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쓴 해리 왕자는 몇 년 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이다. 현 국왕의 차남이다. 그리고 해리 왕자는 현재 왕국을 떠났다.제목이 '스페어(spare)'인 이유는 말 그대로 해리왕자가 예비용이라는 뜻이다. 만일을 대비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해리왕자 스스로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했지만 현 국왕이 다이애나 비에게 실제로 내뱉은 말이라는 걸 첫 장에서 알게 되었다. 왕실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군주제가 아닌 우리나라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고 왕이나 여왕, 왕자와 공주 등에 대한 왠지 모를 환상도 갖고 있다. 해리왕자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자서전을 한 자 한자 더듬고 있다보면 해리왕자에게 궁 생활은 새장이었다는 것을 알수있다. 해리왕자가 600페이지에 걸쳐 말하고 싶은 요지는 한결 같았다. 언론의 대책없는 거짓과 무자비한 잔혹성이다. 그리고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파파라치들.언론과 파파라치들에 의해 운명을 달리한 어머니 다이애나 비. 그로 인해 해리왕자 뿐 아니라 그의 형(왕세자)도 심한 트라우마를 겪었고, 그들이 무슨 행동을 하든 파파라치들과 악의적인 언론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 왕실을 나온 지금 현재까지의 삶을 놀랍도록 세세하게 기록한 이 자서전은 영국 왕실과 그의 가족, 자신의 과거, 언론에 대한 폭로다. 숨길 법한 자신의 과거도 드러낸다. 잘못한 것과 생각이 짧았던 점도 솔직하게 기술했다. 얼마나 객관적인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으로 인해 좀 더 사실을 바로잡으려 한다는 것이다.믿기지 않았다. 터무니 없는 거짓 기사에도 반박할 수 없다니. 심지어 그 소스를 제공한 곳이 왕실인 경우도 허다했다고 한다. 아버지와 형은 무조건 참고 인내하라고만 했다. 해리 왕자는 그 때문에 어머니를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 와이프까지 잃을 수 없어 결국 왕실을 떠났다. 어머니 다이애나 비가 그토록 원했던 삶을 본인이 이루고자. 이 책이 출간될 때 영국과 미국, 캐나다에서 사전 예약주문을 포함해 143만 권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첫날 이보다 더 많이 팔린 책은 또 다른 해리가 주인공인 "해리 포터" 뿐이다.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이목이 어떠했는지. 책 출간이라는 방법으로 이를 역이용한 해리 왕자의 "세상을 향한 시원한 한 방"에 미약하게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 기쁘다.