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려고 읽습니다
이정훈 지음 / 책과강연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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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맹목 없는 다독을 하고 있진 않는가 의심하던 차에(심지어 다독도 아니다. 그저 욕심만 앞섰을 뿐) 책 첫 장부터 글자로 얻어맞았다.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불안이 깊어질수록 사람은 삶의 진실보다 당장 눈앞의 방편이 되어줄 책을 찾습니다. 현실이 불안할수록 '어쩌면?'하고 반전을 기대하게 되는 심리는 그래서 자연스럽습니다."



다독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묘한 안도감을 준 책. 그렇다면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저자는 쓰기를 위해 읽으라고 말한다. 추상적인 제목인 줄 알았는데 이토록 명확한 메시지가 제목일 줄이야. 목적 없는 읽기를 하기보다는 나의 일기를 쓰든, 전문적인 지식에 대한 책을 쓰든, 자신만의 에세이를 쓰든 그 목적에 맞는 읽기를 하라는 것이다. 내용의 정확성을 검증하거나 표현의 다양성이 필요한 경우, 필요한 책을 찾아 필요한 부분만 참고하고 덮는 것이다. (그래서 전자책을 추천한다.) 이때의 읽기는 독서가 아니다. 참고일 뿐이다.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도 모른 채, 이런저런 책을 읽으며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나? 출발지점과 목표지점을 정한 채 그에 맞는 책을 찾는다면 좀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고, 책에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확실히 얻어갈 수 있다. 이 단순한 원리를 생각해보지 않았다니.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쓰기의 출발은 당신이 가장 오래 해 온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당신이 가장 오래 해 온 것, 그것은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그렇다. 나 자신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막연한 불안감으로 책을 찾았다. 이 불안의 이유를 찾아야 했다. 그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주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아직 나에 대해 잘 모른 채 그림자에 옷만 입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자신에 대한 탐구로 글을 쓴다면 뚜렷한 주관이 생기고, 단단하게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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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지구의 생명들
데이비드 애튼버러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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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으면,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들이 눈 앞에서 펼쳐집니다. 눈은 글자를 보고 있는데 화면까지 재생되는 기분이랄까요..? ⠀

책에서는 극지와 숲, 밀림, 사막, 하늘, 강, 민물, 바다 등 전 세계 12곳의 주요 서식지에서 살고 있는 생물들을 주변의 상세한 묘사와 함께 설명합니다. ⠀

그 중에서 우리가 아는 생물들은 많이 없습니다. 이 하나하나의 생명들은 저마다의 생존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고, 우리는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개중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거짓말 같이 신기하거나 우스운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생물이 정말 많았고, ⠀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외모 설명이 나올 때는 인터넷에 검색해보기도 했어요😂. 정말 묘사 그대로였기 때문에 매번 기대를 품고 검색했답니다.⠀





올챙이를 등에 태우고 다니는 엄마개구리🐸, 물에서 뛰어올라 나뭇잎 밑면에 알을 낳는 물고기 한쌍(이후 알에 물주기 위해 수컷은 밑에서 주기적으로 물을 뿌림)🐠, 엎드려뻗쳐 자세로 있다가 배에서 타고 내려오는 물을 마시는 사막에 사는 곤충..🪲⠀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쓰면서도 믿기지 않네요🫠ㅋㅋㅋ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담담하게, 너무 당연한 듯 설명하는 저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생물에서 생물로, 공간에서 공간으로 독자를 인도하는 저자의 능력은 그 지식만큼이나 매우 대단합니다. ⠀

수많은 논문을 참고했겠지만 이 방대한 양의 생물과, 그 생물의 특성들이 어쩜 이렇게 자세한지. ⠀

그리고 아주 고해상도의 사진들도 함께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대단해도, 이들만큼은 아니었음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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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100층짜리 집 100층짜리 집 3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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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위, 인형 콩이를 안고 갈매기에게 과자를 주고 있던 소녀가 그만 콩이를 놓치고 맙니다. 콩이가 입고있던 알록달록 예쁜 옷에 머리핀, 목걸이, 팔찌 모두 흩어져버리고, 콩이는 거품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갑니다!
콩이는 바다 100층까지 내려가며 신비한 바다친구들을 만나고, 자신의 옷과 바다친구들이 주는 옷을 교환하게 됩니다. 새로운 모습이 된 콩이는, 배 위에서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소녀와 만날 수 있을까요?
다큐버전 : 1층의 해달부분을 펼치자마자 섬세함에 놀랐습니다. '다시마 수호자'인 해달 서식지는 다시마로 가득했고 성게와 오징어를 먹는 모습, 유명한 돌로 조개 깨는 모습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재빠른 돌고래는 우편배달부(?) 역할을 하며 각 층을 누비고,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는 회사원 이빨돌고래들은 스시집에서 저녁을 해결하네요. 수컷이 새끼를 키우는 해마에게는 콧수염이! 한장 한장 넘길수록 바다색이 짙어지고, 초롱아귀 같은 발광생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99층에는 소라게가 등딱지를 팔고 있는데, 사람들이 버린 컵, 신발, 통조림캔 등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쓰레기 버리지 말아요, 우리. :(

