 읽을만했다. 청소년들이 아주 좋아할만한 친근한 말투를 구사하고 있고, 공부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는지 자주 생각해 보게 한다.
 
3. 나도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무조건 뭘 새로 배운다고 하면, 의욕에 불타오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즐거움을 잘 안다. 그러나 이 즐거움이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던 것, 도약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종종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원인과 해결책을 어느 정도 감지했다. 그것은 바로 스승과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타자와의 교통이 없는 공부는 자기안에 갖힌 죽은 지식일 뿐일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점점 더 師友를 만날 수 있기를 갈망하게 된다. 기회가 된다면 공부 공동체를 꾸려보고 싶다.


바흐친 曰 "진리는 대화라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집단적으로 진실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난다."


고미숙 님의 다른 책들과, 그녀가 읽은 다른 책들에도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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