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갖고 싶니? 웅진 세계그림책 124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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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프롬의 '소유나 존재냐'를 그림책으로 잘 구현한 책에 주는 상이 있다면,

아마 이 책이 1등을 받을 것 같다.

표지의 저 갈색 머리 아이는 샘이고,

오른쪽의 금발 머리 아이는 제레이다.

제레미는 엄청난 것들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누릴 줄은 모른다.

축구공을 사서 샘에게 자랑하기는 하지만,

공을 잘 다룰 줄도 친구와 즐겁게 놀 줄도 모른다.


사탕을 사서 친구에게 자랑할 줄은 알지만,

적당한 양을 먹을 줄도 모르고,

친구와 나누어 먹을 줄도 모른다.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 주었더니, 아이가 제레미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묻는다.

"엄마~! 이게 약올리는 거야? 약올리는 거는 나쁜 거구나~!"

내가 평소에

자기만 가지고 있는 물건을 동생에게 자랑하는 아이에게

다른 사람을 약올리면 못쓰는 거라고 야단치곤 했었는데,

이 그림책을 보고서 약올리는 게 뭔지를, 그

게 나쁜 거라는 걸 알게 되었나 보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읽는 재미중의 하나는

구석구석 볼거리들이 참 많다는 것인데,

제레미가 샘에게 사탕을 자랑하는 장면에 나온 빨랫줄을 살펴보면서도

키득키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 팬티의 Y자 무늬를 응용한 XYZ 장난도 그렇고,

가슴이 3개인 브래지어도 그렇고,

빨랫줄을 걸어가고 있는 양말도....^^ 재치만점이다.



샘은 제레미가 자랑을 하건 말건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건 샘이 풍요한 내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책의 마지막 대목은 제레미가 샘에게 '동물원에 놀러갈 거야'라고 자랑하지만,

샘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장면이다.

마지막 그림 한장이 샘의 풍요로운 내면과 안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떤 동물을 찾을 수 있는지 아이와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놀았는데,

둘다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즐거워했다.


이 책을 같이 읽고 있는 아이도,

샘처럼 상상력이 풍부하고 내면이 풍요로운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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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1 09: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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