그림책을 만져본 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 저에게 이 책은 존재 자체가 어색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니 그림이 정말 귀엽고 아기자기하며, 그 섬세함에 감탄했습니다. 그림을 하나하나 뜯어보기 좋아하는 저에게는 아주 만족감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월리를 찾은 후에도 책을 놓지 못했다는..) 무엇보다 생각보다 생물의 생태와 특징이 잘 반영되어 있어 학습에도 굿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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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컬러 잡학사전 - 익숙한 색에 숨은 과학 이야기
이리쿠라 다카시 지음, 안선주 옮김 / 유엑스리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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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책 표지와 제목에서 느껴지는 무겁지 않은 TMI의 기운!! 제목 그대로 컬러, 빛과 관련된 재미있고 신기한 내용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혈관은 왜 푸르게 보이는지, 수술복은 왜 초록색인지, 북극곰의 털은 투명한데 왜 하얗게 보이는지, 무를 익히면 왜 투명해지는지, 산호초 해변의 바다는 왜 에메랄드 색인지 등 무심코 지나쳤던 크고 작은 의문들이 해결됩니다.
 
특히, 하얗고 투명한 피부의 비밀에 대해 설명해주는 내용이 흥미롭고도 슬펐습니다. 피부가 하얀 사람은 멜라닌 색소가 적어 피부 내부까지 빛이 잘 투과되고, 피부 내부에서 확산된 빛이 많이 돌아오기 때문에 그만큼 투명해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피부가 거칠고 요철이 있을수록 피부 표면에서 빛이 확산되어 피부 내부로 빛이 닿기 어렵기 때문에 투명한 피부가 되기 어렵다고 합니다. '얼굴에서 빛이 난다'는 정말로 과학에 근거한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또 조류들이 번식기에 천적에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화려한 색을 띠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너에게 구애하고 있는 예쁘고도 강력한 수컷이다, 날 가져라'를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하네요. 
이렇듯 동물과 식물 파트에서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보호색으로 위장하고, 때로는 오히려 눈에 띄는 화려한 색을 사용하게끔 진화한 부분에서 그들만의 치열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책의 소제목이 '익숙한 색에 숨은 과학 이야기'인 만큼, 빛의 파장에 대한 설명이 계속 나옵니다. 학생 때 배웠던 내용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그림과 함께 쉽게 설명되어 있으니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늘 보던 풍경과 물건들의 색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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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식당, 추억을 요리합니다 고양이 식당
다카하시 유타 지음, 윤은혜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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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간 가족, 연인, 친구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
'고양이식당'은 바로 이 꿈같은 일을 가능하게 하는 식당입니다. 단, 추억이 묻어 있는 그 음식이 '식기 전'까지 말이죠.🥘⠀
제가 가제본 서평단으로 받은 책은 가제본 책으로, 두 권의 내용의 일부를 모아 한 권으로 묶은 책입니다.⠀
[고양이 식당, 추억을 요리합니다]에서는 신인배우로 주목받고 있던 오빠가 자신을 대신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죄책감, 후회, 상실감에 몸부림치는 여동생의 이야기와,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상처를 줘버린 소년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고양이 식당, 행복을 요리합니다]에서는 연인에게 프로포즈를 받았지만 5년 밖에 살지 못하는 시한부인 여성의 이야기와, 소심한 성격으로 20년간 집 안에만 갇혀있던 남자가, 그럼에도 끊임없이 사랑을 주었던 어머니를 잃은 후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네 가지의 이야기는 미세한 연결고리로 이어지고 "고양이 식당"이라는 신비한 가게에서 기적을 맛봅니다. ⠀
식당의 이름처럼 이 식당에는 귀여운 고양이도 있습니다. 고양이라는 동물의 특성 때문인지, 죽은 자와 만나기 시작하며 현생의 시간이 멈출 때에도 고양이만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살아 움직입니다. ⠀
그리고 그리운 사람이 들어올 때와 나갈 때, 야옹 하고 울죠. ⠀

표지에서 느껴지듯 참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
문장의 호흡도 길지 않기 때문에 술술 잘 읽히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가볍지는 않습니다. ⠀
이 책에서는 우리가 이미 겪은, 겪고 있는, 겪을까 두려워하는 "죽음" 이후의 남겨지는 자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용기를 줍니다. ⠀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후 우리는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하고 또 방황할테지만 꿋꿋하게 나의 남은 시간을 채워나가야 합니다. ⠀
그것이 먼저 떠난 자에 대한 보답이고, 나와 남겨진 자를 위한 일일 것입니다. ⠀

추억이 담긴 음식을 요리하는 고양이 식당. 그 중심인 '추억의 음식'에 대한 묘사도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정말 먹어보고 싶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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