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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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나오는 엄마를 보며,
'어? 우리 엄마가 여기에 있네~!'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국인은 드물 것 같다.^^
내 엄마도 그렇다. 가슴에 화수분같은 사랑만 가지고 있는 듯한 분.

이 소설을 럿셀이나 미숙님이 읽었으면,

이런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 집착이고 자기애일 뿐이야~
라고 말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줌파 라히리의 소설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이라는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 고골리나 여자친구 맥신 못지 않게,
맥신의 부모님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딸의 삶도 인정할 뿐만 아니라, 딸에게 강요하는 것이 전혀 없으면서도
자신들의 삶도 완벽히 누리는 듯한 부부 제럴드와 리디아.
딸이 남자친구를 데려와 집에서 살게 해도
눈감아주는 수준이 아니라,
같이 즐겁게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한 뒤, 둘만의 시간을 갖도록 자리를 피해줄 정도이고,
본인들도 여름이면 칼같이 집과 딸을 내팽겨치고(?) 몇 달씩 별장에 다녀온다.
경제적 여유가 뒷받침되었기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벵골 남자 '고골리'만큼이나 나도 '문화적' 충격을 받았었다.
럿셀이나 미숙님은 이런 쿨~~~한 사랑을 권장하실 것 같다.

이런 부모님, 이런 사랑에 비하면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엄마, 그리고 우리네들의 어머니들
그리고 그녀들의 사랑은 너무나 끈적끈적하다.
그 끈적끈적함은 '원죄의식' 비슷한 마음의 짐을 가져올만큼 무겁고 무겁다.
나도 한 때는 그 버거움에 헉헉거렸고,
차라리 미움이 더 가벼운 것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그렇게 살지 마시라고 엄마에게 화도 냈었고
나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도 했었다.
그래도 이 끈적끈적하고 무거운 사랑을 우리가 외면해 버릴수 없는 것은,
그 끈적끈적한 땅에서 내 현재가 자라났기 때문이리.
나도 한 번은 언어를 통해 이것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가벼워지리라 결심한 적이 있었으나

마음의 생각을 정리하는 솜씨도, 언어 부리는 솜씨도 없어서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내가 한번은 꼭 해보고 싶었던, 했어야 할 작업을
신경숙님께서 해주시니 감사하다.
사람 울리는 소설에 점수를 짜게 주는 편인데,
고마운 마음에 별을 다섯 개나 줘버렸다.

이 글의 '엄마'는 남편의 걸음이 빨라서 못따라 온 것이 아니라,
지하철을 타기 전에 일부러 걸음을 멈추었을지도 모른다.
선산에 묻히기 싫어하는 그녀였잖는가.
죽음을 예감했으되, 선산에 묻히지 않는 방법은
가족들이 없는데서 죽은 것이었으리라.
엄마의 희생이 아니라, 엄마의 욕망이 사람을 더 울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원죄의식'을 가진 자식들이 다들 그렇듯이

갱년기의 우울증을 참고 있는 듯이 보이는 쉰다섯의 엄마가 막내딸에게 밍크를 사달라고 하는 장면이나
엄마가 죽어서나마 마음의 의지처로 삼아온 이은규라는 분을 찾아갔던 장면이나
아내의 말을 들어줬어야 했었다며 후회하는 아버지의 회한을 듣는 장면
........ 

울음을 참느라고 여러 번 독서를 멈춰야했다.


그러나, 다음 대목에서는 도무지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가
엄마의 엄마를 찾아가서 내뱉는 고백말이다.


"엄마는 알까...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254쪽)



'엄마. 나는 엄마가 우리 엄마여서 참 좋아. 그런데 이런 엄마가 없는 엄마가 참 가여워.

할수만 있다면 엄마에게도 엄마를 만들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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